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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제조사 베트남 판매용 식품에 한글 포장지
소주·젤리·빵·김부각까지 종류 다양
원산지 오인토록 한글 포장한 배 적발되기도
“인식 부정적인 중국산에 K-푸드 이미지 활용”

지난 10일 베트남 하노이 동다구 후지마트에서 판매되는 태국 제조사의 태양 소주 모습. /양범수 기자

초록 병에 흰 라벨, 그 위에 적힌 ‘태양 소주’라는 제품 이름. 참이슬·담소·아라·힘소주 등 한국 제조사들의 제품 사이에 함께 진열돼 있어 언뜻 보면 한국에서 만들어진 소주 같지만, 태국의 타완당(TAWANDANG) 1999라는 회사에서 만든 제품이다. 태양 소주는 한국 회사들의 제품처럼 청포도·복숭아·자몽·딸기 등의 과일소주 군을 갖추고 있었다.

지난 10일 베트남 하노이성 동다군(郡埬栘)의 한 마트에서는 태양 소주처럼 해외 제조사가 만들어 베트남 시장에 판매하는 상품임에도 제품 라벨이 한글로 쓰인 식음료 제품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동다군은 하노이의 구시가지로 베트남 현지인 비중이 높은 지역이다. 현지인들을 위주로 판매하는 상품에 한글 패키지(포장)가 적용된 것이다.

과자 매대에 새우깡과 꿀꽈배기와 나란히 놓인 킹요리(KINGYORI) 한국 스타일 김부각은 태국의 킹스타(KINGSTAR)에서 만든 제품이었다. 일본·싱가포르 회사들의 젤리 제품 사이에 진열된 쫄깃 곤약젤리는 인도네시아 스타푸드(STARFOOD JAYA)에서 만들었다. 그 옆에 놓인 요기(YOGEE) 곤약젤리 역시 말레이시아 업체(GFSS)에서 생산했다.

이런 한글 포장 식품은 이곳 마트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하노이에서 차로 2시간쯤 떨어진 하이퐁 인근의 한 휴게소에서는 소프트 캔디 젤리빈이라고 적힌 중국 업체의 사탕이 판매되고 있었다. 인근의 다른 휴게소에서는 두리안향 코코넛 빵이라고 적힌 중국 업체(흥룡식품유한공사)의 제품이 매대에 여 있었다.

베트남에서 가이드로 일하는 한국인 A씨는 “과거 우리나라도 상품명 등이 영어로 적혀 있으면 미제로 인식해 구입하던 소비자들이 있던 것처럼, 베트남도 한국의 문화나 제품에 대한 선호가 있다”면서 “그렇기에 많은 회사가 제품 포장지에 한글을 적용해 한국 상품인 것처럼 판매하는 것 같다”고 했다.

지난 11일 베트남 하이퐁 인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두리안 향 코코넛 빵이 한글로 포장돼 매대 세 번째 줄에 팔리고 있다. /양범수 기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역시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aT가 집계하는 통계자료는 없으나 중국을 비롯한 타국에서 수입되는 제품은 물론 베트남 내에서 생산되는 제품에도 한글로 표기된 포장 식품들이 유통되고 있다. 스낵·음료·김치·소주 등 가공식품뿐만 아니라 배·포도와 같은 신선 식품에서도 이런 현상이 발견되고 있다.

aT는 제품 패키징 디자인에 외국어를 활용하는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니라고 밝혔다. 다만, 베트남에서 유통되는 한글 포장 식품 중 상당수가 법률적으로 문제 되지 않도록 교묘하게 한글이나 태극기 문양 등 한국적인 이미지를 활용해 소비자의 오인을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소비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실제로 aT에 따르면 중국산 배 등이 ‘한국 배’, ‘달고 아삭한 배’ 등 한국어로 표기를 하거나 수출품과 유사한 디자인의 상자나 띠지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중국산 배가 베트남에서 유통되는 경우가 적발됐다.

베트남에서 판매되는 한국산 배와 중국산 배의 디자인 비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제공

aT에서는 2021년부터 이러한 상황을 감독해 베트남 국영방송(VTV) 뉴스,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한국산으로 오인 표기돼 판매되는 짝퉁 배 판매 현장 고발 및 소비자를 위한 한국산 구별법 교육 영상을 제작·방영했다.

aT는 소비자들이 오인할 수 있도록 표기하는 수준을 넘어 원산지를 한국산이라고 표기하거나 한국 생산 제품이라고 표기해 원산지를 속이는 경우에는 베트남 규정에 따라 벌금·제품 몰수·면허 정지 등의 처분을 받게 된다고 했다.

또, 특정 한국 업체의 제품을 그대로 위조해 상품을 유통하는 경우 베트남 지식재산권법에 의거해 고발 및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고도 했다. 다만 이 경우 베트남에 지식재산권 등록을 완료한 경우만 베트남에서 보호받을 수 있다고 aT는 설명했다.

aT 관계자는 “K-팝과 K-드라마 등 한류 열풍으로 현지 소비자들이 한국에 대한 높은 호감도를 지니고 있어 K-푸드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면서 “한글 패키징 제품은 이러한 한국 식품에 대한 이미지를 활용해 한국산 제품이라고 소비자의 오인을 유도하기 위해 활용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현지 소비자들이 중국산에 대해 저품질의 부정적인 인식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있어 중국산을 이미지가 좋은 한국산으로 둔갑해 판매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지난 10일 베트남 하노이 동다구 후지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한글 포장 젤리 상품의 모습. /양범수 기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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