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사우디 보건부 장관 이례적 사망자 수 밝혀
작년 6배 넘어···숨진 이 당국 허락받지 않아
CNN 방송은 성지순례 다녀온 이들 증언보도
"순례객 보호할 의료진, 물 등 충분하지 않아"
최근 하지기간과 폭염 겹쳐 순례 사망 급증
영상=X(Siingh777)

[서울경제]

낮 최고기온 50도를 넘나드는 '살인 더위' 속에서 치러진 이슬람 정기 성지순례(하지) 사망자가 1300명을 넘긴 것으로 24일(현지시간) 확인됐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SPA 통신에 따르면 파하드 알잘라젤 보건부 장관은 이날 국영 TV에 출연해 하지 기간 온열질환으로 숨진 이가 총 1천301명으로 집계됐다고 이례적으로 밝혔다.

이는 작년 사망자 200여명의 약 6배가 넘는 수치다.

올해 성지순례의 사망자 관련 공식 집계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엿새간의 하지가 지난 19일 마무리된지 5일 만이다. 알잘라젤 장관은 많은 사망자가 신분증을 소지하지 않은 탓에 신원 확인과 시신 처리에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알잘라젤 장관은 숨진 이들의 약 83%가 사우디 당국의 순례 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들은 땡볕 아래 제대로 된 휴식처나 회복 없이 먼 거리를 도보로 이동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사망자 중 다수는 노인 또는 만성 질환자였다"며 사망자들에게 애도를 표했다.

알잘라젤 장관은 순례객 중 열사병 등 증세를 보이는 이들에게 총 46만5천건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이 가운데 14만1천건은 순례 미허가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영상=X(Siingh777)


사우디에서는 지난 17일 메카 대사원 마스지드 알하람의 기온이 섭씨 51.8도까지 치솟는 등 하지를 전후로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매년 이슬람력 12월 7∼12일 치러지는 하지는 무슬림이 반드시 행해야 할 5대 의무 중 하나이며 가장 성스러운 종교의식으로 꼽힌다. 재정 여건이 허락하는 한 일생 반드시 한 번은 이슬람 발상지인 메카와 메디나를 찾아야 한다.

이슬람력의 1년은 그레고리력보다 10일 정도 짧아서 성지순례 기간이 매년 당겨지기 때문에 여름철과 겹치기도 한다.

앞서 22일 미국 CNN방송은 성지순례를 다녀온 이들의 증언을 빌어 현지에서 순례객들을 보호할 의료진과 기본 시설, 물 등이 충분히 제공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인도네시아 출신의 아흐마드(44)는 “집에 오는 길에 숨진 순례객들을 많이 봤다”며 “거의 수백 미터마다 하얀 천으로 덮인 시신이 누워 있었다”고 말했다. 또 길에서 의료진이나 구급차는 전혀 보지 못했다며 “지역 주민이나 단체가 물을 배급할 때마다 순례자들이 즉시 몰려들었다”고 전했다.

영상=X(Siingh777)


21일 사우디에서 런던으로 돌아온 자리르 알리(40)는 “사람이 너무 많고 의료진이 부족했다”며 “그들은 최악 중 최악의 상황이 일어나기만을 기다렸고, 그래야만 조치를 취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람들이 기절하는 일이 다반사였다며 “사람들이 고통받는 모습을 보니 하지에 집중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 기간에 부모를 잃은 한 미국인의 사연도 전해졌다. 사이다 우리의 부모는 여행사 패키지 상품을 통해 평생의 꿈이던 성지순례를 떠났지만, 메카의 아라파트 산에서 실종됐다.

그는 이후 사우디 제다 주재 미국 영사관으로부터 자신의 부모가 지난 15일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사인은 열사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여행사가 성지순례에 필요한 적절한 교통수단이나 증명서를 제공하지 않았고, 필요한 식량과 물품도 부족했다고 호소했다.

서울경제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7528 전국에 요란한 장맛비, 중부지방 곳곳 호우특보···다음주 내내 비 랭크뉴스 2024.07.02
37527 제주 초속 25m 강풍…1시까지 항공기 22편 결항 랭크뉴스 2024.07.02
37526 "가난·장애 극복한 동생인데…우수팀상 받은 날 쓰러지다니" 랭크뉴스 2024.07.02
37525 [탈(脫) 석유 미래 꿈꾸는 중동]②상암과 새만금의 미래, 야스섬 만든 국가주도 개발 랭크뉴스 2024.07.02
37524 흉기난동에도 교사 정상 근무시킨 학교…"교장·교감 바꿔달라" 랭크뉴스 2024.07.02
37523 당일 승진했는데…시청역 사망 4명은 은행 동료 [지금뉴스] 랭크뉴스 2024.07.02
37522 트럼프 측은 '바이든 사퇴'를 반대한다는데‥왜? 랭크뉴스 2024.07.02
37521 "'손흥민 신화' 위해 스포츠 폭력 용인 안 돼"... 시민단체, 손웅정 사건 비판 랭크뉴스 2024.07.02
37520 침수위험 지역 지날 때 내비게이션이 실시간으로 위험 알려준다 랭크뉴스 2024.07.02
37519 “우리 사위에요. 사고가 났어요.” 랭크뉴스 2024.07.02
37518 2~8주 간격 반복되는 아이 고열… ‘파파 증후군’ 의심해봐야 랭크뉴스 2024.07.02
37517 해외 세미나 간다던 의사, 원정 진료 후 수십억 어치 코인으로 꿀꺽 랭크뉴스 2024.07.02
37516 스웨덴, 손주 돌보는 조부모도 최대 3개월 유급 육아휴직 가능 랭크뉴스 2024.07.02
37515 장인화 포스코 회장 “2030년 소재 분야 초일류 돼야, 시가총액 200조원 달성이 목표” 랭크뉴스 2024.07.02
37514 제주 초속 26m 강풍…건물 외벽 떨어지고 창문 날리고 랭크뉴스 2024.07.02
37513 허웅, 전여친 임신 얘기에 "골프 중"…초음파 사진엔 "병원 왜 가?" 랭크뉴스 2024.07.02
37512 수도권·충청·강원 '호우특보'‥시간당 최대 50mm 랭크뉴스 2024.07.02
37511 자진 사퇴하는 김홍일 방통위원장 “방송·통신 정책 중단 막는 유일한 방법” 랭크뉴스 2024.07.02
37510 국민의힘, 野 ‘채상병 특검법’ 강행 예고에 “필리버스터 대응” 랭크뉴스 2024.07.02
37509 [단독] “세금으로 용돈벌이?”…줄줄 샌 ‘온실가스 감축’ 보조금 랭크뉴스 2024.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