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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병수 아이비엠솔 대표(경희대병원 교수)
플라즈마가 만든 활성산소로 수술 없이 암 제거
자궁경부암 이어 유방암, 뇌종양으로 확대
해외 기술보다 적용 부위 넓고 치료율 높아

권병수 아이비엠솔 대표(경희대병원 산부인과 교수)./경희대병원


자궁경부암에 걸린 환자는 치료를 위해 보통은 종양을 없애는 수술을 받는다. 가임기 여성은 수술 후 불임을 겪거나 임신한 여성은 조산, 유산 같은 후유증을 겪는다. 유방암 환자도 흔히 종양 제거 수술을 받는데 암이 재발할 것을 막기 위해 방사선 치료를 받는다. 하지만 방사선은 치료가 끝나도 암 세포 주위 건강한 장기와 피부에 후유증을 남기는 문제가 있다.

최근 과학자들은 수술을 대체하고 방사선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되는 새로운 암 치료 방법을 찾고 있다. 이 중 플라즈마는 가장 현실성이 높은 대안으로 손꼽히고 있다. 플라즈마는 고온에서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상태로, 고체·액체·기체에 이어 제4의 물질 상태로 불린다.

플라즈마는 암세포만 골라 선택적으로 없애는 데 유용하게 쓰인다. 플라즈마를 쏘면 수술 없이 암을 치료하고 수술 후 방사선 치료를 하지 않아도 재발 위험이 떨어진다. 국내 기업인 아이비엠솔은 플라즈마를 쏘아 자궁경부암 전단계인 자궁 이형성증을 치료하는 의료기기를 개발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탐색임상 시험을 목표로 하고 있다.

권병수 아이비엠솔 대표(경희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유전자 치료와 플라즈마를 연구하는 과학자이면서 의사이다. 권 대표는 산부인과 전문의가 되고 나서 플라즈마를 연구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 2020년 아이비엠솔을 처음 창업했다. 지난 11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병원에서 권 대표를 만났다. 아래는 일문일답.

–플라즈마는 ‘핵융합’에서 많이 들었다. 항암치료에 쓰는 것과 같나.

“핵융합에서 말하는 플라즈마와 동일하다. 플라즈마는 기체가 에너지를 받아 이온화된 상태를 뜻한다. 인체에 플라즈마를 쏘면 활성산소(ROS)와 활성질소(RNS)가 생긴다. 활성산소는 원래 우리 몸에서도 나온다. 외부에서 병원체가 들어오면 디옥시리보핵산(DNA)이나 리보핵산(RNA)를 변질시켜 없애는 역할을 한다. 이게 지나치면 세포까지 영향을 미쳐 암으로 발전한다. 건강한 사람은 활성산소를 잘 조절하고 암을 막고 면역계가 제 역할을 잘 한다.”

–병원에서 활용하는 사례가 있는지 궁금하다.

“지금도 플라즈마를 이용해 인공적으로 활성산소와 활성질소를 만들어 환자 치료에 얼마든지 쓸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피부과에서 쓰는 기기다. 피부에 플라즈마로 방전된 활성산소를 쏴서 피부를 재생하는 방식이다. 과거에는 초고온 진공 상태에서만 플라즈마를 만들었다. 하지만 대기압 40도 이하에서 만드는 방법이 알려지면서 사람에게도 적용할 수 있게 됐다.”

–석사는 분자생물학, 박사는 플라즈마 연구로 학위를 받았다.

“원래부터 암 연구에 관심이 많았다. 암 유전자 치료 연구를 하면서 임상 쪽으로 더욱 현실성 있는 연구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의학전문대학원에 들어갔다. 분자생물학과 기초의학 석사가 있고 임상 의학을 배우고 있으니 의공학을 연구하면 더 폭넓게 지식을 쌓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플라즈마를 이용한 암 치료를 주제로 박사 학위 논문을 썼다. 암 치료 방법을 연구하고 싶어서 산부인과 전문의가 됐다. 암 치료 의사는 수술을 하는 외과의사와 항암치료를 하는 내과의사로 나뉜다. 매력적이게도 산부인과는 부인암을 직접 수술하고 항암 치료를 한다. 외과의사이자 내과의사인 셈이다.”

아이비엠솔에서 개발한 바이오플라즈마 기반 자궁경부상피내암 비침습 정밀 근접치료기다. 줄여서 ‘플라즈마 암 치료기기’라 부른다. 프로브 보양이 자궁의 해부학적인 구조와 꼭 들어맞게 생겼다./경희대병원

–회사가 개발한 장비를 소개해 달라.

“바이오플라즈마 기반 자궁경부상피내암 비침습 정밀 근접치료기가 있다. 줄여서 ‘플라즈마 암 치료기기’라고 부른다. 자궁경부에 프로브를 닿게 하고 플라즈마를 쏴서 암세포를 없애는 방식이다. 플라즈마를 만드는 본체와 플라즈마를 쏘는 프로브, 자궁경부를 보는 영상 장치로 구성된다. 프로브는 1회용이고 내시경카메라가 달려 있다. 자궁경부암 이전 단계인 이형성증을 치료하는 기술도 개발 중인데 내년 상반기 탐색임상시험을 앞두고 있다. 기본 장비는 같고 프로브만 다르게 해 유방암 치료 기술도 개발했다. 2026년 상반기 탐색임상을 계획하고 있다. 뇌종양 치료용으로 프로브만 바꾼 장비는 2027년 상반기 탐색임상에 들어간다.”

–자궁 이형성증과 유방암, 뇌종양을 어떻게 치료하나.

“자궁경부암은 병변(비정상적인 세포나 조직)을 잘라내는 수술로 치료한다. 수술 후 방사선 치료를 하면 자궁이 단단해지면서 임신이 잘 안 된다. 뱃속에 태아가 있는 경우 조산이나 유산 위험도 크다. 그래서 암이 되기 전 자궁 이형성증을 발견해 조기에 치료하는 일이 중요하다. 우리가 개발한 장비는 수술하지 않고도 자궁 이형성증을 치료할 수 있다. 5분 이상 플라즈마를 쏴도 화상을 입지 않는다. 또 자궁경부암의 발생 원인인 인체유두종바이러스(HPV)를 억제해 면역력을 활성화하는 효과도 확인했다. 유방암과 뇌종양은 수술 부위에 플라즈마를 쏘아 방사선 치료를 대체하는 방식이다. 암 수술 후 방사선 치료를 하면 주변의 건강한 장기와 피부에 후유증을 남기는데 플라즈마를 쏘면 후유증 없이 암이 재발할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해외에서 개발한 기술과 차별점은 무엇인가.

“플라즈마 암 치료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시작하는 단계다. 미국 헬스케어 기업인 케네디헬리오스는 지난 202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플라즈마 암 치료기 임상 승인을 최초로 받았다. 이 회사는 지금은 임상 2상 시험을 하고 있다. 독일 에르베도 플라즈마로 암을 치료하는 의료기기를 개발했다. 이 회사 장비는 프로브에서 플라즈마가 아주 얇게 발사되는 ‘핀포인트 플라즈마’를 사용하고 있다. 암 병변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핀포인트 기술로는 골고루 치료하기 어렵다. 의사마다 치료 효율이 달라서 표쥰화하기 어렵다. 반면 우리 장비는 ‘대면적 플라즈마’를 쓴다. 자궁의 해부학적 구조에 딱 들어맞는 형태의 프로브를 쓰는 방식이다. 자궁경부에 대고 플라즈마에 쏘면 병변 전체를 한 번에 치료할 수 있다. 수술 없이도 암을 치료할 길이 열린 셈이다.”

–자궁경부 전체에 플라즈마를 쏘면 부작용은 없는가.

“건강한 세포는 플라즈마를 만나도 부작용이 없다. 여러 학술 논문을 통해 학계가 이미 검증했다. 플라즈마는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공격한다. 건강한 세포와 암세포에 똑같이 플라즈마를 쏴도 암세포가 더 빨리 죽는다. 암세포는 분열 속도가 빠르고 그만큼 대사량이 높다. 활성산소를 많이 만들기 때문이다. 대개 암세포는 플라즈마를 30초만 노출해도 죽는다. 건강한 세포를 죽이려면 수 분 걸린다. 자궁경부를 모사한 돼지고기를 이용해 플라즈마를 쏘는 실험 결과 안전성을 확보했다.”

–피부암 외 다른 암에 상용화 되지 않았던 이유는.

“플라즈마가 발생시키는 활성산소는 몸속 깊이 들어가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단 몇 ㎜ 들어가는 수준이다. 그래서 인체에 매우 안전하지만 적용할 수 있는 암이 제한적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연구된 분야가 피부암이다. 산부인과 의사라서 질 내부를 진단하는 질경을 이용하면 자궁경부암과 이형성증 치료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일찍 했다. 플라즈마는 피부층을 통과하지 못하는데 자궁경부는 피부층이 없이 점막으로만 이뤄져 있다. 플라즈마를 이용하면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없애는 방식의 새로운 치료가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들 장비를 만들었다.”

–앞으로 어떤 기술을 개발할 계획인가.

“플라즈마 암 치료기기를 자궁경부암 치료용으로 개발하고 유방암, 뇌종양 같은 다른 고형암으로 확장할 생각이다. 복막과 난소암을 치료하는 의료기기를 개발하고 3년 뒤 임상시험할 계획이다. 플라즈마 기술을 쓰는 생활가전도 생각하고 있다. 생활 속 곳곳에 쓰이는 살균 기기를 플라즈마를 이용하는 것이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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