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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경로당·도서관으로…지자체, 어르신 무더위쉼터 운영


계속되는 무더위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무더위가 계속된 21일 오후 한 시민이 서울역 앞 쪽방촌에 설치된 쿨링포그 아래를 지나가고 있다. 2024.6.21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정윤주 이미령 기자 =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3.9도를 기록한 21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공원 한가운데 놓인 대형 팔각정에는 수십명의 어르신이 햇빛을 피해 둘러앉아 있었다.

어르신들은 맨발로 앉아 대화를 나누거나 연신 부채질하며 더위를 식혔다. 넓게 편 종이상자 위에 누워 낮잠을 청하는 어르신도 있었다.

공원 인근에 집이 있는 경우가 많지만, 더위를 피해 멀리서 온 노인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서울 관악구에서 왔다는 황모(80) 씨는 "그래도 이곳에 앉아 있으면 그늘도 있고 바람이라도 불어서 선선하다"며 "집은 너무 더워서 통 있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탑골공원 북문과 동문 인근에는 삼삼오오 모여 그늘에서 바둑을 두는 어르신들도 눈에 띄었다.

구경꾼들은 바둑을 두는 어르신들을 둘러싼 채 연신 부채질하며 "어유, 거기에 놓으면 어떡하냐", "그렇게 하면 안 되지" 등의 훈수를 놓기도 했다.

경기도 평택에서 왔다는 장모(82) 씨는 "집에 혼자 있으면 할 것도 없는데 이렇게 공원에 나와서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고 바둑 두는 것도 보는 게 그나마 얼마 안 남은 낙"이라며 웃었다.

불볕더위가 이어지는 요즘, 공원이나 도서관 등 공공시설로 피서를 떠나는 어르신이 많다. 연금과 자식들한테 받는 용돈으로 이어가는 빠듯한 생활 속에서 냉방비를 아낄 수 있고 외로움도 달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한 공원에서 만난 김모(87) 씨는 한낮의 불볕더위를 피해 이른 아침 집에서 나와 공원이나 도서관 등에서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그는 "아들 부부네 집에 얹혀사는데 냉방비 때문에 함부로 에어컨을 켜거나 선풍기를 계속 틀고 있기 어렵다"며 "사방이 뚫린 공원에 나오면 그나마 바람이 통해 시원하고 답답하지 않다"고 말했다.

탑골공원 팔각정에서 더위를 식히는 어르신들
[촬영 정윤주]


지하철 역사로 몸을 피하는 노인들도 있다. 서울 지하철 3호선 대청역 역사에 마련된 쉼터에서도 어르신 대여섯명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경로당이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문을 열지 않기 때문에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더위를 피한다는 어르신도 있다.

채모(87) 씨는 "지하철을 타고 하루 종일 종점에서 종점까지 다닌다"며 "지하철은 무료니 그렇게라도 에어컨 바람을 쐰다"고 했다.

지방자치단체는 어르신들을 위한 쉼터를 운영하기도 한다.

서울시는 어르신이 방문하기 쉬운 접근성 좋은 위치에 2천4개의 어르신 무더위쉼터를 마련했다. 관공서, 경로당, 도서관 등을 활용한 일반 쉼터는 오전 9시∼오후 6시 운영한다. 폭염특보가 발령되면 오후 9시까지 운영시간을 연장한다.

강북구는 오는 7∼9월 저소득 어르신을 위한 '무더위 안전숙소'를 운영한다. 이곳은 폭염특보 발효 시 65세 이상 어르신들이 더위를 피해 지낼 수 있는 숙소다.

강북구는 올해 숙박업소 10곳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어르신들이 1인당 최대 6일까지 무료로 숙소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노인들이 집 밖에서 단순히 더위를 식히는 데서 더 나아가 일상을 더 알차게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직장인 김모(52) 씨는 "예전에는 부모님이 구청에서 운영하는 무료 꽃꽂이·노래 교실에 참가하며 즐거워하셨는데 요즘에는 어찌 된 일인지 그런 프로그램이 눈에 띄지 않는다"며 "아직 건강한 부모님이 소일거리 없이 시원한 곳만 찾아다니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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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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