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사우디 보건부 장관 이례적 사망자 수 밝혀
작년 6배 넘어···숨진 이 당국 허락받지 않아
CNN 방송은 성지순례 다녀온 이들 증언보도
"순례객 보호할 의료진, 물 등 충분하지 않아"
최근 하지기간과 폭염 겹쳐 순례 사망 급증
순례자들이 지난 15일 성지인 사우디아라비아 메카 근처 아라파트 산 정상에 모여 있다. AP=연합뉴스

[서울경제]

낮 최고기온 50도를 넘나드는 '살인 더위' 속에서 치러진 이슬람 정기 성지순례(하지) 사망자가 1300명을 넘긴 것으로 24일(현지시간) 확인됐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SPA 통신에 따르면 파하드 알잘라젤 보건부 장관은 이날 국영 TV에 출연해 하지 기간 온열질환으로 숨진 이가 총 1천301명으로 집계됐다고 이례적으로 밝혔다.

이는 작년 사망자 200여명의 약 6배가 넘는 수치다.

올해 성지순례의 사망자 관련 공식 집계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엿새간의 하지가 지난 19일 마무리된지 5일 만이다. 알잘라젤 장관은 많은 사망자가 신분증을 소지하지 않은 탓에 신원 확인과 시신 처리에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알잘라젤 장관은 숨진 이들의 약 83%가 사우디 당국의 순례 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들은 땡볕 아래 제대로 된 휴식처나 회복 없이 먼 거리를 도보로 이동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사망자 중 다수는 노인 또는 만성 질환자였다"며 사망자들에게 애도를 표했다.

알잘라젤 장관은 순례객 중 열사병 등 증세를 보이는 이들에게 총 46만5천건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이 가운데 14만1천건은 순례 미허가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사우디에서는 지난 17일 메카 대사원 마스지드 알하람의 기온이 섭씨 51.8도까지 치솟는 등 하지를 전후로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매년 이슬람력 12월 7∼12일 치러지는 하지는 무슬림이 반드시 행해야 할 5대 의무 중 하나이며 가장 성스러운 종교의식으로 꼽힌다. 재정 여건이 허락하는 한 일생 반드시 한 번은 이슬람 발상지인 메카와 메디나를 찾아야 한다.

이슬람력의 1년은 그레고리력보다 10일 정도 짧아서 성지순례 기간이 매년 당겨지기 때문에 여름철과 겹치기도 한다.

앞서 22일 미국 CNN방송은 성지순례를 다녀온 이들의 증언을 빌어 현지에서 순례객들을 보호할 의료진과 기본 시설, 물 등이 충분히 제공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인도네시아 출신의 아흐마드(44)는 “집에 오는 길에 숨진 순례객들을 많이 봤다”며 “거의 수백 미터마다 하얀 천으로 덮인 시신이 누워 있었다”고 말했다. 또 길에서 의료진이나 구급차는 전혀 보지 못했다며 “지역 주민이나 단체가 물을 배급할 때마다 순례자들이 즉시 몰려들었다”고 전했다.

21일 사우디에서 런던으로 돌아온 자리르 알리(40)는 “사람이 너무 많고 의료진이 부족했다”며 “그들은 최악 중 최악의 상황이 일어나기만을 기다렸고, 그래야만 조치를 취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람들이 기절하는 일이 다반사였다며 “사람들이 고통받는 모습을 보니 하지에 집중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 기간에 부모를 잃은 한 미국인의 사연도 전해졌다. 사이다 우리의 부모는 여행사 패키지 상품을 통해 평생의 꿈이던 성지순례를 떠났지만, 메카의 아라파트 산에서 실종됐다.

그는 이후 사우디 제다 주재 미국 영사관으로부터 자신의 부모가 지난 15일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사인은 열사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여행사가 성지순례에 필요한 적절한 교통수단이나 증명서를 제공하지 않았고, 필요한 식량과 물품도 부족했다고 호소했다.

서울경제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0735 대통령 만난 전공의 대표 "대한민국 의료 미래는 없다" 작심비판 랭크뉴스 2024.04.04
40734 필리핀 세부서 한국인 무장강도들 경찰과 총격전‥1명 사망 랭크뉴스 2024.04.04
40733 성전환 후 ‘강제 전역’ 고 변희수 전 하사 순직 인정 랭크뉴스 2024.04.04
40732 긴 여정 끝 중국 도착 푸바오…맨손 ‘쿡’ 홀대 논란도 랭크뉴스 2024.04.04
40731 한미사이언스, 자사주 156만주 소각 의결… “주주 환원” 랭크뉴스 2024.04.04
40730 경기교육청, 사전투표 하루 전 야당 후보 ‘학부모 갑질’ 의혹 재조사 랭크뉴스 2024.04.04
40729 대마젤리·전자담배까지…일상 파고드는 마약 범죄 랭크뉴스 2024.04.04
40728 영화티켓 부과금 폐지에 업계 반발… 정부 “영화 지원은 계속” 랭크뉴스 2024.04.04
40727 여야 "살얼음판 승부"... 투표율 오르면 '尹 심판' vs '이·조 심판' 동상이몽 랭크뉴스 2024.04.04
40726 한미사이언스, 화합 택했다…모자 공동대표 체제로 랭크뉴스 2024.04.04
40725 박단, 140분 대통령 면담 후…"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다" 랭크뉴스 2024.04.04
40724 與 ”국민 기만한 ‘불법 대출’ 양문석… 후보 사퇴해야“ 랭크뉴스 2024.04.04
40723 윤 대통령과 140분 면담한 전공의 대표‥"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어" 랭크뉴스 2024.04.04
40722 ‘블랙아웃’ 전 마지막 여론조사···지역구 접전·비례는 조국혁신당 선전 랭크뉴스 2024.04.04
40721 민주당, 총선 막판 악재 ‘김준혁·양문석·공영운’ 3인방 안고 가는 이유는 랭크뉴스 2024.04.04
40720 내일과 모레 사전투표‥투표함 보관 CCTV 공개·투표소 보안 강화 랭크뉴스 2024.04.04
40719 "이틀 전 마신 커피에 벌레가?"... 악성 후기에 벌벌 떠는 자영업자들 랭크뉴스 2024.04.04
40718 새벽 출근길 돕는 오세훈표 자율주행버스, 도봉·수유·영등포로 확대 랭크뉴스 2024.04.04
40717 전종서, 학교폭력 의혹 부인… “허위사실 유포 법적 대응” 랭크뉴스 2024.04.04
40716 내일부터 이틀간 사전투표…뜨거운 사전투표 열기 누구에게 유리할까 랭크뉴스 2024.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