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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 중인 ‘채상병 수사외압 의혹’ 사건이 또 한 번 분기점을 맞게 됐다. 공수처 입장에서는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채상병 특검법’ 입법 청문회에서 나온 각종 발언의 사실 관계를 따져봐야 하는 상황인데다 국회의 특검법 통과 압박도 더 거세졌기 때문이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유재근 전 국방부 법무비서관 등이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채상병특검법'에 대한 입법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인선서를 하는 동안 선서를 거부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자리에 앉아 있다. 전민규 기자

청문회에선 채상병 사건 기록이 경북경찰청에서 국방부로 돌연 회수된 8월 2일과 ‘VIP 격노설’이 등장한 7월 31일에 대해 관련자 진술이 엇갈렸다. 지난해 8월 2일 윤석열 대통령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세 차례(낮 12시 7분, 12시 43분, 12시 57분), 임기훈 전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과 한 차례(오후 1시 25분),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과 한 차례(오후 4시 21분) 통화했다. 박정훈 대령 측은 이 통화가 수사 외압의 증거가 된다고 주장해왔다.

신 전 차관은 청문회에서 8월 2일 윤 대통령과 약 10초간 통화 내용에 대한 질문을 받고 “그것은 회수에 관련한 거고 외압을 행사한 것은…”이라고 답했다. 이 발언은 당시 윤 대통령과의 통화가 회수와 관련됐다는 취지로 해석돼 논란이 됐다.

기록 회수와 관련한 유재은 법무관리관의 증언도 대통령실 개입 의혹을 키웠다. 중앙일보가 확보한 통신기록에 따르면, 유 관리관은 지난해 8월 2일 오후 1시 42분쯤 임 전 비서관과 2분 12초간 통화했다. 해병대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사건 이첩을 마무리한지 2시간여 지난 때였다. 통화 내용을 묻는 이건태 민주당 의원 질의에 유 관리관은 “(임 전 비서관이) 경북경찰청에서 전화가 올 것이라고 말해줬다”고 답했다. 채 상병 사망사건 조사 기록이 경찰에 이첩됐다가 회수되는 과정에 대통령실이 관여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증언이었다. 다만 유 관리관은 “전화가 오면 어떤 식으로 대화하라는 지시를 받지 않았느냐”는 질문엔 “전화가 올 것이라는 안내만 해줬다”고 답했다. 임 전 비서관은 이와 관련해 “경찰청과 통화한 바 없다”고 말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대화하는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이른바 ‘VIP 격노설’이 등장한 지난해 7월 31일과 관련해서도 증언은 엇갈렸다. 특히 7월 31일 오후 2시쯤 이 전 장관이 주재한 회의에서 정종범 전 해병대 부사령관이 받아적었다는 이른바 ‘정종범 메모’에 관련한 증언에 이목이 쏠렸다. 이 메모엔 ‘누구누구 수사 언급하면 안 됨’ ‘사람에 대해서 조치‧혐의는 안됨’ 등 사건 처리 지침으로 보이는 내용이 담겼다.

정 전 부사령관은 앞선 군 검찰 수사 과정에서 “메모 내용은 유재은 관리관의 발언”이라고 말했지만, 유 관리관은 청문회에서 “(메모 내용은) 장관님의 말씀을 적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종섭 전 장관은 “(메모 속) 10가지 지시사항을 제가 다 지시한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메모 내용에 대해 당시 국방부 장관·법무관리관, 해병대 부사령관의 진술이 미묘하게 다른 셈이다.

공수처는 청문회에 나온 관계자 진술이 엇갈리는 점을 주목해, 그 진위 여부를 따져볼 계획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국회 입법 청문회에서 나온 관계자 진술도 수사 과정에서 따져볼 예정이다”며 “직권남용죄는 사실관계가 나온다 하더라도 법리 검토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진술 내용이 엇갈리는 대목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겠다”고 설명했다.

특검법 통과 압박도 공수처로서는 숙제다. 더불어민주당은 채상병 순직 1주기(7월 19일)를 앞둔 6월 임시국회 안에 특검법의 본회의 처리를 공언했고, 여권 일각에서도 특검법 통과에 힘을 실어서다. 국민의힘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23일 “국민의힘은 특검을 반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제가 당 대표가 되면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선포했다.

박경민 기자

공수처 수사는 지난해 8월 박정훈 대령이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과 유재은 법무관리관에 대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의혹 고발장을 접수하며 시작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 유 관리관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며 첫 강제수사에 나섰고, 지난 4월엔 유 관리관을 소환하며 주요 피의자 조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공수처는 ‘윗선’으로 지목된 이 전 장관이나 신 전 차관, 대통령실 관계자에 대해서는 “아직 소환 단계가 아니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법 통과는 아직 미지수이고, 통과되더라도 특검이 형태를 갖추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며 “그때까지 할 수 있는 조사를 최대한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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