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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사관 “비문 문구 사실과 달라···편향적”
발레벨라 시장 “韓 여성 피해자들, 전세계 전쟁폭력 고통받는 여성 대표”
2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스틴티노시 사르데냐섬 바닷가 휴양지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사진=정의기억연대 제공

[서울경제]

이탈리아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기 위한 ‘평화의 소녀상’이 22일(현지시간) 설치된 가운데, 일본 외교당국이 소녀상 옆에 새겨진 비문이 편향적이라며 지방자치단체에 민원을 제기하고 수정 요구에 나섰다.

23일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은 이탈리아 스틴티노시 사르데냐섬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이 열렸다고 밝혔다. 소녀상은 스틴티노 시청에서 약 200m 떨어진 공공부지에 세워졌다. 사르데냐섬 소녀상은 해외에 설치된 14번 째 소녀상이다.

제막식에 참석한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일본군 위안부가) 한·일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수많은 여성의 경험과 목소리를 반영한다”며 “(이 소녀상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젠더 폭력에 맞서는 투쟁과 평화에 대한 희망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리타 발레벨라 스틴티노 시장은 제막식에서 “전시 성폭력은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팔레스타인, 우크라이나 등 분쟁 지역에서 오늘날에도 발생하는 문제”라면서 “‘평화의 소녀상’을 세움으로써 비극적인 전쟁의 피해를 본 모든 여성의 고통의 외침에 연대하게 됐다”고 했다.

‘평화의 소녀상’ 옆에 앉은 리타 발레벨라 시장. 사진=정의기억연대 제공


소녀상 옆에는 ‘기억의 증언’이라는 제목의 비문이 별도로 새겨졌다. 해당 비문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수많은 소녀와 여성을 강제로 데려가 군대의 성노예로 삼았다는 내용 등이 적혔다. 특히 위안부의 역사를 부정하며 소녀상을 철거하려고 하는 일본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일본 외교당국은 해당 비문을 문제 삼으며 소녀상 제막을 막고자 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 20일 스즈키 사토시 주(駐)이탈리아 일본 대사가 현장을 찾아 소녀상에 붙은 비문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안내문 수정과 제막식 연기를 요청했다.

발레벨라 시장은 이에 “제막식 연기는 불가하나 문구 내용의 사실 여부는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일본 교도통신은 “이날 현장에서 취재한 결과, 시장이 ‘한·일 양국 입장을 병기한 내용으로 바꾸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이 정의연 이사장은 연합뉴스를 통해 “발레벨라 시장을 만나 확인한 결과, 본인이 일본 대사를 만났을 당시 비문 변경을 언급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비문을 고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일본은 이탈리아 소녀상에 대해 항의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NHK는 주이탈리아 일본 대사관이 “다양한 관계자에게 우리나라의 입장에 대해 설명하고, 강한 우려를 전하는 동시에 적절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각국에 자리 잡은 소녀상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지난 2020년 9월 유럽 최초로 독일 베를린시 미테구에 설치된 소녀상은 철거 위기에 있기도 하다. 미테구청은 설치 직후 일본 정부가 소녀상 옆에 적힌 비문이 “사실에 반한다”며 항의하자 소녀상 철거를 명령했다. 이후 재독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가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철거는 임시보류됐다.

2020년 9월 독일 베를린시 미테구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연합뉴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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