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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차대전으로 석사 논문 작업 중단
학위 마치지 못했으나, 지역 사회 교육 헌신
스탠포드대 대학원 졸업장 품에 안아
83년 만에 석사 학위증을 품에 안은 105세 버지니아 히슬롭. ABC 뉴스 홈페이지 캡처

“세상에나, 너무 오랫동안 기다려온 순간이에요.”

세계 2차 대전으로 인해 대학을 떠나야 했던 105세 노인 여성이 83년 만에 대학원 졸업장을 품에 안았다.

버지니아 히슬롭(105)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열린 학위 수여식에 참석했다.

다니엘 슈워츠 스탠퍼드 교육대학원 학장은 히슬롭을 무대로 소개했다. 히슬롭은 무대 위로 걸어 나가는 그의 모습에 히슬롭의 가족과 졸업생들은 모두 일어나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히슬롭은 슬하에 두 명의 자녀, 네 명의 손자, 아홉 명의 증손자를 두고 있다.

졸업장을 수여한 슈워츠 학장은 지난 19일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히슬롭을 무대로 소개하면서 내가 울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내가 눈물을 글썽이기도 전에 관중석으로부터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며 학위 수여식 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88년 전인 1936년 히슬롭은 스탠퍼드대 교육학과에 신입생으로 입학했다. 학사 졸업 이후에도 가르치는 사람이 되겠다는 꿈을 품고 교육대학원에 진학했다.

그러나 히슬롭이 석사 과정을 밟고 있던 1941년 그의 연인이었던 조지가 세계 2차 대전에 징집되면서 그는 학업을 중단하고 결혼해 남편인 조지의 부대가 있는 오클라호마주로 떠났다. 전쟁 이후에는 워싱턴주로 이주해 두 아이를 키웠다.

히슬롭은 이로 인해 최종 논문 작업이 중단돼 석사 과정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지역사회 내에서 교육을 향한 헌신을 멈추지 않았다. 여학생에게 고등 영어 대신 가계(家計)를 가르치던 당시 중학교 교육 과정에 반대하는 운동을 펼쳤고, 워싱턴주의 독립 전문대가 모인 교육구를 조성하기 위한 로비 활동도 했다. 워싱턴주 헤리티지 대학 설립에 참여하고 600만 달러(약 83억원)의 장학금을 모금하는 데 이바지하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히슬롭의 사위가 그녀의 졸업 가능 여부에 대해 대학에 문의했고, 스탠퍼드대가 히슬롭이 살아온 과정에 더 이상 논문이 필요하지 않다고 답하면서 히슬롭은 졸업 요건을 갖추게 됐다.

지난 16일 학위 수여식에 참석한 다니엘 슈워츠 스탠퍼드 교육대학원 학장(왼쪽)과 버지니아 히슬롭(오른쪽). ABC 뉴스 홈페이지 캡처

히슬롭은 미국 ABC 방송의 굿모닝아메리카(GMA)와의 인터뷰에서 “가짜 겸손은 떨고 싶지 않다”며 “나는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슈워츠 학장은 히슬롭을 “형평성과 학습 기회를 열렬히 옹호한 사람”이라고 소개하며 졸업장을 수여했다. 슈워츠 학장은 “교육에 많은 관심을 갖고 다른 이의 배움을 위해 일생을 바친 사람을 기념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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