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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직 인정 뒤 현충원 이장 하루 앞 추모대회
2022년 2월27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유플렉스 광장에서 열린 고 변희수 하사 1주기 추모 문화제에 놓인 꽃 가운데, 사진 속 변 하사가 밝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사랑하는 희수야, 너의 예쁜 이름이, 아름다웠던 꿈이 참 좋아. 잘 자. 우리는 계속 깨어서 너와 동료들을 바라볼게.”(상훈 청소년성소수자지원센터 띵동 상임활동가)

고 변희수 하사의 국립대전현충원 이장을 하루 앞둔 23일 저녁 7시, 서울 용산구 용산역 광장에서 ‘고 변희수 하사 순직 결정 및 국립대전현충원 이장 시민 추모대회’가 열렸다. 변 하사의 혼이 찾아온 듯 때아닌 거센 바람이 시민단체 깃발을 세차게 흔들어댔다. 추모대회를 찾은 70여명의 시민은 추모 영상과 발언, 공연이 이어지는 내내 무거운 표정으로 이따금 눈가를 닦았다.

사회를 맡은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변 하사가 세상을 떠난 뒤 3년이 지났다. 참 긴 시간이었다”고 운을 뗀 뒤, “여러 우여곡절을 지나 변 하사가 군인의 명예를 되찾았다. 마침내 제자리로 왔다 싶지만, 그 제자리가 국립묘지라는 사실이 한편으로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역 광장에서 열린 고 변희수 하사 순직 결정 및 대전현충원 이장 시민 추모대회에서 윤선주 군인권센터 군성폭력상담소 상담팀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변 하사를 여러 차례 만나 응원의 목소리를 전했다는 윤선주 군인권센터 군성폭력상담소 상담팀장은 “한때 저는 세상을 향해 목소리 내는 희수님이 참 무모해 보였다. ‘아직 어려서일 거야.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은데.’하며 걱정이라는 포장을 씌워 희수님을 어린아이로 단정했다”며 “그러나 지나고 보니 희수님은 불평등한 세상을 인식하고 목소리를 내는 진정 어른이었다”고 말하며 흐느꼈다.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자 초대 군 인권보호관으로 변 하사의 강제 전역 처분이 인권 침해라는 결정을 내렸던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평등이 법에 쓰여 있다고 자동으로 실현되는 게 아니다. 평등이 우리 삶 속에 자연스레 녹아들기 위해선 어떤 때는 피와 땀이, 눈물이, 때론 죽음이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소리 내지 않으면 평등은 우리 삶의 일부가 될 수 없다. 그것을 저는 변희수님을 통해 뼈저리게 느낀다”고 말했다.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역 광장에서 열린 고 변희수 하사 순직 결정 및 대전현충원 이장 시민 추모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추모 묵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모대회를 찾은 시민들도 그가 남긴 발자국을 돌아봤다. 시민 자유발언에 나선 이연수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활동가는 “저 역시 트랜스젠더 여성으로 살아가고 있다. 차별과 혐오라는 총탄이 빗발치는 이 사회에서 매일매일 전쟁 같은 삶을 살아내고 있다”며 “이런 제게 변 하사님이 쏘아 올린 대포 같은 용기는 큰 위로와 힘이 됐다”고 그를 기억했다. 이어 “군대가 소수자를 배제하며 오와 열을 맞출 때, 누군가는 그야말로 오열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며 “앞으로 소수자가 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홀로 외롭게 싸우지 않을 수 있도록 이 전쟁터 같은 사회를 기갑처럼 돌파해보겠다”고 변 하사의 말을 되새겼다. 변 하사는 생전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기갑의 돌파력으로 차별을 없애겠다”고 말한 바 있다.

변 하사가 강제 전역될 당시 군 복무 중이었던 ㄱ(27)씨는 “성소수자 당사자이자 군인으로서 변 하사의 전역 소식이 남 일 같지 않았다”면서도 “오늘 그동안을 돌아보면서 ‘(변 하사의 싸움에 대한) 나의 관심과 연대가 과연 충분했던가’ 하는 반성을 했다”고 말했다.

변 하사의 국립묘지 안장은 변 하사가 숨진 지 3년1개월 만인 지난 4월4일, 국방부가 변 하사의 순직을 인정하면서 이뤄지게 됐다. 2017년 육군 하사로 임관한 변 하사는 2019년 군단장의 허가를 받고 남성에서 여성으로의 성확정 수술을 받았음에도 2020년 1월 강제 전역 조처됐고, 이듬해 3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021년 10월 법원은 변 하사에 대한 강제 전역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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