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뉴시스


지난 13일 오후 2시 서울남부지법 409호 법정. 야구선수 류현진의 라면 광고 계약금 일부를 가로챈 혐의로 기소된 전 에이전트 전모(49)씨가 선고 공판에 불참했다. 지난 4월 18일에 이어 두 번 연속 재판에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전씨는 2013년 류현진에게 지급해야 할 광고료 가운데 15만 달러(약 2억원)를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전씨에 대해 징역 5년을 구형했지만 전씨가 잇따라 재판에 나오지 않으면서 선고는 또 미뤄지게 됐다.

지난 14일 조세 포탈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는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도 광주지법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다. 허씨가 뉴질랜드에 머무르며 4년 넘게 법정에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2019년 8월 첫 재판 이후 심장질환과 코로나19로 인한 이동 어려움 등을 이유로 법정 출석을 피하고 있다.

최근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이 법정에 나타나지 않는 방식으로 선고를 지연시키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이에 재판이 수개월에서 수년에 이르기까지 미뤄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사법부가 재판부의 행정력 낭비를 막기 위해 피고인들의 불출석 꼼수를 방지할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법원은 피고인의 정당한 사유 없는 불출석이 반복되면 구속영장을 발부할 수 있다. 그러나 피고인이 몇 번 이상 재판에 나오지 않을 때 영장을 발부한다는 식의 규정은 따로 없다. 설령 영장이 발부됐더라도 집행까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기준 재판 불출석과 관련해 발부된 구속영장 건수는 1만721건이었다. 하지만 집행은 4168건(38.9%)에 그쳤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의 지능적 도피 수법과 한정된 검거 인력 등으로 구속영장 집행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이른바 ‘공시송달’ 절차를 거쳐 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재판부가 선고를 내리는 방법도 있다. 공시송달은 피고인 등이 서류를 받지 않고 재판에 불응할 때 관보에 내용을 게재한 뒤 이를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그러나 선고 이후 피고인이 ‘재판 진행을 알지 못해 항소도 못했다’며 상소권 회복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몽니를 부릴 가능성이 있다.

김성천 중앙대 법학과 교수는 “피고인이 제때 출석하지 않으면 판사의 영장 발부부터 피고인을 잡기까지의 행정력이 추가 투입된다”며 “보란 듯이 재판에 불출석하지 않는 이들이 있고, 일부가 그런 행태를 답습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피고인이 법정에 나오지 않아도 재판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 규정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예상되는 경미한 사건은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아도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 이런 사유를 더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피고인이 선고를 앞두고 도망가거나 재판 중인 사실을 알면서도 소재 불명인 경우에는 불출석 재판 요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형사소송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피고인이 자신이 법정에 나가지 않아도 재판이 그대로 진행된다고 하면 굳이 불출석할 이유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9802 AI가 채팅방 끼어들더니…잘파세대 사이에 ‘신개념 SNS’ 유행 랭크뉴스 2024.06.27
39801 [속보] 볼리비아軍, 장갑차 앞세워 대통령궁 진입…"쿠데타 진행중" 랭크뉴스 2024.06.27
39800 여제자에 "사랑한다, 여신님"…교총회장 편지, 내부서도 시끌 랭크뉴스 2024.06.27
39799 한국서 나고자란 이주청소년... 취업 못하면 나가라니 '무슨 날벼락' 랭크뉴스 2024.06.27
39798 '메이셀'의 과거도 수상하다…외국인 불법파견 위해 만든 업체? [화성 리튬공장 참사] 랭크뉴스 2024.06.27
39797 용인 전철역 옆에도 폐가…2040년, 서울도 '빈집 쓰나미' 온다 랭크뉴스 2024.06.27
39796 북한, 오물풍선 사흘연속 살포‥한달 새 일곱번째 랭크뉴스 2024.06.27
39795 소동파를 ‘우주대스타’로 찬양?…고려를 원숭이로 욕한 혐한파였다[이기환의 흔적의 역사] 랭크뉴스 2024.06.27
39794 "경찰한테 사고 대신 냈다고 해"…여친에 허위 자백 시킨 변호사 결국 랭크뉴스 2024.06.27
39793 콜롬비아 고지대 대중교통 케이블카 추락…1명 사망·21명 부상 랭크뉴스 2024.06.27
39792 한은 뉴욕사무소 "AI 기술 발달, 통화정책 불확실성 더 높일 것" 랭크뉴스 2024.06.27
39791 "뜨겁지 말입니다"…후임병 호소에도 계급장 태워 화상 입힌 선임병 랭크뉴스 2024.06.27
39790 유명 호수에 다리 담갔다가…주먹만한 물집 뒤덮여 '충격' 랭크뉴스 2024.06.27
39789 '홀로코스트 부정' 독일 95세 노인 징역 16개월 랭크뉴스 2024.06.27
39788 윤 대통령, 정신건강 정책 ‘대전환’ 선언…내달부터 ‘전 국민 마음투자사업’ 랭크뉴스 2024.06.27
39787 "이렇게 컸네, 송일국씨 아니에요?"…삼둥이 만난 유재석 깜짝 랭크뉴스 2024.06.27
39786 DNA 가닥 오가며 유전자 이동…크리스퍼 넘는 차세대 편집기술 나와 랭크뉴스 2024.06.27
39785 러 외무차관, 한국대사에 "대결적 정책 재검토 촉구" 랭크뉴스 2024.06.27
39784 '폭스바겐 7조원 투자' 美전기차 리비안주가 23%↑…상승폭 줄어 랭크뉴스 2024.06.27
39783 "X이나 먹어라"…英 총리 집 호수에 들어간 남성, 바지 내리고 한 행동 랭크뉴스 2024.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