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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21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채상병특검법)에 대한 입법청문회에서 증언에 앞서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채 상병 순직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을 보직해임한 조치에 직권남용죄를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박 대령의 보직해임 전후로 윤석열 대통령과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이 통화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바 있는데, 윤 대통령이 보직해임 과정에 관여했다면 윤 대통령에게도 인사권 남용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있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라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국·과장 경질 인사를 지시했다가 직권남용죄로 처벌받은 바 있다.

23일 한겨레 취재결과 공수처는 이첩 당일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박 대령에게 보직해임을 통보하고, 뒤이어 국방부 검찰단이 박 대령을 집단항명수괴 혐의로 수사에 착수한 과정 전체를 ‘인사권 행사’로 보고, 이 과정에서의 직권남용죄 성립 가능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령은 사건자료를 경찰에 이첩한 지난해 8월2일 오후 12시45분 김 사령관으로터 ‘지금부터 보직 해임’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 통보 전후인 같은 날 오후 12시7분과 12시43분, 12시57분께 윤 대통령은 이 장관과 통화했다.

통상 보직해임은 보직해임심의위원회의 의결이 필요하다. 다만, ‘중대한 군 기강 문란, 도덕적 결함 등으로 즉시 보직에서 해임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보직에서 우선 해임한 뒤 7일 내에 보직해임심의위원회의 의결을 거칠수도 있다. 박 대령은 후자의 절차를 밟아 보직에서 먼저 해임되고, 엿새 뒤인 8일 열린 보직해임심의위원회에서 해임안이 의결됐다. 윤 대통령은 보직해임심의위가 열린 8일 오전 7시55분에도 이 전 장관과 통화했다.

박 대령 변호인인 김규현 변호사는 “보직해임 권한은 해병대 사령관에게 있지만, 그보다 윗선이 ‘네 권한을 행사하라’고 지시했다면 직권남용죄가 성립할 수 있다”며 “대통령의 경우 인사권과 직무범위가 포괄적이기 때문에 보직해임과 입건을 지시한 경우 직권남용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다면 이 사건 구조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와 유사하다. 2013년 8월 박 대통령은 유진룡 당시 문체부 장관 등을 청와대 집무실로 불러 수첩을 꺼낸 뒤 노아무개 국장과 진아무개 과장의 이름을 거명하면서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경질 인사 지시였다. 다음달 이들은 경질됐다.

외견상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한 이 사안을 검사 윤석열이 포함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범죄로 판단했다. 직권남용 및 강요 혐의를 적용했다. 1·2심 법원은 직권남용과 함께 강요죄까지 모두 유죄로 봤지만, 대법원은 강요죄를 무죄로 봤다. 다만, 직권남용죄는 끝까지 인정됐다.

‘보직해임 및 집단항명혐의 입건’과 관련해 이 전 장관은 지난 21일 열린 ‘채 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에서 윤 대통령의 개입 가능성을 부인했다. 그는 “국방부 검찰단장에게 (박 대령에게) 해당하는 조처가 무엇인지 수사를 지시했고, 사령관에겐 (박 대령의) 인사 조처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며 “두 가지 지시가 있고 난 다음 대통령실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21일 청문회에선 국방부 장관이 사건 이첩보류 명령을 문서가 아닌 구두로 지시한 것이 적절했느냐도 쟁점으로 거론됐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방부 장관이 결재한 사안(사건 이첩)에 대해 사령관이 이첩을 보류할 권한이 있나”라며 “보통은 결재 문서를 새로 올리거나 기안을 새로 하지 않나. 구두로 지시하면 바로 (이전 결재를) 취소할 수 있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도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을 상대로 “국방부 장관이 사건 이첩을 결재한 문건을 (구두가 아닌) 공문서로 취소했느냐”고 물었다. 유 법무관리관은 “공문서로 취소하진 않았다”고 답했다. 공문서로 취소하지 않은 결재 문건의 효력은 계속 유효하므로 박 대령의 사건 이첩은 정당했다는 것이 민주당 의원들의 주장이었다.

공수처는 사건 회수 뒤 국방부 조사본부에 재검토를 맡겨 혐의자를 8명에서 2명으로 줄인 과정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혐의자에서 제외된 과정에 대통령실과 국방부 사이에 어떤 지시가 오갔는지, 실제 ‘임성근 구명’ 목적이었는지 등은 향후 수사에서 밝혀야 할 대목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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