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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94명, 23일 대책위 출범 기자회견 
유학 포기한 대학생·결혼 미룬 직장인 등 
20세 사회초년생도 보증금 1억원 피해
"특별법도 보호 못하는 사각지대 여전해"
2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유플렉스 앞에서 열린 ‘신촌·구로·병점 100억대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한 피해자가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서울 신촌 대학가 한가운데 '전세사기'의 악몽이 찾아왔다. 피해자 대다수가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대학생과 사회초년생들로, 피해규모만 100억 원대에 이른다. 보증금을 잃을 위기에 처한 세입자들은 직접 거리로 나와 정치권에 전세사기특별법 개정과 함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세사기 피해자 94명으로 구성된 '신촌·구로·병점 100억대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대책위)는 2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유플렉스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전세사기의 주범으로 지목된 임대인 최모씨 소유의 서울 서대문구와 구로구, 경기 화성시의 건물 7채에 입주했다가 보증금 약 102억5,500만 원을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씨 소유의 건물 7채는 모두 경매에 넘어갔는데, 이 중 5채의 빌라가 서대문구 연희동 소재로 인근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의 피해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연세대에 다니는 이솔(가명)씨는 "학교에 기숙사가 없어 집을 구하던 때 중개인에게 해당 전세를 소개받았다"며 "해외에서 공부하고 국내로 돌아와 훌륭한 연구자가 돼 나라에 이바지하겠다는 제 20년을 바쳐온 꿈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내디딘 직장인들의 피해도 속출했다. 피해자들의 평균 나이는 31세. 부동산 거래 경험이 적은 1990년대생과 2000년대생이 전체 피해자의 85%나 됐다. 이들은 조금이라도 더 저렴한 집을 구하기 위해 다가구주택이나 업무용 오피스텔 등 불법 건축물을 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의 43%가 대출 미이용자로, 주거비를 줄이기 위해 대출이 필요 없는 저렴한 전세를 선택했다.

계약 당시 만 20세였던, 성인이 되자마자 전세사기의 늪에 빠진 피해자도 있었다. 겨울(가명·21)씨는 "19세 때부터 1년간 모은 돈 2,000만 원과 1억 원의 대출로 지난해 4월 전셋집을 마련했지만 지난 5월 건물 경매 안내서가 날아왔다"며 "다른 친구들은 학업에 열중하고,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을 때 모든 목표를 다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호소했다.

임대차계약 당시 빌라에 수억 원대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었지만, "문제가 없다"며 피해자들을 안심시킨 중개사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피해자 정수(가명)씨는 "세입자 중 62명이 계약한 신촌의 한 부동산은 집주인의 재정상황을 이야기하며 안전하다고 계약을 진행해 놓고 현 상황을 모른 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매물을 중개한 공인중개업자가 '중개대상물에 대한 확인·실행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피해자 지니(가명)씨도 "피해자 모두 국가에서 승인한 공인중개사를 끼고 계약을 맺었음에도 이런 사건에 휘말렸다"며 "은행에서도 무분별한 대출을 승인해 그들의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은 전세사기특별법의 사각지대를 개선함과 동시에 실효성 있는 지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모아둔 목돈이 없는 청년들일수록 특별법으로 보호되지 않는 대신, 가격은 저렴한 불법건축물을 선택하면서 전세사기 피해는 더욱더 커지고 있다는 게 대책위의 주장이다. 실제로 최씨 소유 빌라 7채 중 4채가 불법건축물이라, 피해자의 34.5%가 정부로부터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책위는 "전세사기는 개인의 잘못이니 알아서 책임져야 한다는 편견이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청년, 세입자를 두 번 울리고 있다"며 "하루빨리 실질적인 법안이 나와 대한민국의 청년으로서 국가의 보호를 받고 싶다"고 호소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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