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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보성군 벌교읍에서 한우 축사를 운영하는 윤흥배 전국한우협회 광주·전남도지회 부회장이 22일 소에게 먹이를 주며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김용희 기자 [email protected]

“한웃값 한창 안 좋을 때는 사료가 소 잡아묵는다고 그랬지요. 근디 요새는 소랑 사료가 소 키우는 사람 잡아묵는다 그란당게요.”

22일 전남 보성군 벌교읍에서 만난 윤흥배(63)씨가 되새김질하는 축사 안 소들을 바라보며 안타깝게 말했다. 그는 한우 130마리를 키우는 전국한우협회 광주·전남도지회 부회장이다. 윤씨는 올해 사육 규모를 10% 줄일 계획이다. “애지중지 키웠으믄 뭐한다요? 체중 안 나가고 지방비율 높아불믄 등급을 못 받응게 별수 없어요. 거시기(도축) 해부러야제.”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는 국내 소 사육 농가에까지 미쳤다. 사룟값이 폭등하면서 한우 판매가보다 생산비가 더 많이 들 상황이 된 것이다. 정부에서 지원받은 연리 1.8%의 사료 구매자금도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윤씨는 “한우 한 마리 팔 때마다 등급에 따라 130만원에서 200만원까지 손해를 본다. 정부에서 사료 자금 1억4천만원을 빌렸는데 2년 뒤 일시상환이라 막막하다”고 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 누리집을 보면 21일 기준 1㎏당 한우 평균 도매가는 1만3705원이다. 최근 5년간 한우 도매가를 보면 2019년 6월 1만7913원에서 2021년 6월 2만1723원까지 올랐다가 2022년 6월 1만9629원, 2023년 6월 1만5539원 등 하락세를 보여왔다. 통계청의 ‘2023 축산물 생산비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한우 비육우 한 마리를 키우는데 1021만원이 든 반면 소득은 878만원에 그쳤다. 마리당 143만원씩 손해를 본 셈이다. 생산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송아짓값은 2019년 393만원에서 지난해 341만8천으로 떨어졌지만 사룟값이 2019년 311만1천원에서 지난해 437만7천원으로 40% 이상 오르면서 손실을 키웠다.

한우 비육우 100㎏당 생산비와 마리당 수익성. 통계청 ‘2023년 축산물생산비조사 결과’ 갈무리

한우 농가는 소값 폭락으로 줄도산할 처지지만 정부가 시장 논리만 되뇌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이들은 3일 서울 여의도에서 전국 한우농가 상경집회를 열어 한우산업지원법 제정, 사료 가격 즉시 인하, 사료구매자금 상환기한 2년 연장, 긴급 경영안정자금 지원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김용선(64) 전국한우협회 전남 나주시지부장은 “쿼터제(할당제)를 도입해 농가당 사육 규모를 50㎡당 5마리에서 3.5마리로 줄이고 농협이 사룟값을 대폭 낮춰야 한다. 지금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언젠가는 수입산에 몽땅 소고기 시장을 뺏길 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할당제 도입 등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농축산부가 제시하는 대책은 소비량 확대다. 농축산부 축산경영과 관계자는 “2021∼2022년 값이 좋을 때 사육 마릿수가 늘어 작년부터 공급량이 적정선을 넘어섰다. 물량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할인 행사나 사룟값 차액 지원 사업 등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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