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클립아트코리아

기업의 제품이나 시스템이 국가표준 등을 충족하는지 입증하는 국가공인 시험기관에서 시험성적서를 무더기로 허위·부정 발급한 사실이 정부 감사에서 뒤늦게 드러났다. 허위 시험성적서가 정부의 연구개발 과제에 사용된 데다, 당사자에 대한 징계도 솜방망이에 그쳐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장인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설명과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감사보고서 내용을 종합하면, 한국생산기술연구원(생기연)은 지난 2020년 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3년간 14건의 시험성적서를 허위 및 조작 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1989년 설립된 국책연구원인 생기연은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역학, 화학, 전기시험 등을 실시하고 국가표준 등에 충족하는지 평가하는 국가 공인기관 중 하나다.

이번 감사에서 적발된 14건 중 13건은 시험을 하지도 않고 시험성적서를 발급해준 경우였다. 생기연 소속 기술책임자 ㄱ씨 등이 지난 2022년 정부 연구과제에 참여하고 있는 국내기업 2곳이 의뢰한 수소충전기용 호스의 인장강도 및 수압파열 시험을 시행하지 않고도 한 것처럼 속여 허위로 시험성적서를 발급한 것이 대표적이다.

인장강도 시험은 호스에 변형을 줘서 끊어질 때의 힘을, 수압파열 시험은 호스에 압력을 가해 파열되는 압력을 알아보기 위해 실시한다. 수소충전기용 호스는 영하 40도∼65도 사이에서 대기압의 700배에 달하는 고압 수소를 자동차까지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안전성을 위해 호스가 견딜 수 있는 최대 압력은 이보다 더 높아야 해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된다. 허위로 발급된 시험성적서를 보면, 기업들이 요구한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것으로 나온다. 감사보고서에는 “시험결과가 잘못되면 인명사고 등의 안전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기재됐다.

시험 결과를 의뢰기업 요구에 맞춰 조작한 사례도 감사에서 확인됐다. 생기연 소속 선임기술원 ㄴ씨는 지난 2020년 4시간 이상 연속 작동해야 하는 농업용 방제로봇이 1시간 만에 비정상 작동해 시험에 실패했음에도, 작동시간 측정값을 25시간으로 허위 기재했다. 또 시험결과 조작을 용이하게 하려 시험 타당성을 검증하는 기술책임자를 직급이 낮은 하급자로 지정하기도 했다. 감사보고서는 “하급자가 기술적 역량과 지위를 가지고 있지 못해 부정 시험성적서를 차단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발급된 허위 시험성적서들은 정부 연구과제에 그대로 사용됐다. 수소충전기용 호스에 관한 시험성적서가 허위로 발급됐다는 사실은 지난해 12월이 돼서야 의뢰 기업들에 통보됐는데 수소 충전소 부품 국산화를 위한 국책 연구과제가 절반가량 진행된 시점이었다. 다만 해당 기업은 지난해부터는 다른 기관에 시험을 의뢰했다. 농업용 방제로봇 시험 성적서도 정부의 1세대 스마트플랜트팜 연구과제 최종 평가에 반영됐다.

당사자들에 대한 처벌이 미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술책임자 ㄱ씨에 대한 징계 처분은 지난 3월 확정됐는데, 정직 2개월의 경징계 처분에 그쳤다. 시험을 공동으로 진행한 당사자 중 한명은 퇴사해 징계 대상에 오르지도 못했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9314 인천 송도 상수도관 파열 여파로 '식수대란'…기나긴 배급줄 랭크뉴스 2024.06.26
39313 컬러복사기로 만든 '공돈' 25만원 복권 사는 데 쓴 50대男…결말은 랭크뉴스 2024.06.26
39312 “가해자나 공개해”… 밀양시장 사과에도 여론 ‘폭발’ 랭크뉴스 2024.06.26
39311 ‘이스라엘인 안돼’ 日 호텔, 투숙객 예약 거부해 논란 랭크뉴스 2024.06.26
39310 美 엔비디아 4거래일 만에 5% 급반등…시총 3조달러 회복 랭크뉴스 2024.06.26
39309 반격 나선 대만, 中 오프셋 인쇄판에 최대 77% 관세 부과 결정 랭크뉴스 2024.06.26
39308 "황재균 이혼했대" 야구 중계진 뜬금 발언…지연 보인 반응은 랭크뉴스 2024.06.26
39307 “밤새 아무런 안내도 없어”… 비보에 잠 못 이룬 가족들 랭크뉴스 2024.06.26
39306 [오늘의 별자리 운세] 6월 26일 수요일 랭크뉴스 2024.06.26
39305 우크라, EU 가입협상 개시…정식 회원국까진 '험로' 랭크뉴스 2024.06.26
39304 '러브 액츄얼리' 짝사랑 소년, 일론 머스크 전 부인과 결혼 랭크뉴스 2024.06.26
39303 "선지 씻어서 다시 손님상에"…한 달 전 위생검사 받았지만 랭크뉴스 2024.06.26
39302 인천 송도서 식수대란…길게 늘어선 ‘식수 배급줄’ 진풍경도 랭크뉴스 2024.06.26
39301 美 6월 소비자 신뢰 하락…"노동시장 약화 시 추가 하락" 랭크뉴스 2024.06.26
39300 산넘어 산… 내부 경쟁자 없는 李, 가장 높은 산은 李 랭크뉴스 2024.06.26
39299 전여옥 "한동훈, 당에 내부총질 시작…尹 '20년 형 노릇' 헛일" 랭크뉴스 2024.06.26
39298 "비위 약하면 보지 마세요…닭다리 뜯었는데 구더기 후드득" 랭크뉴스 2024.06.26
39297 '나라 상태 어때' 물으니…英 80%, 美 63% "나빠" 랭크뉴스 2024.06.26
39296 집에서 편안히 눈 감고 싶지만 '돌봄 부담'에 결국…병원서 임종 ‘씁쓸’ 랭크뉴스 2024.06.26
39295 푸틴 뒤이어… 러 총참모장·전 국방장관에게도 ICC 체포영장 랭크뉴스 2024.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