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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6일 서울 서초구 한 보행로에서 까마귀가 골프공을 입에 물고 탐색하고 있다. 사진 뉴스1
지난 13일 오전 7시쯤 부산 연제구 물만골마을 배전반에서 폭발음과 함께 연기가 피어올랐다. 동시에 인근 500여가구와 중학교에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 2시간 만에 복구한 한국전력공사 부산울산본부는 “까마귀가 전선을 끊으면서 일어난 사고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3월엔 부산지법 맞은편 건물에서도 전선을 훼손한 까마귀 탓에 변호사 사무실 등이 입주한 건물 전기가 1시간가량 끊기는 사고가 일어났다.

3년간 정전 103건, 전국 도심 까마귀 골치

비슷한 피해는 전국에서 잇따른다. 23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2021년부터 3년간 전국에서 까마귀 탓으로 추정되는 정전 사고는 103건이다. 대부분 전신주 인근에서 감전돼 사망한 까마귀가 발견된 점으로 미루어 까마귀가 전선을 훼손해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월 6일 저녁 울산 태화강국가정원 일대가 정전돼 주택과 음식점 등 900여 가구가 불편을 겪었다. 까마귀가 고압선에 접촉한 게 사고 원인으로 추정된다. 사진 연합뉴스
까마귀가 사람을 공격하기도 한다. 민원 때문에 부산지법을 찾은 A씨는 지난 17일 주차장에서 까마귀 공격을 받았다. A씨는 “바닥에 떨어진 채 날지 못하는 까마귀를 주워 화분에 놓아 줬는데, 이를 지켜보던 다른 까마귀가 머리를 공격했다. 도망치는 듯하다가 되돌아와 머리 쪼는 것을 집요하게 반복해 무척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도심에서 이처럼 정전 사고를 내거나 사람을 공격하는 등 문제를 일으키는 건 주로 큰부리까마귀다. 몸길이 약 57㎝로 다른 까마귀보다 몸집과 부리가 큰 편인 큰부리까마귀는 나무 열매와 곤충류는 물론 썩은 고기와 찌꺼기도 즐겨 먹는다. 도심에 정착한 큰부리까마귀는 주로 음식물 쓰레기 등을 먹이로 삼는다고 한다.

이들 큰부리까마귀는 참매ㆍ수리부엉이 등 천적이 없는 도심을 활공하며, 둥지를 틀거나 먹이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정전 등 사고를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큰부리까마귀도 갈까마귀·떼까마귀 등에 이어 지난해 12월 ‘전력시설에 피해를 주는’ 유해 조수로 지정됐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자체 등 허가를 얻으면 큰부리까마귀도 포획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잡기 어렵고 포상금 0… 포획 사례 드물어
하지만 유해조수로 지정된 후 실제로 큰부리까마귀가 포획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 대표적인 유해 종인 멧돼지는 포획하면 정부가 20만원, 지자체가 10만원의 포상금을 준다. 수렵 면허가 있는 엽사 등이 유해 야생동물 포획단 모집 공고를 거친 뒤 지자체 허가를 받아 도심에 출몰한 멧돼지 등을 잡아들인다.

환경부는 지난해 관련법을 개정해 '전주 등 전력 시설에 피해를 주는' 큰부리까마귀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했다. 사진 연합뉴스
반면 큰부리까마귀는 포획 포상금이 없다. 부산시 관계자는 “포획틀을 놓거나 총포를 쏴 잡는 방식으로 포획 허가를 받는다. 까마귀는 영리해서 포획틀로는 붙잡기 어렵다”며 “건물과 유동 인구가 많은 도심에선 안전 문제 때문에 총포를 이용한 포획 허가는 내주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해조수로 지정됐지만 포획 포상금이 없는 큰부리까마귀가 실제 포획된 사례는 없다. 다른 도시 상황도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경북 포항시 남구 연일읍 형산강에서 까마귀 한 마리가 까치 영역에 들어갔다가 공격받고 있다.사진 뉴스1
박희천(전 경북대 생물학과 교수) 조류생태환경연구소장은 “자연에서 까마귀와 경쟁 관계에 있던 건 까치다. 1990년대 까치가 먼저 유해조수로 지정된 후 개체 수가 크게 줄어든 게 까마귀 증가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까치로 인한 작물ㆍ정전 피해가 심할 땐 농가나 한전에서 돈을 주고 포획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그런 방식으로 대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박 소장은 “까마귀는 쇠붙이 등을 이용해 전신주에 둥지를 만들 때도 많아 전 등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예방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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