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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북한·베트남 방문이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흔들기 위한 것이며,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중 간 패권 대결의 초점을 흔들고, 다중 위협을 제기해 한·일 등 역내 국가의 불안감을 키웠다는 것이다. 미국 내에서는 한반도 핵무장 목소리도 재점화됐다.

푸틴 아시아 순방 후폭풍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9일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뉴욕타임스(NYT)는 22일(현지시간) “푸틴의 북한 포용, 베트남과의 우호 관계 재확인은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로 긴장이 팽배한 지역에 더 많은 잠재적 위협을 불어넣었다”며 단 4일간의 아시아 순방이 미국을 화나게 하고, 중국을 약화하며, 인·태 국가들을 흔들어놨다고 평가했다.

NYT는 특히 “(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으로) 한국과 일본 당국자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푸틴 대통령의 이번 외교전은 한반도 긴장을 재점화했다고 지적했다.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는 “최악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라며 “러시아는 핵을 개발하면서 핵비확산 조약을 위반하는 불량 국가의 우두머리가 되겠다고 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의 외교전이 미·중 패권 대결 구도 초점을 분산시키는 결과도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인도·태평양 국가들을 규합해 반중 연대를 강화하려는 미국 전략에 균열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NYT는 “미국과 중국 사이 신냉전으로 프레임화한 패권 다툼이 생각보다 덜 이분법적이라는 것을 보여줬다”며 안보를 둘러싼 강대국 간 경쟁에 대한 계산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의 아시아 활동 강화는 중국을 자극할 우려도 제기됐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윈쑨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북한과 베트남에 독점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고, 이를 유지하고 싶어한다”며 “북러 밀착이 중국을 소외시키는 건 아니지만 러시아와 북한은 상대적으로 더 대담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중국과 북한이 1961년부터 상호 방위 조약을 유지해온 점을 고려할 때 이번 북러 (상호 방위) 조약은 중국을 자기 뜻에 반하는 분쟁으로 끌어들일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유대 강화 제스처를 보인 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실망감을 표시한 것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승리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좌절감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NYT는 “북한의 최대 무역 파트너이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중국 역시 이번 사태의 여파에 대응해야 한다”며 “여기에는 러시아와의 ‘한계가 없는 우호 관계’가 한반도 안정이라는 중국 목표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명확히 하라는 압력이 포함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아시아에서 군비 경쟁이 강화하는 상황도 러시아에는 나쁜 결과가 아니다. 국제사회 제재와 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 등으로 압박을 받는 러시아 경제가 무기 수출로 인한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국방·안보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의 데릭 그로스먼은 “베트남은 수년간 지상군을 대대적으로 업그레이드하지 않았지만, 곧 그럴 가능성이 있다”며 “베트남이 새로운 러시아 탱크를 구매할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전망했다.

美서 ‘한반도 핵무장론’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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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에서는 한국 핵무장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한반도 정책 실무를 담당했던 앨리슨 후커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행사에서 “우리는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향해 계속해서 나아가고 있으며, 어쩌면 더 빠른 속도로 나아간다는 사실을 배제할 수 없다”며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 심화가 확실히 한국을 그런 방향으로 내몰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싱크탱크 카토연구소의 더그 밴도우 선임연구원도 포린폴리시(FP) 기고에서 “미국의 대북정책은 실패했다”며 “논리적이고 엄연해 보이는 종착점은 북한이 전장용 전술 핵무기를 보유하고, 더 많은 핵물질을 탑재한 (북한의)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미국 도시들을 겨냥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무기 수가 많을수록 미국에 대한 신뢰성은 하락한다. 한국은 북한과의 핵전쟁 발생 시 미국이 자기희생을 감내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다는 것을 안다”고 지적했다.

밴도우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북한의 핵 능력에 대해 푸념하기보다는 비핵화를 필수적인 요구로 삼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며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제한하는 것이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요구 사항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한·일의 독자적 핵무기 개발을 걱정한다”며 “한·일의 독자 핵무장이 좋지 않을 것이나 미국의 도시들과 사람들을 계속해서 북한 (핵) 역량의 인질로 두는 것은 훨씬 더 나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의회 상원 군사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로저 위커 의원(미시시피)은 “푸틴의 24년 만의 방북은 새로운 (안보) 현실을 보여주는 신호이며 미국과 동맹, 전 세계 자유 세력에 나쁜 뉴스”라며 “동맹국인 한국, 일본, 호주와 핵 공유(nuclear burden-sharing) 협정을 논의해야 한다. 이들 국가도 앞으로 나아가 핵 공유에 동참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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