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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사전 > 세계한잔 ※[세계한잔]은 우리 삶과 맞닿은 세계 곳곳의 뉴스를 에스프레소 한잔처럼, 진하게 우려내 한잔에 담는 중앙일보 국제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7월 7일로 예정된 일본 도쿄도지사 선거에 무려 56명의 후보가 등록했다. 사전 투표가 시작된 21일 도쿄도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날인 20일 오후 5시까지 입후보 등록을 마친 후보는 총 56명으로, 2020년 도지사 선거(22명)에 비해 2.5배로 늘었다.

도쿄선거관리위원회가 미리 준비했던 선거용 포스터 게시판엔 총 48명의 후보자 포스터만 부착할 수 있다. 때문에 후보자 등록을 늦게 한 8명의 후보는 선거 게시판에 포스터를 부착하지 못하게 됐다. 선관위 측은 49번째 후보부터는 기존 게시판에 추가로 이어 붙일 수 있는 판을 제공하고 후보 측에 직접 부착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과거와 달리 후보자가 대폭 늘어난 이유는 한 군소 정당의 '이벤트' 때문이라고 아사히 등은 지적했다. 'NHK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당(NHKから国民を守る党·NHK당)'은 단체 명의로 후보자를 24명이나 등록시켰다. 지난 2013년 공영방송 NHK의 수신료 거부를 위해 결성됐던 단체의 후신 격으로, 지난 2019년 참의원 선거에서 약 3%의 득표율을 얻어 공식적인 '국정 정당'의 지위를 얻었다.

'NHK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당'이란 일본 정치 단체가 홈페이지에 내건 광고문. '당신 만의 오리지널 포스터를 24장 붙여보세요'라는 홍보문구와 가격이 적혀 있다. 사진 NHK당 홈페이지 캡처

NHK당이 후보자를 대거 등록한 건 선거게시판을 기부금 모금에 활용하려는 생각 때문이다. 당에 기부금을 낸 사람이 원하는 포스터를 후보자용 선거 포스터 공간에 부착하게 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NHK당 홈페이지엔 현재 6월 20일부터 투표일 전날인 7월 6일까지 게시판을 이용하는 대가로 기부금 명목으로 2만 5000엔(약 21만9000원)을 받겠다고 홍보하고 있다. 2만 5000엔을 기부하고 본인이 원하는 디자인의 포스터를 제출하면 게시판 한 곳에 이 단체가 선점한 24개 후보자의 포스터 위치에 자신이 원하는 포스터를 내걸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NHK당의 다치바나 다카시(立花孝志) 당수가 20일 도쿄도 내 한 선거 게시판 앞에 자신의 반려견의 사진이 담긴 포스터를 채워놓고 이를 유튜브를 통해 방송하고 있다. 사진 다치바나 다카시 유튜브 캡처(https://youtu.be/3brlOjr2ktA?si=gLTh82c5TZB2GX3B)

선거를 앞두고 도쿄도 선거관리위원회가 게시판을 설치한 장소는 1만4000 곳에 이른다. 만약 전부 판매가 가능하다고 할 경우엔 단순 계산으로 최대 3억 5000만엔(약 30억 원)의 기부금을 모금할 수 있다. 아사히에 따르면 후보자 1명당 선관위에 내야 하는 공탁금은 300만엔(약 2600만원)으로, 이 당이 후보로 등록시킨 24명의 공탁금을 합치면 7200만엔(약 6억 3000만원)이 된다. 공탁금을 웃도는 기부금이 들어올 경우엔 이익을 남길 수 있어, '선거 비즈니스'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선거 게시판을 두고 수익 행위가 가능한 건 일본에선 원칙적으로 포스터 내용이 '자유'이기 때문이다. 아사히에 따르면 일본의 선거 포스터는 다른 후보를 응원하거나 비방하는 내용, 허위 내용이 아닌 이상 자유롭게 기재할 수 있다. 후보자가 TV 방송에 나와 말하는 정견방송은 공직선거법에 따른 여러 제약이 뒤따르지만, 포스터의 경우에는 그런 규정이 없다. 때문에 특정 상품이나 가게를 홍보하는 '광고 포스터'도 게시가 가능하다. 게시판이 설치된 장소에 따라 내용을 바꾸거나 다른 디자인을 붙일 수 없다는 제약도 없다. 포스터 게시판을 제삼자에게 팔면 안 된다는 금지 규정도 없다.

하지만 도쿄도지사 후보자 포스터 게시가 시작된 20일, 전라의 여성 사진을 내건 포스터가 게시돼 파문이 이는 등 논란이 커지자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대해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관방장관은 21일 기자회견에서 “선거 운동용 포스터는 후보자가 정견을 전파하기 위해 공직선거법에 의해 게시가 인정되는 문서의 하나”라며 “기재 내용을 직접 제한하는 규정은 없지만, 기재 내용은 선거운동에 관한 일이기 때문에 각 당에서 논의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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