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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영주씨는 극 중 강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하듯 현실에서도 늘 당당하고 할 말은 해야 직성이 풀린다. 특히 불합리한 환경이나 제도 앞에서 그의 목소리는 거침없이 커진다. 정지윤 선임기자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을 때 ‘엄마’를 찾게 되는 것처럼, 극 중 어떠한 불안한 상황이 연출돼도 ‘이 엄마’만 나타나면 시청자도 안도하게 된다. 배우 정영주씨는 드라마 속 강한 엄마 캐릭터의 새 장을 연 배우다. tvN <선재 업고 튀어>(<선업튀>)가 국내뿐 아니라 130개국 OTT 사이트에서 1위를 기록하며 글로벌 흥행을 일궈내면서 정씨는 해외 팬들에게 ‘Sori umma(솔이 엄마)’라고 불린다. 그의 소셜미디어 팔로어 수가 3주 만에 3배가 되는 경험도 했다.

정영주씨가 경험한 어떤 드라마보다 <선업튀>는 우여곡절이 많은 현장이었다. 사계절을 오롯이 담을 만큼 촬영 기간도 길었고 역시즌으로 촬영해 배우들은 추운 겨울날 장대비를 맞고 더운 여름날 두꺼운 아우터를 입고 카메라 앞에 서야 했다. 힘들어도 ‘쉬고 싶다’고 말하지 못하는 후배들을 위해서 늘 분위기를 환기시킨 것은 ‘복순’ 역의 정씨였다. “간식 좀 먹게 10분만 쉽시다” “거 추우니까 핫팩 좀 올리고 5분만 있다 합시다”라며 후배를 챙겼다. 정씨는 고생한 후배들의 모습을 한 번 더 봐달라며 <선업튀>의 ‘2차 관람’을 권했다.

“과거와 현재를 왔다 갔다 하는 연출이라 재촬영도 많았어요. 다시 한번 보세요. 우리 애들(김혜윤과 변우석)이 한 회에서도 어떤 장면에서는 얼굴이 통통했다가 또 피골이 상접했다가 그런다니까요.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죠. 그래도 요즘 고생한 만큼 보상받는 것 같아 ‘엄마’로서 뿌듯해요.”

그는 현 한국뮤지컬협회 부이사장이다. 뮤지컬 배우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배우 협회 설립을 공론화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그는 늘 후배들을 위해 먼저 불편한 말을 꺼내는 선배였다. 일화가 있다. 2019년 한 예능 프로그램 제작발표회에서 진행자는 뮤지컬 배우 출신인 그에게 “정말 실례지만, 제가 감히 뮤지컬 노래 한 소절을…”하며 갑작스레 노래 부를 것을 요청했다. 당시 진행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가 “네, 실례예요”라고 단칼에 거절하는 장면이 화제가 됐다.

당시 정씨는 거절의 이유로 “내가 노래를 하면 다른 배우들도 이런 자리에서 계속 노래를 해야 한다. 저는 그걸 하지 않을 책임이 있는 선배다”라고 말했다. 그가 뮤지컬 배우에서 막 TV 매체로 넘어온, 지금처럼 자리를 잡기 전의 일이다. 그 역시 거절이 쉽지 않았다.

“특히 여배우들에게 자리나 분위기에 상관없이 ‘쇼잉’을 곧잘 시켰어요. 평소 뮤지컬 배우들이 ‘그런 즉흥적인 노래 요청이 너무 곤란하다’라고 토로했던 터였죠. 시키는 분위기가 있다면 당당하게 안 하겠다는 의견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도 생겨야 한다고 생각했죠. 물론 관객이 찾아오는 무대에서는 영혼을 갈아 넣어 노래를 불러야지요.”

그때부터였을까. 하는 이도 껄끄럽고 듣는 이도 편치 않은 다짜고짜 ‘노래 시키기 문화’는 이후 미디어에서 좀처럼 보이지 않게 됐다.

그는 한국뮤지컬협회 부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아직 뮤지컬배우협회가 따로 없단다. 뮤지컬 업계는 유명 배우를 제외하곤 다수의 배우들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출연료를 받고 그마저도 미지급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는 지난해 한국뮤지컬 어워즈 앙상블상 시상을 위해 무대에 올라 뮤지컬배우협회 발족을 공표했다.

“뮤지컬도 드라마, 영화만큼이나 국위 선양할 수 있는 종목이에요. 그러나 톱배우 1%를 제외하고는 많은 배우가 생활고에 시달려요. 미국 브로드웨이나 영국 웨스트엔드의 배우 조합과 같이 불합리한 조건에 처한 배우를 지원하는 단체가 절실합니다.”

그의 가방 속에는 성격만큼 시원시원한 것들이 가득이다. 머리 정리용으로 가지고 다니는 왕젓가락의 스케일을 봐도 말이다. 정지윤 선임기자


정영주의 가방 속에는…?

가방에서 제법 많은 소지품을 꺼내던 정씨는 “평소 가지고 다니던 것의 절반밖에 가지고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나에서 열까지 스스로 공연 준비를 하는 뮤지컬 배우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보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공연이 시작되면 악보와 대본은 물론 자잘한 소품에서 운동화까지…. 큰 트렁크를 싣고 공연장으로 가요. 결혼 전 부모님께서 공연을 나서는 저를 보시고 ‘어디 이사 가느냐?’ 물어보실 정도였어요.”

습관은 좀처럼 고치기 쉽지 않다. 비타민 영양제, 핸드크림, 선글라스, 향수는 물론 립스틱도 여러 가지 색상을 갖고 다녀야 안심이 되는 소지품이다. 뮤지컬 공연을 앞두고 직접 분장하다 생긴 버릇이다. 최근 부모님과 함께 살 새집을 마련한 그는 가구와 침대 구매를 위해 줄자도 상비하고 다닌다. 웬 젓가락 한 짝도 가방에서 흘러나왔다. 무엇에 쓰는 물건일까?

드라마 제작 환경이 쉽지 않은 요즘이지만 정씨는 <선업튀>를 끝내고 이미 차기작 촬영에 한창이다. 그는 전대미문 ‘여자 빌런’ 캐릭터를 꿈꾼다.


“더우면 뒤통수부터 땀이 나기 시작하는데 제가 머리숱이 많은 편이라 짧은 비녀나 집게핀으로는 감당이 안 돼요. 젓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돌돌 말아 꽂으면 머리가 딱 붙어 있거든요. 이거 없으면 안 돼요. 저는 머리카락도 힘이 센지 그마저도 부러질 때도 있어요(웃음).”

책 한 권과 돋보기도 늘 휴대한다. 그는 유튜브 채널 ‘읽는 약국’을 운영 중인 크리에이터다. 구독자가 보낸 사연을 읽어주며 도움이 되는 말과 책 처방을 해주는, 흡사 라디오처럼 듣기 편한 낭독 콘텐츠다. “대중들이 저를 외모로 알아봐 주신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목소리로 기억해주시는 분이 많더라고요. 제 목소리를 좋아해 주시는 분께 틈틈이 사연과 책을 읽어드리고 있어요.”

요즘 정씨가 차기작을 위해 가지고 다니는 특별한 물건도 있다. 허리를 지지하는 복대와 파스다. 그는 현재 촬영 중인 드라마 <살롱 드 홈즈>에서 전직 형사이자 주부 탐정단 행동대장 ‘추경자’ 역을 맡아 매회 치고받는 액션 연기를 선보인다.

“제가 액션스쿨에서 최고령 배우라고 해요. 그래도 30년간 무대에서 춤추고 노래한 것이 있어서 액션 동작이 꽤 잘 나온다고 감독님께 칭찬받고 있어요. 안 쓰는 근육을 반복해서 쓰고 주먹질을 하다 보니 자기 전에 꼭 파스를 붙여야 하지만요.”

정씨는 해군 특수부대 UDT 출신 아버지 덕분에 체력과 근력은 타고났다고 말한다. 이번 역할을 위해 미리 벌크업을 해 스태프로부터 “특수 분장이 필요 없다”는 찬사를 들었다. 그의 또 하나의 꿈은 ‘여자 마동석’이다. 두 사람은 이미 넷플릭스 영화 <황야>에서 한차례 호흡을 맞췄다. “마동석 배우에게 ‘이제 <범죄도시>에도 여자 빌런이 나올 때가 됐다’라고 넌지시 이야기해봤는데 웃고 마시더라고요. 저는 진짜 자신 있는데 말이죠!”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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