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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준 고대안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만성화 가능성 높은 C형 간염···간경변·간암 발전할 수도
경구용 항바이러스 등장에 치료기간 8~12주로 대폭 단축
백신 없지만 적극적 치료하면 성공률 95%까지 높아져
임형준 고대안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사진 제공=고대안산병원

[서울경제]

간은 70~80% 이상 손상되기 전까지 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아 '침묵의 장기'라고 불린다. 바이러스간염 환자들도 별다른 증상 없이 지내다 질환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내원해 만성 간염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C형 간염은 만성화 가능성이 높다. 만성 C형 간염의 약 30~40%는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조기 발견과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모든 급성 간염은 울렁거림, 구토, 발열, 소화불량, 복통,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감염경로와 경과는 제 각각이다. C형 간염은 주로 바늘, 침 등을 통한 혈액이나 성교 등을 통한 체액에 의해 감염된다. 최근 영국에서 1970~1990년대 초반 오염된 혈액 수혈로 3만 명 이상이 C형 간염,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됐으며 3000명 넘게 사망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사례가 대표적이다. 반면 A형 간염은 오염된 음식물, 분변, 물 등에 의해 감염된다. 또 자연 회복되는 A형과 달리 B형과 C형은 간에 염증 상태를 동반하는 만성 간염으로 발전되는 게 특징이다. 특히 C형 간염은 50~80%가 만성으로 진행돼 B형 간염(1~5%)보다 만성화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알려져 있다. 간염이 만성화되면 장기간 염증이 반복되면서 섬유화 단계를 거쳐 간이 굳어지는 간경화가 생긴다. 일부에서는 간암으로도 발전한다.

급성 C형 간염은 초기 증상이 경미한 경우도 많다. 황달, 기력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났을 땐 이미 간질환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일반 정기 검진에서 특별한 이유 없이 AST, ALT 등 간효소 수치가 상승돼 있거나 복부 초음파 검사에서 간실질이 거칠어 보이는 소견이 있다면 C형 간염 항체 등의 선별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다만 C형 간염 항체가 있더라도 바로 C형 간염으로 확진되는 것은 아니다. 과거 C형 간염에 감염됐다가 자연 치유되거나 치료를 통해 완치 판정을 받은 경우에도 항체반응이 양성으로 나올 수 있다. 바이러스의 활동성 여부를 판정하려면 유전자증폭(PCR) 검사로 C형 간염 바이러스의 RNA 검출 여부를 직접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C형 간염은 유전자형에 따라 치료 약제와 기간이 달라질 수 있어 이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를 함께 진행한다. 최근에는 유전자형에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는 항바이러스제들이 나오면서 유전자형을 구분해야 할 중요성이 크게 줄어들었다.

간 표면이 거칠어 보이는(거친 에코) C형간염 환자의 간초음파 사진. 사진 제공=고대안산병원


C형 간염은 A형, B형과 달리 아직 상용화된 백신이 없다. C형 간염 바이러스는 현재 알려진 것만 6가지 이상의 유전자형과 50가지 이상의 아형이 존재할 정도로 다양성이 매우 심하다. 보통 유전자 염기서열이 30% 이상 차이 나면 다른 유전자형, 20% 이상이면 다른 아형으로 분류한다. 끊임없이 변이를 일으켜 동일한 환자에서도 다양성이 크다 보니 백신 개발이 쉽지 않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새로운 항바이러스제가 다수 개발되면서 만성 C형 간염의 완치율이 100%에 근접해졌다는 점이다. 과거 C형 간염 치료에 쓰이던 페그인터페론 주사제는 6~12개월 동안 매주 투여해야 하는 데다 근육통, 탈모, 빈혈 등의 부작용이 심했다. 완치율도 절반 정도에 그쳤다. 경구 약제인 리바비린도 치료 효과와 부작용 측면에서 환자들의 만족도가 현저히 낮았다. 그런데 10여 년 전 새로운 경구용 항바이러스제가 개발되며 치료기간이 8~12주로 대폭 단축됐고 치료 성공률이 95% 이상까지 높아졌다. 다른 약과 함께 사용할 경우 약물 유해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긴 하지만 상호작용 가능성이 있는 약제를 일시 중단 또는 감량하는 방식으로 극복이 가능하다. 임상에서는 항바이러스제 치료 종료 12주째 바이러스 PCR 검사를 진행하고 혈액 내 C형 간염 바이러스 RNA가 검출되지 않으면 지속적 바이러스 반응, 즉 간염 완치 판정을 내린다. 이러한 경우 C형 간염이 다시 재발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1989년 처음 존재가 확인된 C형 간염이 30여 년 만에 정복을 눈앞에 두게 된 것이다.

간암(파란색 화살표)이 발생한 C형간염 환자의 CT 사진. 사진 제공=고대안산병원


만성 C형 간염으로 진단받으면 간손상과 간섬유화 누적으로 인한 각종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지체 없이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아야 한다. C형 간염이 잘 치료됐다고 하더라도 치료 시작 당시 이미 간섬유화가 진행됐거나 간손상이 심화된 상태였다면 나중에라도 간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경우 치료가 완료됐더라도 간암 감시 검사를 연 2회 정기적으로 실시할 것을 권장한다. 문신, 피어싱 같이 재감염을 초래할 수 있는 행위를 피하고 음주, 과식 등 간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생활습관 개선 노력을 병행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강조하는 바이러스 간염 박멸의 목표가 우리나라에서도 무난히 달성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임형준 고대안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사진 제공=고대안산병원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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