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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의 무더기 ‘검사 탄핵’ 추진에 대해 법조계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표출됐다. 야당의 검사 탄핵 시도가 7명째에 접어들며 ‘이재명 방탄’ 경향이 점점 뚜렷해진다는 지적도 함께 하면서다.

지난해 9월 헌정사 최초로 검사(안동완)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넘긴 민주당은 손준성·이정섭 검사에 이어 검사 4명의 탄핵을 추가로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 정치검찰사건조작특별대책단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 20일 “탄핵소추안 작성에 들어갔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이재명·민주당 수사 검사 4명 탄핵 추진
이번 탄핵소추 대상은 박상용·엄희준·강백신·김영철 검사다. 최근 1~2년 사이 이재명 대표나 민주당 관련 수사를 맡아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기소를 주도했던 검사들이다.

박상용 검사는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엄희준 검사는 대장동·백현동·성남FC·대북송금·위증교사 의혹, 강백신 검사는 대장동·백현동·성남FC·대선개입 여론조작 의혹, 김영철 검사는 민주당 돈봉투 의혹 등의 수사를 이끌었다. 이로써 지난해 12월 탄핵심판에 넘겨진 이정섭 검사를 포함해 민주당이 탄핵을 추진한 검사 7명 중 5명이 민주당 관련 수사 담당자라는 공통점이 생겼다. 일부는 윤석열 대통령·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특수부 근무연 등을 토대로 친윤·친한 검사로 분류되기도 한다.

신재민 기자


일선 검사들 “초헌법적 일탈” “입법기관 폭주”
검사 4명 추가 탄핵 추진 소식이 전해진 지난 18일 일선 검사들은 즉각 분노와 상실감을 드러냈다. 한 수도권 검사장은 “이재명·민주당을 건들면 죽이겠다는 보복성·경고성 탄핵 아니겠나”라며 “명백한 수사위축 시도이자 도를 넘어도 한참 넘은 초헌법적 일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고위 검사는 “공론화·감찰·징계 등 여타 과정을 모두 뛰어넘고 입법기관이 명확한 증거도 없이 탄핵이라는 칼을 너무 쉽게 휘두른다”며 “이래서는 검사도 판사도 복지부동하는 분위기가 커질 뿐”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사명감으로 검찰에 온 젊은 검사들의 사기와 박탈감도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손준성·이정섭 검사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지난해 12월 1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 앞에서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중대한 위법’ 요건인데…檢 “해소된 논란뿐”
헌법은 공직자 탄핵소추의 요건을 ‘직무집행에서 헌법·법률을 위반한 경우’로 명시하고 있다. 그간 헌재의 대통령·법관·검사 등 탄핵심판 결정문을 보면,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가 이유 있는 때란 “모든 법 위반의 경우가 아니라, 단지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의 경우(노무현 전 대통령 결정문)”에만 해당한다. 아울러 공직자를 파면할 시에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커야 한다(박근혜 전 대통령·안동완 검사 결정문)”고 명시한다.

그러나 민주당이 최근 검사 4명의 위헌·위법 소지로 거론한 논란은 당사자나 검찰의 공식 부인 등으로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았거나 빈약하다는 근본적 한계에 부딪힌 상태다. 대체로 야권이 제기하고 키운 의혹을 탄핵 추진 동력으로 삼았다는 공통점도 있다. 최소한 탄핵 사유가 된 혐의로 수사·재판이라도 받은 1·2호 탄핵 대상자 안동완·손준성 검사와는 결정적 차이가 있는 셈이다.

2018년 7월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현 민주당 대표)가 집무실에서 이화영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임용장을 수여하고 있다. 이화영 전 평화부지사는 지난 7일 쌍방울 대북송금 혐의 등 1심에서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닷새 뒤 이재명 대표를 제3자 뇌물 혐의로 기소했고, 이 대표는 지난 14일 “희대의 조작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사진 경기도
박 검사에게 제기된 ‘이화영 술판 회유 논란’은 당사자가 지난 20일 “회유나 진술 조작 등을 한 사실이 없고, 검찰 시스템상 가능하지도 않다”며 “출정일지, 조사실 사진 등 객관적 자료와 관계 당사자 진술로 허위임이 명백히 밝혀졌다”는 입장을 냈다. 앞서 대검찰청·법무부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홍승욱 전 수원지검장 역시 지난 21일 검찰 내부망에 “수사 검사 탄핵은 정치권력의 명백한 사법 방해행위”라며 “헌법상 삼권분립의 원칙을 정면으로 부정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엄 검사의 ‘한명숙 모해위증교사 논란’은 지난 2021년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고, 강 검사의 대선개입 여론조작 수사 관련 압수수색 당시 ‘피의자 전자정보 위법 저장 논란’은 지난 3월 대검찰청이 “재판에서의 검증 목적 등으로 위법은 결코 없었다”고 수차례 밝혔다. 김 검사의 ‘장시호 회유 논란’은 당사자가 지난달 장씨의 사과 메시지를 공개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장씨가 김 검사에게 “친한 친구에게 과시하기 위해 연인인 척 너무 큰 거짓말을 했다”며 용서를 구하는 내용이다.

최서원씨 조카 장시호씨가 지난해 11월 김영철 당시 대검찰청 반부패1과장에게 보낸 사과 문자메시지. 사진 대검찰청


헌법학자들 “위헌 소지” “법치주의 훼손”
헌재가 검사 탄핵을 인용할 것이란 기대는 야당 내에서도 높지 않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 19일 라디오에서 “안동완 검사 탄핵 기각은 충격적이었다”며 “손준성·이정섭 검사도 기각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헌재의 기류를 바꿔보겠다는 의지에서 추가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탄핵이 대여공세 도구로 전락한 현 상황에 대해 헌법학자들은 야당의 ‘탄핵소추권 남용’을 지적하고 나섰다. 김승대 부산대 로스쿨 교수는 “탄핵소추권을 이렇게 남용하는 것은 공무원 신분을 보장하는 헌법 7조에 위반되는 위헌적 조치”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이를 막을 아무런 규정이 없다”며 “국민투표라도 부쳐 국회의 폭주를 제재할 방도를 마련해야 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김대환 서울시립대 로스쿨 교수 역시 “헌재의 인용 가능성이 낮다고 보면서도 탄핵안을 거듭 남발해서는 과거 판·검사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해 국민의 불신을 받았던 것처럼 야당도 같은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며 “법을 악용해 국가를 좌지우지하려는 작금의 형국으로는 나라의 근간인 법치주의 자체가 무너지고 만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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