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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은 40년째 한국인의 사망원인 순위 1위다. 국내에선 폐암, 갑상선암, 대장암, 위암, 유방암 등이 흔하게 발병한다. 그런데 꾸준히 환자 수가 증가해오면서 2019년 새롭게 한국인 10대 암에 포함된 암이 있다. 바로 ‘신장암’이다. 국제신장암연합은 매년 6월20일을 ‘세계 신장암의날’로 정하고, 비교적 낯설게 느껴지는 암인 신장암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한 활동을 펴고 있다.



신장암은 콩팥이라고도 부르는 신장의 여러 부분 중에서 혈액을 걸러 소변을 만들어 내는 ‘신실질’에 생기는 암을 가리킨다. 중앙암등록본부 통계를 보면 국내에선 2021년 한 해 동안 새롭게 신장암으로 진단된 환자가 6883명으로 집계됐다. 발생률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지만 신장암의 5년 생존율은 86.4%(2017~2021년)로 차츰 개선되고 있다. 생존율이 비교적 높기 때문에 신장암은 흔히 ‘착한 암’이라 부르기도 한다.

다만 신장암 생존율이 비교적 높은 편이라 해서 안심할 수만은 없다. 치료 과정과 결과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병기, 즉 진단 당시 암이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다. 병기에 따라 완치율 및 생존율이 크게 달라지는데, 초기인 1기에 발견되면 5년 생존율이 90% 이상이지만 4기에 발견되면 최대 20%에 불과하다. 4기 진단 환자에겐 다양한 치료를 모두 다 시행해도 평균 생존기간이 약 2~3년으로 예후가 매우 나쁘다.

초기 발견 땐 생존율 90% 이상

옆구리 통증 있거나 혈뇨 등

증상 발현 후 진단 땐 예후 나빠


초음파 검사로 ‘조기 진단’ 증가

담배 끊고 고열량 음식 피해야




재발이 잦은 편이란 점도 신장암을 지속적으로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이유다. 김정권 서울아산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신장암 치료 후 재발은 대개 1~2년 뒤 잘 발생하지만 10~15년 뒤에도 전이나 재발될 수 있다”며 “5년 이상의 장기 추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신장은 복막의 뒤쪽 양 옆구리에 각각 하나씩 두 개가 자리 잡고 있다. 혈액 속의 수분과 노폐물은 걸러내고 불필요한 수분은 소변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혈액의 산도와 나트륨, 칼륨 같은 성분의 체내 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항상성을 지키는 기능도 한다. 손바닥 정도 크기에 강낭콩 모양, 성인 기준 200~250g인 이 장기에 암이 생기면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표적인 증상은 옆구리 부위의 통증,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증상, 배에서 혹 덩어리가 만져지는 것 등이지만 이 경우도 대부분 암이 매우 커진 상태의 환자에게서 나타날 때가 많다.

따라서 신장암은 특히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진단에 쓰이는 방법 중에선 복부 초음파가 가장 효율적이다. 실제로 건강검진에 복부 초음파 검사를 포함하는 경우가 늘면서 신장암 조기 진단 비율 또한 크게 높아졌다. 초음파를 통해 비정상적인 모양의 혹이 관찰되면 컴퓨터단층(CT) 촬영을 통해 암으로 의심되는 혹의 크기, 위치, 개수, 주변 장기와의 관계, 전이 유무 등을 정확하게 평가하게 된다.

단, 신장암은 바늘로 몸속 조직 일부를 흡입해낸 뒤 현미경 검사를 시행하는 세침흡인생검은 거의 시행하지 않는다. 신장암은 내부가 불균질한 덩어리라 조직검사 때 충분하고 정확한 조직을 얻기 어렵고, 아주 드물지만 신장암을 감싸고 있는 피막이 바늘에 의해 터지면 종양 세포가 흘러나와 바늘을 따라 씨를 뿌리듯 전이될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신장암은 초음파와 CT, 자기공명영상(MRI) 같은 영상검사만으로도 진단할 수 있다.

흡연은 여러 종류의 암에서 가장 대표적인 위험인자로 꼽히는데 신장암에도 마찬가지다. 흡연력이 있는 경우 비흡연자보다 신장암 발생 위험이 1.5~2배 정도 증가한다. 식습관 면에서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 음식물의 특정 영양소 과다 섭취와 신장암 발병의 관계가 확실하게 밝혀지진 않았다. 하지만 고열량 음식을 섭취한 결과 비만해지면 신장암의 위험이 증가한다. 과일이나 야채류 등은 발생 위험을 감소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고혈압도 신장암 위험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다. 노폐물을 걸러내는 신장 내 사구체 등이 장기간 높은 혈압에 노출되면 차츰 병적인 변화가 발생하기 쉽다. 또한 연쇄적인 결과로 종양을 키우는 다양한 인자가 분비되거나 발암물질에 대한 민감도가 바뀌는 등의 변화가 이어져 신장암 발생 위험이 더욱 높아진다. 반면 혈압을 잘 조절해 고혈압이 개선되면 신장암의 위험도도 감소한다.

신장암을 치료하는 경향은 과거와 다소 달라진 점이 있다. 과거엔 한쪽 신장을 완전히 제거하는 ‘근치적 신절제술’만이 효과적이며 안전하다고 여겼지만, 암 재발률과 전이 발생률 등에 대한 많은 연구 결과들이 축적되면서 암이 생긴 부위만을 일부분 제거하는 ‘부분 신절제술’도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부분 절제는 특히 만성 신부전과 이에 따른 이차적인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크게 낮추는 것으로 나타나 종양의 크기가 작은 환자에게는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수술 방법은 암의 위치와 크기, 혈관과의 관계, 주변 장기와의 관계 등에 따라 개복, 복강경 혹은 로봇수술 중에서 선택하게 된다.

전신 마취를 통한 수술이 어렵다면 비수술적 방법으로 고주파를 이용한 침절제술을 시행할 수도 있다. 신장암의 크기가 작고 전이되지 않은 경우나 고령인 경우, 다른 심각한 전신 질환이 있는 경우 등에 주로 활용한다. 이 치료법은 침을 찔러 넣고 고주파를 전달해 암을 녹이는 방법으로, 수술로 완전히 종양을 절제하는 것보다는 비교적 재발률이 높지만 안전하고 효과적이다. 방사선치료 역시 과거에는 신장암에 효과적이지 않다는 보고가 있었으나 최신 기술을 통해 고령 환자에게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수술로 치료가 어려울 정도로 암이 다른 장기 등으로 전이됐다면 표적치료제를 사용하는 약물치료를 받을 수 있다. 표적치료제는 신장암을 포함한 다수의 암종에 기존 항암제보다 더 높은 치료효과를 보이고 있다. 면역항암제 역시 전이성 신장암 환자에게 탁월한 효과를 보여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면역항암제는 종양이 자라는 환경을 조절하는 한편 면역반응을 강화해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공격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신장암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평소에 흡연하고 있을 경우 담배를 끊는 것이 중요하다. 고칼로리 음식을 피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도 예방에 도움이 된다. 김정권 교수는 “정상 체중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규칙적인 운동도 필수”라며 “신장암은 뚜렷한 증상이 없기 때문에 1~2년에 한 번씩은 정기적으로 복부 검진을 받아 조기에 발견해 치료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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