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푸틴 발표→조약문 전문 급상승한 수위
'우크라 살상무기' 시사에 푸틴 격앙 반응
예상 불가 한러 관계에 정부도 수위 고심
 "살상 무기 섣부른 접근보단 정확한 소통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평양에서 양국 간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북러 정상회담 이후 한국과 러시아가 살얼음판을 걷기 시작했다. 정상회담 다음 날, 북한이 기습 공개한 1961년 '조소 우호조약'에 버금가는 조약문이 트리거 역할을 톡톡히 했다.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던 정부는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원칙 재검토' 방침을 어렵사리 내놨고, 푸틴 대통령은 "살상무기 지원은 아주 큰 실수"라며 한 단계 높은 강도로 맞받아쳤다. 전쟁 중인 러시아와 대화 자체가 어디로 튈지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향후 메시지 수위 관리가 정부의 숙제로 대두됐다는 지적이다.

대통령실은 21일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과 관련해 "다양한 방안들이 고려될 수 있고, 구체적 방안은 전날 우리 측 입장에 앞으로 러시아 측이 어떻게 응해 오는지에 따라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러시아를 향한 규탄 성명과 함께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재검토하겠다"고 경고한 것과 비교하면, '살상무기'라는 표현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채 '전략적 모호성' 측면을 보다 부각한 것이다.

이는 일단 여론의 추이가 심상치 않아서다. 대통령실의 경고 발언이 나온 직후부터 우크라이나가 과거부터 요구해온 155㎜ 포탄부터 대공 방어용 천궁-Ⅱ까지, 한국이 지원할 무기의 종류가 구체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대통령실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탄약 지원을 우선 검토한다"는 보도까지 등장했다.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러시아를 자극할 수 있는 여론이 급속히 확산되는 것에 일단은 진화가 필요하다고 판단을 한 것이다.

러시아의 셈법을 예상하기 어렵다는 점도 일정부분 고려가 됐다. 당장 공개된 조약문의 수위조차 예상하기 쉽지 않았다는 후문이 들려온다. 당초 '자동 군사개입' 조항 부활이라는 최악의 경우를 염두에 두긴 했지만, 19일 회담 직후 '신중 모드'로 말을 아낀 이유는 '동맹'이라는 말을 아끼는 푸틴 대통령 발언에 어느 정도 안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 날 공개된 실제 조약문은 '유엔헌장 51조와 양국 법'이라는 완충 장치를 제외하면 1961년 자동 개입 조항과 유사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달 초 국제경제포럼(SPIEF)에선 무기 지원 문제에 대해 한국에 감사의 뜻을 보낸 푸틴 대통령에게서 북러 조약문에서 북한 요구를 상당 부분 들어준 푸틴 대통령을 예측하기도 쉽지 않았다.

문제는 앞으로의 '스탠스'다. '강대강'으로 러시아에 계속 대응할 경우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올 수밖에 없고, 결국은 한러 갈등이라는 원치 않는 파편이 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푸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러시아는 다른 지역에 무기를 공급할 권리가 있고 북한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까지 해 온 상황. 자칫 무기 지원 신경전이 정부가 주시하는 '대북 핵심 군사 기술 및 무기 지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전문가들은 '말'을 통한 규탄 메시지를 이면으로 러시아와 정확한 소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서로의 '레드라인'을 확실히 전달하고,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석배 전 주러시아 대사는 "러시아도 북한에 민감한 군사 기술을 주는 것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우리 역시 살상무기 지원 부분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러시아와도 북러 회담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계속 소통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5385 "날 더워도 끼니 때워야지"…뙤약볕서 무료급식 기다리는 노인들 랭크뉴스 2024.08.07
35384 여의도연구원 개혁하는데 원장은 그대로?···고심하는 한동훈 랭크뉴스 2024.08.07
35383 [올림픽] '씁쓸한 귀국길' 안세영 "한국서 다 얘기할 것…기다려달라" 랭크뉴스 2024.08.07
35382 '이스라엘 기습 주도' 신와르, 하마스 새 정치지도자로 선출 랭크뉴스 2024.08.07
35381 “방문진 이사선임, 심의 전무”…‘이진숙 방통위’ 위법성 논란 랭크뉴스 2024.08.07
35380 해상작전헬기 '시호크' 올 연말 국내 착륙…北 잠수함 잡는다 랭크뉴스 2024.08.07
35379 ‘만년 4등’의 동메달…국적을 가리니, 올림피언의 미소가 보였다[파리에서 생긴 일] 랭크뉴스 2024.08.07
35378 대전서 올라온 탈북 노숙인… 그의 ‘새터’가 된 인천공항 랭크뉴스 2024.08.07
35377 귀국길 오른 안세영 "한국 가서 다 얘기하겠다. 기다려 달라" 랭크뉴스 2024.08.07
35376 미국 대선 대진표 확정‥정반대 '선명성 경쟁' 랭크뉴스 2024.08.07
35375 쿠팡 2분기 영업손실 342억원…8분기 만에 적자 전환(종합) 랭크뉴스 2024.08.07
35374 공포심 진정에 뉴욕 증시 반등… 애플만 ‘나 홀로 하락’ 랭크뉴스 2024.08.07
35373 "변 사또가 춘향이 X먹으려고" "쭉쭉빵빵 소녀시대"…김문수 '인권 감수성' 심각 랭크뉴스 2024.08.07
35372 안세영 기자회견 불참이유 “협회가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랭크뉴스 2024.08.07
35371 뉴욕증시, 공포심리 완화로 상승 마감 랭크뉴스 2024.08.07
35370 뉴욕증시 일제히 반등‥"경기침체 우려 과장" 랭크뉴스 2024.08.07
35369 해리스 러닝메이트에 ‘트럼프 저격수’ 월즈…트럼프 “고맙다” 랭크뉴스 2024.08.07
35368 '20년 만에 金' 회식이 김치찌개…보다못한 김연경 지갑 열었다 랭크뉴스 2024.08.07
35367 [단독] 강진 '정약용 박물관' 고쳐서 생존인물 '유홍준 기념관' 만든다..."관광 활성화 위해" 랭크뉴스 2024.08.07
35366 '작심발언' 안세영 오늘 귀국‥"한국서 다 말할 것" 랭크뉴스 2024.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