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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 직업군 10분의 1도 안 되는 급여 지급"


영국 최대 부호인 힌두자 집안의 아들 아제이 힌두자(왼쪽)와 아내 남라타(가운데)가 변호인(오른쪽)과 함께 재판에 나왔을 당시 모습
[EPA 연합뉴스 자료 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스위스의 별장에서 가사도우미를 착취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영국의 한 억만장자 가족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스위스 제네바 형사법원은 21일(현지시간) 영국 최대 부호인 프라카시 힌두자(78)와 아내에게 징역 4년6개월을, 아들과 며느리에게는 징역 4년형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힌두자 일가가 동일 직업군의 10분의 1도 안 되는 급여만 주는 등 가사도우미들의 노동력을 사실상 착취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다만 이들의 인신매매 혐의에는 무죄 판단을 내렸다.

고용주 등이 피고용인의 취약한 지위를 악용해 자유롭게 이동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도 인신매매 범죄를 구성하는데, 재판부는 가사도우미들이 자신이 하는 일에 동의한 점에 비춰 인신매매로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힌두자 일가는 제네바 레만호 가까운 곳에 있는 호화 별장에서 가사도우미들에게 일을 시키며 매우 적은 임금만 인도 루피화로 지급한 혐의를 받았다.

한 여성 가사도우미는 일주일에 7일, 하루 최대 18시간을 일하고도 현지 임금 수준에 턱없이 못 미치는 고작 7 스위스 프랑(약 1만원)을 일당으로 받았다고 스위스 연방 검찰은 밝혔다.

가사도우미들은 휴가가 거의 없었고, 몸이 아파도 병원비를 스스로 감당해야 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가사도우미들의 여권도 힌두자 일가가 보관한 것으로 조사됐다.

법정구속을 피한 힌두자 일가는 항소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고령 내지 건강상의 이유로 재판 출석을 꺼렸던 힌두자 일가는 이날 재판에도 나오지 않았다.

힌두자 일가는 변호인을 통해 혐의를 부인해왔다. 지급된 급여가 과소 평가됐고, 가사도우미들이 고향인 인도에 있을 때보다 스위스에서 충분한 혜택을 받았다는 주장을 거듭했다.

그러나 재판이 불리하게 흐르는 것을 의식한 듯, 힌두자 일가는 최근 가사도우미들과 비공개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힌두자 일가는 순자산 370억파운드(약 65조원) 이상을 보유한 영국 최대 부호 집안이다. 영국에서 금융, 정보기술(IT), 부동산 등 수십 개 분야에서 사업을 거느리고 있다.

최고급 스위트룸이 하룻밤 2만5천파운드(약 4천400만원)에 이르는 래플스 호텔도 이 집안 소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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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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