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난 16일 공장 근무 중 홀로 숨진 19살 노동자의 신발

■ 19살 청년 노동자의 죽음…"혼자 설비 확인하다가"

지난 16일 오전 9시 15분쯤, 전북 전주에 있는 제지공장인 전주페이퍼에서 19살 청년 노동자가 쓰러진 채 발견됐습니다. 동료 직원과 구급대원들이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숨졌습니다.

지난 16일 청년 노동자 사망 현장

숨진 노동자는 설비를 확인하고 있었습니다. 유족과 노조, 회사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당일 아침 8시 30분쯤 평소 일하던 2층에서 설비가 있는 3층으로 혼자 올라갔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자 동료 직원이 오전 9시쯤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3층으로 올라간 동료 직원들은 쓰러져 있는 청년 노동자를 발견했습니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하고 회사 측에 경위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 노트에 빼곡히 적힌 계획…"꿈 많던 네가 보고 싶다"

숨진 노동자는 입사한 지 반년쯤 된 신입 직원이었습니다. 전남 순천의 한 특성화고등학교에 다니던 지난해 이 공장으로 현장실습을 나왔고, 이후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정규직으로 채용됐습니다. 수습과 직무교육을 거쳐 지난달 해당 팀에 배정됐다고 합니다.

그는 꿈 많은 청년이었습니다. 노트에는 목표와 계획이 빼곡히 적혀 있습니다. 가장 윗줄에 적힌 건 '인생 계획 세우기!!'. 아래에는 '다른 언어 공부하기', '살 빼기', '악기 공부하기' 등을 어떻게 할지 한땀 한땀 써 내려갔습니다. 뒷장에는 군대에 가기 전에 모아야 할 돈도 목표액을 정해 써놨습니다.

다른 수첩에는 '조심히 예의 안전 일하겠음. 성장을 위해 물어보겠음. 파트에서 에이스 되겠음. 잘 부탁드립니다. 건배'라는 글귀가 적혀 있습니다. 신입 직원 환영회를 앞두고 적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숨진 청년 노동자의 노트와 수첩

어제(20일) 고용부 전주지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족은 오열했습니다. 꿈 많고 건강하기만 했던 19살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너의 삶이 이렇게 끝나버린 것이 너무나 억울하고 가슴 아프지만 너의 존재가 우리에게 얼마나 큰 기쁨과 사랑을 주었는지는 잊지 않을게. 보고 싶다" - 숨진 노동자의 유족, 20일 기자회견에서

■ 유족 측 "사고·과로 가능성"…회사 "사실 아냐"

유족과 노조는 기자회견에서 "죽음에 의문이 많다"며 사고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숨진 노동자가 확인하던 설비는 생산량 조절을 이유로 6일가량 멈춰 있었습니다. 노조는 그 안에 남아 있던 종이 원료가 썩으면서 '황화수소'가 발생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환경부 화학물질 정보처리시스템에서 황화수소를 검색하면 유독물질이고 흡입하면 치명적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사고 현장에 다녀온 염정수 민주노총 전북본부 노동안전국장은 "오래 다녔던 직장 동료들이 '공장에서 빈번하게 황화수소가 발생하고 순간적으로 맡으면 의식을 잃을 수도 있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2인 1조 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홀로 1시간 가까이 방치돼 있었고 방독면을 비롯한 보호구도 지급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고용부에 특별근로감독과 진상 규명을 촉구했습니다.

유족과 노조가 지난 20일 고용부 전주지청에서 연 기자회견

하지만 회사는 "사실과 다르다"며 유족과 노조의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숨진 다음 날과 그다음 날 각각 회사와 안전보건공단이 현장의 유해가스 농도를 측정했지만,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또 가동 전에 설비 이상 유무를 확인하려고 순찰하고 있었기 때문에 2인 1조가 필수도 아니라고 맞받았습니다.

사 측은 고인에 대한 애도와 유족 위로에 최선을 다했고, 경찰과 고용부 조사에도 협조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회사 측 답변

서로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시선은 부검 결과로 향하고 있습니다. 경찰과 고용부도 부검 결과를 보고 조사 방향을 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19살 청년 노동자의 사망 원인을 밝힐 부검 결과는 2~3주 뒤에 나올 예정입니다.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email protected]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네이버, 유튜브에서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KB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5903 교도소 실수로 일찍 출소‥검찰 문의하자 "남은 벌금내라" 랭크뉴스 2024.07.29
35902 "아침 6시에 30도, 실화냐?" 전국에 폭염 특보…대구는 한낮 '36도' 랭크뉴스 2024.07.29
35901 5㎏ 아령 묶인 채 한강 하구서 발견된 시신…경찰 “타살 혐의 없지만 부검” 랭크뉴스 2024.07.29
35900 [영상] 17살 맞아?…한·중 사격 천재 파리에서 한판 승부 랭크뉴스 2024.07.29
35899 나훈아 “남아 있는 혼 모두 태우려…” 마지막 콘서트 일정 공개 랭크뉴스 2024.07.29
35898 국민의힘 ‘김건희·한동훈 인사조율’ 주장 최재영 고발···김재섭 “인사 개입 소문 늘 돌았다” 랭크뉴스 2024.07.29
35897 '양궁 10연패' 축하 한마디 없다…싸우느라 올림픽 잊은 여야 랭크뉴스 2024.07.29
35896 “숨을 못 쉬겠어요”…유명 DJ 출연 공연, 압사 우려에 중단 [잇슈 키워드] 랭크뉴스 2024.07.29
35895 "숨도 못 쉬어"‥압사 '공포'에 공연 중단 랭크뉴스 2024.07.29
35894 “어떤 방어도 불가”…불법 도박 사이트 ‘발칵’, 왜? 랭크뉴스 2024.07.29
35893 ‘로또 청약’ 열기에 45만명 몰린 청약홈… 오전 접속 지연 랭크뉴스 2024.07.29
35892 국민의힘, '김 여사 의혹' 제기한 최재영·김규현 검찰 고발 랭크뉴스 2024.07.29
35891 빅5병원 "하반기 전공의 모집 지원자 0명…지원자 거의 없을 것" 랭크뉴스 2024.07.29
35890 “환경부·지자체 등 10곳 점심시간 일회용컵 사용률 30% 넘어” 랭크뉴스 2024.07.29
35889 "대체 몇 명이 몰렸길래"…전국민 '로또 청약'에 청약홈 접속 지연 랭크뉴스 2024.07.29
35888 미국발 훈풍에 코스피 장중 1%대 상승...코스닥 800선 회복 랭크뉴스 2024.07.29
35887 ‘파리올림픽 특수’에 삼성전자 난리났다...광고 효과 어마어마해 랭크뉴스 2024.07.29
35886 이준석 "이진숙, 의혹 소명 안 돼 부적격‥예방적 탄핵엔 반대" 랭크뉴스 2024.07.29
35885 “한국 초응급 상황”...환자들 큰일 났다 랭크뉴스 2024.07.29
35884 [정책 인사이트] 정부, ‘비혼 동거 커플’ 제도권 편입 시동 걸었다 랭크뉴스 2024.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