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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강민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왼쪽)이 허리를 숙이며 이재명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아버지는 이재명 대표입니다.”

지난 19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최고위원이 내놓은 발언이 큰 화제를 모았다. 이재명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한 강민구 대구시당위원장이 그를 향한 ‘과잉 충성’을 드러낸 것이다. 중앙당 공개회의에 처음 호출된 지역 정치인이 발언 수위 조절에 실패해 빚은 해프닝의 성격이 짙지만, ‘이재명 일극체제’로 굳어진 민주당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장면이어서 당 관계자들이 느끼는 당혹감은 큰 듯했다.

4·10 총선 이후 민주당에선 “더불어민주당이 아니라 더불어이재명당이다” 같은 자조가 자주 들린다. “강력한 친명(친이재명계)이고 싶다”는 어느 초선 의원은 “지금의 시대정신은 이재명”이라고 말했는데, 지금 민주당의 시대정신이 ‘오로지 이재명’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초유의 대표직 연임론이 제기돼도 경쟁자 하나 나서지 않는 상황은 당내 세력 간 경합과 토론이 익숙한 민주당의 전통과 큰 거리가 있다. 이 대표가 2년 임기인 대표직 연임에 나선다면 향후 당 장악력은 더 극대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연임에 나설까. 이 대표가 연임 도전을 위해 21일 대표직을 내려놓을 거란 관측이 나왔지만, 일부 측근들은 “여전히 대표는 최종 입장을 결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여론이 강력하게 형성돼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 대표는 입장을 발표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양쪽의 의견을 모두 들으며 고민하는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물론 ‘대권·당권 분리’를 명시한 당헌·당규를 총선 직후 빠르게 손질하는 등 ‘연임’으로 기운 정황은 두루 확인된다. 그러나 지난 2월 비례대표 선출 방식을 놓고 대부분의 언론과 정치권 관계자들이 이 대표가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택할 거라고 전망했을 때, 이 대표는 마지막 순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안에서 승리의 길을 찾겠다”고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해 이 대표 본인의 체포동의안 국회 처리를 앞두고 논쟁이 일었을 때도 이 대표가 페이스북에 ‘부결해달라’는 취지의 글을 올리기까지, 메시지의 방향은 오리무중이었다. 아직까지 이 대표는 스스로 연임에 대한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연임은 이 대표에게 양날의 칼이다. 대표 연임에 나서면 당내 유일한 차기 주자로서 대선 경선 코앞까지 패권을 틀어쥘 수 있다.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으로 기소되면서 재점화된 사법부와의 일전에서 당 차원의 방어에도 총력을 동원할 수 있다. 그러나 김영진 의원 같은 측근들조차 그의 연임을 공개적으로 우려하는 것은 ‘대표직 연임이 대선주자로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큰 까닭이다. 이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지금이 이 대표의 최고점인데, 대표직을 더 수행하면 당의 전면에서 공격받을 리스크가 커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회창의 길’도 이 대표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회창 전 총재는 보수정당의 15대, 16대 총선을 승리로 이끌고도 15대, 16대 대선에서 거푸 패배했다. 일사불란하게 당을 줄 세운 ‘제왕적 총재’의 후과였다. “아버지 이재명”은 그저 실수일까, 징후일까. 이를 징후적 장면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 대표는 어느 날엔가 ‘이회창의 길’에 서게 될 수 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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