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채상병 특검법 청문회 증인 출석
‘이런 일로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 하나’
윤 대통령 격노했다는 사령관 발언 증언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왼쪽부터),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비서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21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채상병특검법)에 대한 입법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21일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이번 사건은 반드시 올바르게 처리가 되어야 하고 책임 있는 자들이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단장은 이날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채 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해 “우리 사회의 진실을 밝히고 정의는 살아있음이 증명 되도록 도와달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전 단장은 “다음 달이면 채 상병이 사망한 지 벌써 1년이 된다. 사건의 실체·진실이 규명되지 않고 책임자 처벌은 요원하기만 하다”며 “‘누가 내 아들을 구명조끼 없이 물에 들어가게 했는가’ ‘누가 그 세찬 물살에 장화를 신게 했냐’는 (최근 채 상병 어머니가 보낸) 편지 속 어머니의 질문은 지난해 7월28일 남원에서 유가족 대상 수사결과를 설명했을 때 한 말씀과 같다. 1년 가까이 지났는데 어머니는 같은 질문을 하고 있고, 답하지 못하는 현실에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고 했다.

그는 “현재 사령부로부터 약 4㎞ 떨어진 독립 숙영지 사무실에 격리되어 11개월째 아무런 임무 없이 출퇴근만 하고 있다. 모든 업무로부터 배제되고 부하들과의 자유로운 접촉도 차단된 상태”라며 “한 개인이 국가권력을 상대로, 그것도 최고권력을 상대로 이렇게 버티는 건 기적 같은 일이다. 매일 죽음 같은 시간을 보내면서도 참고 견디는 건 오로지 국민 여러분의 지지와 관심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아는 대한민국 해병대 대다수 지휘관은 자신의 안위보다 부하를 살피고 솔선수범하며 책임을 다하는 충성스러운 해병이다. 부디 정의로운 해병대가 제자리를 찾도록 격려와 응원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아래는 박 전 단장의 청문회 발언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전 해병대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입니다.

오늘 저는 무거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너의 죽음에 억울함이 남지 않도록 하겠다. 책임 있는 자에게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 이 말은 제가 고 채수근 시신 앞에서 다짐하고 약속한 말입니다. 시간은 무심하게 흘러 다음 달이면 채 상병이 사망한 지 벌써 1년이 됩니다. 사건의 실체·진실이 규명되지 않고 있고 책임자 처벌은 요원하기만 합니다.

최근 채수근 상병 어머니의 편지를 보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누가 내 아들을 구명조끼 없이 물에 들어가게 하였는가” “누가 그 세찬 물살에 장화를 신게 하였는가” 편지 속 어머니의 질문은 작년 7월28일 제가 남원에서 유가족 대상 수사결과를 설명하였을 때 하신 말씀과 같습니다. 1년 가까이 지났는데 아직도 어머니는 똑같은 질문을 하고 계시고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현실에 죄송하고 또 죄송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작년 7월19일 한 해병 병사가 순직하였습니다. 그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채수근 상병입니다. 사고 발생 즉시 저는 해병대수사단 소속 수사관들과 함께 낮과 밤 가리지 않고 혼신을 다해 수사를 했고 그 결과를 해병대사령관에게 보고하였습니다. 평소 같으면 수사단에서는 수사결과를 해군 수사단 및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고하고 사건 관련 사건 기록 일체를 관할 경북경찰청으로 넘겼을 것입니다. 하지만 해병대사령관은 1사단장 보직교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그에 앞서 저에게 수사 결과를 직접 총장 및 장관께 보고하라고 지시했던 것입니다.

실제로 7월30일 16시30분경 장관 보고 시 제가 먼저 수사결과를 보고하고 당시 배석하였던 모든 인원들이 밖으로 나간 후 약 15분간 사령관이 장관을 독대하면서 사단장 후속 인사 등에 대하여 보고하였습니다. 보고는 순조롭게 마쳤고 이제 절차대로 언론브리핑, 사건 서류 이첩만 하면 되었습니다.

하지만 7월31일 12시경 장관 보고 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언론브리핑이 취소되고 모든 것이 혼란스럽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저에게 전화하여 “사건인계서를 보내라” “죄명, 혐의자, 혐의 내용 빼라” “수사라는 용어 사용하지 말아라”는 등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였습니다.

사령관 역시 혼란스러워하였습니다. 그러는 사이 같은 날 17시경 사령관이 저를 집무실로 불렀습니다. 제가 사령관에게 물었습니다. “도대체 국방부가 왜 그러는 것입니까?” 사령관은 저에게 “오늘 오전 11시경 대통령이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국방비서관으로부터 1사단 사망사고 관련 보고를 받으면서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 할 수 있겠느냐’며 격노하였다”고 했습니다. “대통령이 국방과 관련하여 이렇게 화를 낸 적이 없다”고도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사령관에게 “대통령께서 잘못 보고받은 것 같습니다. 왜 사단장을 처벌하려는 것이냐는 질문이 맞는데 왜가 빠진 것 같습니다. 제가 국방부에서 지시하는 대로 하였을 때 예견되는 문제점 정리해서 보고하겠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이후 저는 중앙수사대장, 1광역수사대장, 수사지도관 등과 함께 이 문제에 대해 논의했고 과거 사이버 댓글 사건 수사외압 관련 국방부 장관, 조사본부장이 구속된 사례를 회상하면서 수사 서류를 변경할 수 없는 이유를 정리하였습니다.

언론에서 이미 공개된 ‘고 상병 채수근 익사 사건의 관계자 변경 시 예상되는 문제점’이라는 문건입니다. 저는 사령관에게 동 문건을 보고 하면서 상급부대인 국방부 조사본부에서 재검토할 것을 건의드렸습니다. 사령관도 동의하였고 그렇게 일은 마무리될 것으로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법무관리관은 저와 이틀에 걸쳐 5회 통화하면서 “혐의자, 혐의 내용 등을 빼라” “혐의자를 직접적 과실이 있는 자로 한정하라”고 말을 하였습니다. 이제 와서는 법무관리관은 단순히 의견 제시를 하였다고 하지만 단순한 의견 제시라면 이틀에 걸쳐 5회씩이나 통화할 이유가 없습니다.

심지어 법무관리관도 자신의 발언이 위험하다고 느꼈는지 “외압으로 느끼십니까?”라고 묻기도 했습니다. 국방부 수사외압은 사령관에게도 가해졌습니다. 이미 언론 보도된 것과 같이 차관과 군사보좌관, 법무관리관 등이 사령관에게 “확실한 혐의자는 형사처벌, 지휘책임자는 징계로 하는 것을 검토해달라” “7월30일 장관 결재는 중간 결재로 하고 장관 귀국 시 재보고 하라” “해병대는 왜 말을 하면 안 듣는 것이냐”라는 등 전화와 문자를 하였습니다.

저는 사령관에게 “수사 서류를 축소·왜곡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고 직권남용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계획된 대로 경찰에 이첩해야 한다”고 수차례 건의 드렸습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사령관은 수사 서류를 변경하자고 하자니 직권남용이 되고 그렇다고 국방부 지시를 거부하자니 항명이 될 것 같아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고민만 했던 것 같습니다.

군사 법정에서 사령관은 7월31일부터 이틀에 걸쳐 세 차례 이첩 보류 명령하였으나 제가 이를 거부하였다고 합니다. 도대체 군에서 상관이 동일한 명령을 세 차례 내리는 이유가 어디에 있습니까.

백보 양보하여 사령관이 이첩 보류 명령을 내렸고 제가 순응하지 않았다면 사령관은 저를 직무배제 하든지 적절한 지휘 조처를 하여야 하는 것이 사리에 맞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런 답답한 상황은 계속 이어졌고 8월2일 10시경 저는 사령관 집무실로 가서 최종적으로 제가 책임지고 이첩하겠다고 보고하였고 같은 날 10시30분부터 경북청으로 사건을 이첩하였습니다. 이후 언론 보도와 같이 저는 보직 해임됐고 집단항명 수괴 구속영장 청구 등을 거쳐 현재 기소되어 군사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현재 사령부로부터 약 4㎞ 떨어진 독립 숙영지 사무실에 격리되어 11개월째 아무런 임무 없이 출퇴근만 하고 있습니다. 모든 업무로부터 배제되고 부하들과의 자유로운 접촉도 차단된 상태입니다. 한 개인이, 국가 권력을 상대로 그것도 최고 권력을 상대로 이렇게 버틴다는 것은 기적 같은 일입니다. 매일 죽음 같은 시간 보내면서도 제가 참고 견딜 수 있는 힘은 오로지 국민 여러분들의 지지와 응원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한 저 멀리 백령도에서 김포, 포항 및 제주도까지 전후방 각지에서 자신보다 해병대와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대다수 해병대 전우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본의 아니게 해병대 명예가 실추되고 국민들로부터 조롱거리가 되는 모습에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제가 사랑하고 청춘을 보낸 해병대가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지….

감히 국민들 여러분께 청원합니다. 제가 아는 대한민국 해병대 대다수 지휘관들은 자신의 안위보다 부하를 살피고 솔선수범하며 책임을 다하는 충성스러운 해병들입니다. 부디 정의로운 해병대가 제자리를 찾도록 격려와 응원 부탁드립니다.

끝으로 한 말씀만 더 드리겠습니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병사의 죽음에 대한 문제가 아닙니다. “내가 80평생을 살아보니 힘있는 놈들 다 빠져나가고 힘없는 놈들만 처벌받더라” 이 말씀은 수근이 할아버지가 수사결과 설명을 하는 저에게 하신 말씀이십니다. 마치 선견지명이 있으신 것처럼. 대한민국은 법치 국가입니다. 법 앞에 모든 국민은 평등합니다. 부유하든 가난하든 힘이 있든 힘이 없든. 국민 모두는 법 앞에 평등하여야 하고 그것이 정의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할아버지께 이런 약속을 드렸습니다. “비록 제가 수사종결권은 없지만 제 손을 떠나기 전까지 오늘 설명드린 대로 이뤄지도록 하겠습니다.” 지금도 하나밖에 없는 장손자를 잃고 억장이 무너진다는 할아버지의 눈빛을 잊을 수 없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대한민국은 국방의 의무가 있는 나라입니다. 모든 국민은 군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사건은 반드시 올바르게 처리되고 책임 있는 자들은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래야 제2의 수근이 같은 억울한 죽음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디 우리 사회에 진실을 밝히고 정의는 살아있음이 증명되도록 도와주세요. 저의 말을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733 서울대병원 무기한 휴진 중단…'빅5' 휴진 확산 제동걸릴 듯 랭크뉴스 2024.06.21
» »»»»» 박정훈 대령 “‘외압으로 느끼십니까’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물었다” [전문] 랭크뉴스 2024.06.21
2731 처음으로 모습 드러낸 중대장‥"사과하라" 난리난 법원 [현장영상] 랭크뉴스 2024.06.21
2730 정치인 호감도…오세훈 36% 조국 35% 이재명 33% 한동훈 31% [갤럽] 랭크뉴스 2024.06.21
2729 북한 김여정, 대북 전단 살포에 또 ‘오물 풍선’ 맞대응 시사 랭크뉴스 2024.06.21
2728 [속보] 서울대병원 ‘전면 휴진’ 중단…교수들 투표로 결정 랭크뉴스 2024.06.21
2727 [속보]서울대병원 “무기한 휴진 중단”…교수 73.6% 찬성 랭크뉴스 2024.06.21
2726 ‘얼차려 훈련병 사망’ 중대장·부중대장 구속…심문 3시간 만에 발부 랭크뉴스 2024.06.21
2725 [속보] 서울대병원 무기한 휴진 중단…교수 73.6% “지속가능한 투쟁 방법 찾을 것” 랭크뉴스 2024.06.21
2724 정치인 호감도 조사...조국·이재명보다 오세훈 랭크뉴스 2024.06.21
2723 “더 못참아” 분노한 환자 1000명 길거리 나온다...내달 4일 대규모 집회 랭크뉴스 2024.06.21
2722 청문회 나온 임성근 전 사단장 “작전 지도했지, 지시한 게 아냐” 책임 부인 랭크뉴스 2024.06.21
2721 오죽하면 '숨겨진 보석'이라 불린다…동해 이색 해수욕장 어디 랭크뉴스 2024.06.21
2720 낮 가장 긴 '하지' 33도 불볕더위... 주말 흐리고 장맛비 랭크뉴스 2024.06.21
2719 서울 아파트값 2주 연속 상승… “지역별 가격 양극화·수요 쏠림 심화” 랭크뉴스 2024.06.21
2718 서울대병원 ‘무기한 휴진’ 중단…교수 74% “저항 방식 전환” 랭크뉴스 2024.06.21
2717 [단독] 9000억 몰린 ‘제3판교’ 땅… 알고보니 벌떼입찰에 당첨까지 랭크뉴스 2024.06.21
2716 환자 불편에 여론 악화까지…서울대병원 교수들 결국 진료복귀(종합) 랭크뉴스 2024.06.21
2715 국민 10명 중 6명 "세월호 이후 '안전한 사회'로 변화 없어" 랭크뉴스 2024.06.21
2714 중대장 "완전군장 내 지시 아냐" 부인했지만 결국 '구속' 랭크뉴스 2024.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