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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집중호우 때 유실된 충북 괴산댐 상류의 ‘운교’.

■ 42년 된 127m 다리… 집중호우에 '폭삭'


충북 괴산군 청천면 괴산댐 상류에는 '운교'라는 이름의 다리가 있었습니다.

1981년 완공된 길이 127m의 이 다리는 달천을 사이에 둔 충북 괴산군 청천면 덕평리와 운교리의 가교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7월 15일, 이 거대한 다리가 통째로 무너지고, 일부는 떠내려갔습니다.

지난해 7월 13일부터 사흘 동안 충북 괴산에 404mm의 집중 호우가 쏟아져 괴산댐 물이 넘쳤고, 이 과정에서 다리가 유실된 겁니다.

다리가 지어진 지 42년 만에 처음 있는 재해였습니다.

지난해 7월 집중호우 때 유실된 충북 괴산댐 상류 ‘운교’가 1년 가까이 방치된 모습.

■ 유실된 다리 1년 가까이 방치… 주민 불편 계속

기록적인 폭우 피해를 본 지도 어느덧 1년이 다 되어가는 상황.

KBS 취재진은 다리가 있던 현장을 찾았습니다.

무너진 상판 일부는 아직도 물에 잠긴 채로 방치됐고, 한가운데 외롭게 솟아 있는 교각만 '이곳에 다리가 있었다'는 흔적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복구 공사는 아직 시작도 하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수해를 입은 뒤, 관계 기관 협의에서 "괴산댐이 또 월류할 가능성 등을 고려해 다리 높이를 더 올리고 기능을 보강하자"는 등의 의견이 나와 복구 설계 작업이 늦어졌기 때문입니다.

괴산군은 조만간 공사를 발주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다리가 완전히 복구되기까지는 수 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기간 근처 마을 주민들은 약 4km 가량을 돌아가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합니다.

충북 괴산군 청천면의 한 주민은 "다리가 끊긴 뒤로 버스도 다니지 않고 먼 길을 돌아가야 하니 불편한 점이 많다"면서 "주민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의 통행도 잦았던 곳인 만큼 이른 시일에 안전하게 복구 공사가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여름 집중호우 때 파손된 충북 충주 달천대교의 산책로 등 주민편의시설.

■ "곧 장마인데"… 충북 수해 복구율 76.8%

지난해 수해의 흔적이 1년 가까이 방치되고 있는 건 이곳뿐만이 아닙니다.

충북 충주의 달천대교도 산책로 등 주민 편의시설 곳곳이 깨지고 망가진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달천은 국가하천 지역이어서 국비로 복구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데, 우선 순위에서 밀려 국비 지원이 늦어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처럼 지난해 충북에서 수해를 입은 시설은 모두 1,942곳.

이 가운데 지난 15일 기준, 복구 공사가 끝난 곳은 76.8%인 1,492곳뿐입니다.

421곳은 공사가 진행 중이고, 나머지 29곳은 위에 언급한 사례처럼 아직도 설계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충청북도 등 각 자치단체는 공사에 속도를 내서 이달 말까지 90% 이상 복구를 마치겠다는 계획입니다.

재해위험지구로 지정된 지 2년 넘게 정비 공사가 진행 중인 충북 음성군 ‘신천지구’.

■ 상습 피해 '재해위험지구'… 정비만 몇 년 걸려

짧게는 몇년 동안, 길게는 수십 년 동안 상습적으로 호우 피해가 반복됐지만, 여전히 위험에 노출된 곳도 적지 않습니다.

충북에는 모두 105곳이 '재해위험지구'로 지정돼있습니다.

재해위험지구는 집중호우 등 자연재해나 재난이 발생했을 때 상습적으로 침수·붕괴 등 피해가 반복되는 지역입니다.

그런 만큼, 장마철이 다가오면 더 큰 피해가 우려될 수밖에 없습니다.

KBS 취재진이 찾아간 충북 음성군 음성읍의 '신천지구'는 2022년 3월 재해위험지구로 지정됐지만, 2년 넘게 정비 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했습니다.

이처럼 충북의 재해위험지구 105곳 가운데 현재 정비가 진행 중인 곳은 19곳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86곳은 사유지에 대한 토지 보상이나 설계 등 행정 절차 단계에 머물러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했습니다.

한 자치단체 관계자는 "상습 피해가 있는 재해위험지구는 단순히 망가진 시설을 복구하는 것이 아니라, 하천이나 도로 구조 등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내 해결하는 '개선 복구'에 중점을 두다 보니 사업 기간이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40년째 도로 침수가 반복되고 있는 충북 단양군 ‘달맞이길’ 도로.

■ 40년째 침수되는 도로… "대책 하세월"

무려 40년째 도로 침수가 반복되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곳도 있습니다.

충북 단양군 단양읍의 농어촌도로 '달맞이길' 이야기입니다.

충주댐 상류에 있는 이 도로의 해발 고도는 137m. 집중 호우 등으로 충주댐의 상시 만수위인 141m에 근접하면 자연적으로 침수되는 구조입니다.

근처 마을 주민들은 충주댐이 건설된 1985년 이후, 40년 동안 불편을 감수해오다 최근 집단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이상 기후로 겨울에도 '짧은 장마'가 잦아지면서, 계절을 가리지 않고 침수 피해가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주민들의 진정을 접수한 국민권익위원회는 최근 현장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단양군도 재해위험지구 지정을 추진하면서, 정부와 국회에 도로를 5m 가량 높일 수 있도록 예산 지원 등을 건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백억 원대인 예산 확보 가능성과 복잡한 행정 절차를 고려하면, 언제쯤 침수 피해가 없어질지 기약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처럼 올해 장마철을 앞두고도 충북 곳곳에서 여전히 수해 복구 공사가 진행 중이거나, 아직 손도 못 댄 곳이 적지 않습니다.

기후 변화로 해마다 집중호우 피해가 커지는 상황에서, 더딘 행정 절차 등 재난·재해 복구 대책도 점검과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연관 기사]
[현장K] 곧 장마인데…수해 복구 하세월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8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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