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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떨어지는 합계 출산율에, 정부는 그제(19일) ‘인구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했습니다.

육아휴직급여를 월 최대 250만 원까지 늘리고, 출산 가구 주택공급을 연간 12만 호로 확대하는 등 다양한 대책이 쏟아졌는데, 이 가운데 눈길을 끈 정책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바로, ‘외국인 가사관리사’ 도입 계획입니다.

국민들의 관심사는 ‘얼마나 저렴한 가격에’ 가사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느냐였습니다. 월~금 하루 8시간씩 가사서비스를 이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올해 최저임금 기준으로는 월 206만 740원이 듭니다.

가사서비스 수요가 높은 30대 가구의 중위소득이 지난해 기준 509만 원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한 달 소득의 약 40%를 지출해야 하는 건데요. 일각에선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이 때문일까요? 정부가 그제 발표한 저출생 대책에는,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않는’ 가사관리사 도입 계획이 일부 포함됐습니다. 일단 5,000명 시범사업으로 시작하겠다고 했는데, 쟁점을 짚어보겠습니다.

■ 최저임금을 줘야 하나요?

정부가 발표한 대책에는 3갈래의 외국인 가사관리사 도입 계획이 담겼습니다. 모두 ‘외국인 가사관리사’로 불리지만, 각기 다른 비자로 국내에 입국하게 됩니다.

이 분류가 중요한 이유는, ‘최저임금 적용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먼저, E-9(비전문취업) 비자를 적용받아 입국한 외국인 가사관리사들은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는 ‘근로자’로, 최저임금을 적용받게 됩니다. 최소 206만 740원 이상을 받는다는 얘깁니다.

기존에 보도됐던 서울시의 이른바 ‘필리핀 이모님’ 도입 계획이 여기에 해당하는데요. 정부가 인증한 가사서비스 제공기관과 정식 근로계약을 맺고 일하게 됩니다.

반면, D-2(유학)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 유학생과 F-3(동반)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의 배우자의 경우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않을 수 있습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가사사용인’에 대한 예외 조항이 있는데, 이를 적용해 일종의 ‘개인 간 사적 계약’의 형태로 근무하게 되는 겁니다. 이 경우 법적 근로자가 아니므로, 최저임금법도 적용받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국제노동기구(ILO) 가입국으로서 ‘고용·직업에서의 차별금지에 관한 제111호 협약’을 비준했지만, ‘사적 계약’ 형태를 통해 이 역시 피해갈 수 있다는 게 정부 설명입니다.

이번 저출생 대책에는 이 ②, ③ 형태의 가사관리사 도입 계획이 처음으로 구체적인 수치와 함께 담겼습니다.


■ 우리 집에도 올 수 있을까요?

그럼, 정부는 각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얼마만큼 도입한다는 걸까요?

E-9 비자를 적용받아 입국하는 외국인 가사관리사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현재 서울시에서 100명 규모의 시범사업을 추진 중인데, 다음달까지 현지 선발 절차를 마치고 4주간의 특화교육을 거쳐 이르면 9월 중에 현장에 배치될 예정입니다. 모두 필리핀 국적입니다.

정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내년 상반기까지 1,200명을 추가로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필리핀 국적 외국인만으론 충분치 않을 것 같다며, 몇몇 국가를 더 추가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했습니다.

현재 시범사업은 서울시에 국한해서 진행되고 있지만, 내년 상반기까지 도입될 1,200명은 전국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라고도 밝혔습니다.


다음으로 D-2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 유학생과 F-3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 배우자의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정부는 모두 5,000명에게 가사 돌봄 활동을 시범적으로 허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는데, 구체적인 시기나 방식, 업무 범위 등에 대해선 법무부에서 검토 중이며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했습니다.

다만, 최저임금 적용 대상이 아니란 점은 분명히 했습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용 가격은)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맞춰서 정해질 것”이라며 “정부가 가격 통제를 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가사사용인 형태의 고용은 ‘플랫폼’을 통하게 되느냐는 질문엔 “여러 가지 방식을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며 “다양한 제도를 도입해서 선택지를 많이 확대하겠다는 게 기본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민간 중개기관’ 도입 계획입니다.

정부는 민간기관이 해외의 사용 가능한 가사사용인을 합리적 비용으로 도입·중개·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는 현재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 활용되고 있는 방식입니다.


■ “활용 의향 있다”는 부모들…이유는?

앞서 말했듯, 서비스 이용자들은 ‘가격’에 가장 민감합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지난달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정방문 돌보미’ 이용 의향이 있는 부모 가운데 32%가 ‘외국인을 활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부담이 덜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노동계에선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주는 고용 방식에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돌봄의 사회적 책임을 확대하는 게 아니라, 오직 ‘비용 문제’로만 바라보며 역행하고 있다는 겁니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예외와 차별을 넓혀가는 방식”이라며 “2년 전 가사근로자의 처우 개선을 위한 가사근로자법을 만들어 놓고, 지금은 이 법을 피해가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연관 기사] “도우미, 가정부, 파출부, 식모 아닌 근로자입니다”…법 시행 2년 휴·폐업 왜? (2024.6.17.)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88860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같은 저출생 대책에서 ‘공적 돌봄’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해놓고, 무조건 비용이 싸다며 도입하겠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외국인 도입이 아니라, 국내 가사서비스 일감을 제대로 배분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조 위원은 “대부분 수요자는 전일제(일 8시간)가 아닌 단시간 근로자를 원한다. 월 206만 원을 써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같은 동네에 사는 가사근로자를 그 동네 수요자에게 연결해주는 것만으로도 돌봄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노동계는 이 밖에도 ▲돌봄서비스의 질 저하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노동인권·임금착취 문제 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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