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난 18일 방문한 서울 용산구 동자동에 위치한 등록 쪽방에 생필품과 침구가 가득 차있다. 이 방 거주민은 미등록 쪽방보다 크기가 크지만 쪽방으로 인정받아 제도적 지원을 받고 있다. 윤예솔 기자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 사는 유철현(56)씨는 최근 남대문 인근 한 사우나를 찾았다. 유씨는 자신이 쪽방촌 주민에게 목욕권을 지원하는 서울시 ‘동행목욕탕’ 사업의 지원 대상인 줄 알았다. 그러나 유씨가 사는 곳은 서울시에 등록되지 않은 이른바 ‘미등록 쪽방’이었다. 유씨는 지원 대상이 아니란 소리에 결국 목욕을 못한 채 돌아왔다.

반면 유씨의 쪽방에서 두 걸음 거리에 있는 쪽방 거주자 김시환(52)씨에겐 목욕권이 주어진다. 그는 매달 두 번씩 사우나를 찾아 무료로 씻고 있다. 김씨가 사는 곳은 서울시에 쪽방으로 등록돼 있어 이런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지난 18일 찾은 두 사람의 쪽방은 거의 비슷한 모습이었다. 1평 남짓한 크기에 장판, 벽지 색도 비슷했다. 두 명이 나란히 설 수 없을 만큼 비좁은 복도가 있고, 공용으로 쓰는 주방과 세탁기가 한 개씩인 것도 같았다.

지난 18일 방문한 서울 용산구 동자동에 위치한 미등록 쪽방에 모니터와 침구가 깔려있다. 이 방은 성인 남성이 누우면 꽉 찰 정도로 협소하지만 쪽방으로 등록되지 않아 제도적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윤예솔 기자


그러나 두 사람의 생활은 정반대다. 유씨와 김씨는 약 70만원의 기초생활 수급비로 한 달을 산다. 미등록 쪽방 주민인 유씨는 “이틀에 한 번은 끼니를 사 먹어야 한다”며 “방값 30만원을 내고 나면 빠듯하다”고 했다. 반면 등록된 쪽방에 사는 김씨는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동행식당 카드로 지정된 식당에서 하루 한 끼를 무료로 해결한다. 김씨는 “식당에서 좋아하는 불고기를 먹고, 한 끼는 교회에서 주는 도시락을 먹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쪽방의 서울시 등록 여부에 따라 주민 복지는 완전히 달라진다. 서울 시내 미등록 쪽방은 전체 쪽방의 5~10% 정도다. 이런 쪽방에 사는 주민은 제도적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다. 식당이나 목욕탕 지원을 받지 못한다. 또 2022년부터 제공된 에어컨 설치 비용과 전기료 지원, 여름용 침구 제공 대상에서도 제외돼 있다.

서울시는 2013년부터 매년 실태조사를 통해 쪽방 규모와 위치 등을 파악하고, 등록 절차도 진행하고 있다. 2022년 10월 전국 최초로 쪽방 주민 지원 조례도 제정했다.

다만 관련 법령이나 조례에 쪽방에 대한 정의가 명시돼 있지 않아 지원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 기준이 없어 정책 설계 및 집행 시 행정 담당자의 재량이 크게 반영될 수 있다. 주장욱 홈리스행동활동가는 20일 “쪽방 주민들은 임대차 관련 제도나 행정 절차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제대로 수혜를 누리지 못한다”며 “쪽방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와 실태 파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4679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 28%‥'김여사 문제' 부정평가 5%p 올라 랭크뉴스 2024.07.26
34678 밴스 "자식 없는 해리스" 공격 역풍…남편 전처·딸까지 나섰다 랭크뉴스 2024.07.26
34677 "이름이 비슷해서"…인터파크투어·해피포인트 '티메프' 사태 선긋기 랭크뉴스 2024.07.26
34676 “모두가 안 될 거라고 했는데”…한국 핸드볼 우생순들이 예선 한 경기에 눈물 흘린 이유 랭크뉴스 2024.07.26
34675 “밥캣 키워줬더니 날강도 당해” 개미들 역린 건드린 두산 사업재편 랭크뉴스 2024.07.26
34674 ‘1세대 벤처 신화’ PC·게임·포털·이커머스...모두 저문 대한민국 랭크뉴스 2024.07.26
34673 韓 환시 ‘큰손’ 된 국민연금… 환율방어 골몰하는 당국 랭크뉴스 2024.07.26
34672 "탄핵 또 탄핵" 巨野 거침없는 독주…총력저지에도 묘수없는 與 랭크뉴스 2024.07.26
34671 대통령실 “시급한 현안 많은데 국회는 정쟁, 심각한 유감” 랭크뉴스 2024.07.26
34670 어플로 만나 4.9억 빌려주고 못 받자 살해…대법, 징역 35년 확정 랭크뉴스 2024.07.26
34669 지금이 돈 벌 기회...‘돈나무 언니’, 폭락한 ‘테슬라’ 대량 매수 랭크뉴스 2024.07.26
34668 전국 폭염 특보…주말 강한 소나기 주의 랭크뉴스 2024.07.26
34667 국민의힘이 파악한 ‘이탈표 4표’의 정체는···안철수+3명의 실수? 랭크뉴스 2024.07.26
34666 센강 개막식 보며 치맥? '올림픽 집관족' 건강하게 즐기려면 [헬시타임] 랭크뉴스 2024.07.26
34665 "내가 찔렸어야 했냐" 흉기난동 부실 대응 경찰 항변 '논란' 랭크뉴스 2024.07.26
34664 ‘마약 상습 투약’ 오재원 전 야구 선수 징역 2년 6개월 실형 랭크뉴스 2024.07.26
34663 ‘마약 투약 혐의’ 오재원, 1심서 징역 2년6개월 선고 랭크뉴스 2024.07.26
34662 이상인 방통위 부위원장 사퇴…“야당 행태 심각한 유감” 랭크뉴스 2024.07.26
34661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예상…“일본, 전체 역사 반영 조치” 랭크뉴스 2024.07.26
34660 명품백 선물 최재영 목사 "김 여사 궤변‥국정농단 조명해야" 랭크뉴스 2024.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