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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공개 ‘쿠팡 내부자료’ 살펴보니
서울 시내 한 쿠팡 물류센터의 모습. 연합뉴스

“구매후기 수가 지나치게 적은 상품은 추가 바인(임직원 후기)의 기회가 절실(desperate)함.”

2021년 6월 쿠팡 내부에서 오간 이메일에 담긴 내용 가운데 하나다. ‘비타할로 티트리 필링젤 150ml’ 상품에 달린 구매후기가 너무 적으니 30개의 임직원 후기가 더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비타할로는 쿠팡의 뷰티용품·건강기능식품 자체브랜드(PB)다.

쿠팡은 지난 13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의 검색 알고리즘 조작 등 행위가 기만적인 고객 유인행위에 해당한다며 14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자 연일 ‘장외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직원 리뷰 조작이 없었다’는 주장이다. 쿠팡은 직원들이 작성한 리뷰 가운데 제품에 부정적인 내용을 골라 공개하면서, 임직원 상품 체험단이 객관적으로 후기를 작성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공정위의 조사 과정과 전원회의 논의 과정에서 이미 쿠팡이 주장했던 내용들이다. 공정위는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부정적 후기는 소수에 불과할 뿐, 전사적인 후기 관리가 있었다고 결론 내린 것이다. 공정위는 임직원 후기가 출시 초기 피비 상품의 순위를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가 공개한 쿠팡 내부자료를 보면 이런 사실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쿠팡은 매일 아침 임직원에게 제공할 피비 상품을 선정한 뒤 무상 교부했다. 선정 기준은 신규 피비 상품, 검색순위가 낮은 피비 상품, 구매후기가 적거나 평균 별점이 낮은 피비 상품 등이다. 상품 수령 뒤 1일 내로 후기를 작성하라는 지침도 내렸다. 상품을 충분히 사용해본 뒤 작성한 후기가 아니라는 의미다.

직원들이 후기를 작성한 사실이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 사항도 꼼꼼히 담았다. 내부 관리 내역을 보면 ‘탐사 실크 단열벽지, 웜그레이 50㎝*10m’, ‘무농약원료 샐러드 채소믹스 800g’ 제품 후기에 대해 ‘사진 되도록 회사X’, ‘사무실 배경 사진 주의’ 등의 코멘트가 기재돼 있었던 것이다. 기저귀(스너글스 스너그핏 팬티형)를 제공했다가 피부 발진 문제가 제기되자 제품을 교환해 준 사실도 적혀있다. 이후 이 직원은 피부에 발진이 생겼다는 문제점은 제외하고 후기를 작성했다.

쿠팡의 임직원 구매후기 관리내역. 공정거래위원회

2021년 6월 임직원 후기 요청 내역. 구매후기 수가 지나치게 적은 상품은 추가 바인(임직원 후기)의 기회가 절실(desperate)하다면서 30개의 임직원 후기를 요청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피비 상품 담당자들은 또 판매량이 저조한 상품에 대해 추가 후기를 요청하기도 했다. 한 직원은 판매량이 적은 상품 목록을 정리한 파일을 첨부한 뒤 “추가 바인(후기) 진행해 주세요”라고 요청했다. 비타할로 아이라이너 붓 펜은 “평균 별점을 높이기 위해"(Improve review Rate), 곰곰 곤약젤리는 “검색순위 상승 위해”(Search boosting) 각각 30개와 5개의 임직원 후기가 요청됐다. 피비 상품 판매량 증대를 위해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었다고 공정위가 판단한 근거들이다.

쿠팡의 임직원 후기 조작 사건을 최초 신고한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속 권호현 변호사는 “피비 상품 판매량 증대를 위해 일반 소비자의 실사용 후기처럼 거짓 후기를 작성하도록 쿠팡이 조직적으로 관리한 것이 확인된 것”이라며 “허위 리뷰 작성은 업계 관행이 아니라 대규모 조직적인 범죄행위”라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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