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성폭행 사건 가해자가 20일 신상 정보를 공개한 유튜브 채널 '전투토끼'를 통해 사과문을 올렸다. 유튜브 캡처

2004년 경남 밀양시에서 발생한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 중 한 명으로 지목됐던 남성이 자신의 신상 정보를 공개한 유튜버에게 자필 편지를 보내 피해자에게 사과했다.

가해자들의 신상 정보를 공개해 온 한 유튜브 채널은 20일 '밀양 가해자 박○○ 최초 사과문'이라는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 따르면, 가해자 A씨는 해당 유튜버에게 자필 편지를 보내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며 "피해자분께 너무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 직접 하는 것도 실례가 될 것 같아 조심스럽다"고 적었다. 이어 "20년 전 당시 고등학생으로 어리석고 바보 같은 행동으로 피해자분께 평생 동안 지워지지 않을 죄를 지었다"며 "지금도 고통 속에 지내오셨다니 죄송한 마음뿐"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A씨는 당시 성폭력처벌법상 특수강제추행 등 혐의로 소년부에 송치돼 1호(보호자 또는 청소년회복센터 등에서 감호위탁), 3호(사회봉사명령) 처분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그때는 처벌이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문제가 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게 어리석게 멋모르고 살았다"며 "차라리 처벌이라도 제대로 받고 제대로 사과했다면 피해자분과 국민들의 분노가 조금이나마 덜하지 않았을까 한다"고 후회했다.

또한 유튜브 등에 자신의 사진과 주소 등 신상 정보가 공개된 뒤 과거 잘못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저도 어릴적 꿈이 있었지만 그 사건들로 혼자서 많이 좌절하고 허송세월 흥청망청 살다보니 40(세)가 다 되어가는 나이가 됐다"며 "평생을 외식 한 번 안 해보고 농사만 짓다 암으로 수술하시고 스스로 명예퇴직하신 부모님께 죄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못난 아들이 몸도 모자라 마음까지 망가뜨린 것 같다"고 호소했다.

A씨는 마지막으로 "아무리 어릴 적이고 철 없는 미성년자라고 해도 돌이킬 수 없는 죄는 나이불문이라고 살아오면서 많이 느꼈다"며 "피해자분께 용서를 바라지 않는다. 사죄하면서 살아가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국성폭력상담소에 '밀양 성폭력 사건 피해자 지정 후원'으로 200만 원을 기부한 내역을 인증하기도 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지난 13일부터 피해자의 일상 회복을 위한 온라인 모금을 진행하고 있다. 21일 기준으로 후원금 1억1,244만 원이 모였으며, 2,925명이 후원금을 냈다. 앞서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유튜버들의 영상 게재 후 일부 가해자 가족들이 상담소로 여러 번 연락했다고 밝히면서 "진심 어린 사과의 계기나 시점으로 생각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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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김소희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