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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인구 비상 대책’에 시민들 냉소적 반응
반등할 수 있을까 20일 서울시의회 건물 외벽에 ‘출산율 반등, 서울시의회가 앞장서겠습니다’라는 문구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문재원 기자 [email protected]


“엄두 안 나는 내 집 마련

하루종일 일해야 하는 현실

기존과 똑같은데 무슨 반전”


“오늘 출근했더니 ‘저출생 대책’ 나왔다며 신혼부부 저리대출 얘기를 하던데 이게 저출생 대책인지 부동산 대책인지 모르겠다.”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만난 직장인 이혜원씨(32)는 전날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발표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보고 “전혀 새롭다고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내 돈만으론 집을 살 수 없을 정도로 집값이 오른 현실이 답답해서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는 것”이라며 “진짜 이런 대책만으로 출생률이 오를 것이라 생각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전날 정부는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며 육아휴직 급여 인상, 출산·육아 휴가 확대, 초등학생 늘봄프로그램 확대,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 기준 완화 등을 담은 대책을 내놨다. 저출생 대책 발표 때마다 단골로 나오던 내용인 데다 단편적 정책에 불과해 시민들 사이에선 “저출생 반전 대책이라기엔 틀이 똑같다. 반전 뜻을 모르는 것 아니냐”는 냉소가 이어졌다.

이들은 장시간 노동과 성차별이라는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선 반전을 기대할 수 없다고 했다. 직장인 최윤서씨(28)는 “이번 대책을 보고선 반전이 아니라, 대통령이 원래 하려던 것만 계속하려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여성가족부는 없애고 인구전략기획부를 만들겠다는 것인데 여가부 역할을 무시하면서 무슨 ‘인구 대응’을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씨는 “나를 비롯한 주변 20대 여성 중 결혼을 하겠다는 사람부터 많지 않다”며 “제발 근본 원인부터 고민하면 좋겠다”고 했다.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직장인 김모씨(39)는 “오후 6시에 퇴근해도 집에 가면 7시, 저녁을 해 먹으면 8시라서 아이를 재우기 전까지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적다”며 “종일 회사와 집만 반복해야 하니 둘째를 낳을 엄두가 전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일하는 시간 자체가 줄어들지 않는 이상 사람들이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국인 유학생과 배우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 가사·돌봄 취업을 허용하는 방안을 두고선 ‘노예제’라는 비판이 나왔다. 공공운수노조는 전날 낸 성명에서 “이주노동자에게 최저임금도 주지 않고 돌봄노동을 시키겠다는 것은 값싸게 노예를 사다 부리던 전근대적 시대로의 회귀에 불과하다”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한 누리꾼은 “여성혐오 범죄에 대해선 단 한마디도 없고 해외 가사노동자를 데려와 애 키우게 하라는 게 맞냐”고 했다. 다른 누리꾼은 “방과 후 아이들을 돌봐주는 늘봄교실 확대한다는 건 아무 소용이 없다”며 “부모가 아이를 돌보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지 초등학생까지 야자를 시키는 게 무슨 대책이냐”고 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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