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경찰이 고려제약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들이 의사들에게 자사 약을 쓰는 대가로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약사법 위반 등)를 포착해 리베이트 규모 등을 수사 중이다. 18일 서울 강남구 고려제약 본사 모습. 뉴스1
고려제약의 의약품 리베이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의사 1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파일명 ‘BM’(블랙머니)이라는 엑셀시트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파일에는 고려제약 측이 2020년부터 최근까지 1000명 이상의 의사들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한 내역이 담겼다고 한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대장 김기헌)는 지난 4월 고려제약을 압수수색해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리베이트 내역이 담긴 BM 파일은 압수물 분석 과정에서 발견됐다. 엑셀 표에는 고려제약이 리베이트를 준 병원, 의사와 진료과 이름, 리베이트 액수와 리베이트를 제공한 날짜 등이 상세하게 기록돼있다고 한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파일명 BM은 검은돈, 뇌물을 뜻하는 블랙머니(Black Money)의 약자인 것으로 확인했다. 명단에 등장한 의사들을 대상으로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수사 상황에 따라 피의자가 더 늘어날 수 있고 추가 압수수색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전경. 이찬규 기자
이번 고려제약 수사는 국민권익위원회 공익신고에서 비롯됐다. 조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권익위는 서울 수서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이후 수사규모가 커지자 지난 3월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로 사건을 넘겼다. 경찰 관계자는 “형사기동대로 사건이 넘어가기 전 수서경찰서에서 이미 한 차례 고려제약을 압수수색했다. BM 파일은 이후 4월 형사기동대가 수사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려제약의 불법 리베이트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대규모 ‘리베이트 게이트’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 과거에도 수사기관에서 ‘BM 파일’ 같은 제약회사 리베이트 장부를 통째로 확보했을 경우 게이트로 비화해서다. 지난해 10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9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중외제약이 대표적 사례다. 당시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는 중외제약을 네 차례 압수수색한 끝에 리베이트 장부를 확보했다. 그 결과 2014~2023년 전국의 의사 1990명에게 2만3500여회에 걸쳐 70억3000만원 가량의 리베이트를 뿌린 것으로 나타나 공정위의 철퇴를 맞았다.

2018년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명문제약을 수사했을 당시에도 8억7000만원을 전달한 리베이트 장부를 확보해 전국 개인병원 700여곳에 대해 수사를 했다. 반면에 2017년 광주경찰청 광역수사대가 확보한 리베이트 장부는 제약회사가 아니라 지역 약품 도매업체 장부였던 만큼 8개 병원 수사에 그쳤다.

고려제약 외 다른 제약 회사로 불법 리베이트 의혹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앞서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 “구조적인 문제로 의심되는 정황을 여러 곳 발견했다”며 “한 제약회사의 문제로 보기엔 부적절해 세무당국과 협의해 수사를 확대하는 것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제약회사가 리베이트를 할 경우 필요한 돈을 빼 오는 과정에서 세금 신고 누락 등이 발생한다”며 “경찰 자료에 한계가 있기에 세무당국과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고려제약 측은 ‘BM 파일’의 존재를 묻는 중앙일보 질문에 “입장을 표명하거나 답변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8292 채상병 특검 꺼낸 한동훈에…친윤 “어대한? 거부감 만만찮아” 랭크뉴스 2024.06.23
38291 국힘 당권주자 4인, ‘채상병 특별법 발의’ 두고 의견 대립…“특검해야 vs 수사가 먼저” 랭크뉴스 2024.06.23
38290 [단독] 이탈리아 '소녀상' 무사히 설치했지만 앞으로도 문제 랭크뉴스 2024.06.23
38289 원 구성 협상 또 결렬‥'상임위 7곳 수용할지' 국민의힘 결단은? 랭크뉴스 2024.06.23
38288 원희룡 “용산 갔더니…윤 대통령이 ‘다른 주자들 다녀갔다’ 얘기” 친윤 주자 강조 랭크뉴스 2024.06.23
38287 "尹, 한동훈에 '잘해봐라' 했다더라"…윤∙한 갈등 들춘 원희룡 랭크뉴스 2024.06.23
38286 "채 상병 국민 의구심 풀어줘야"‥한동훈·나경원·원희룡 나란히 출사표 랭크뉴스 2024.06.23
38285 [단독] 19금 ‘뼈말라약’ 유통망 추적, 위험 거래 막는다 랭크뉴스 2024.06.23
38284 서울역 서부 최고 39층 2900가구 규모 아파트단지 들어선다 랭크뉴스 2024.06.23
38283 "난 망했어" 치매 노모의 눈물…죽음의 요양원서 생긴 일 랭크뉴스 2024.06.23
38282 “불완전하지만 완벽하죠”…세계에서 가장 못생긴 개, ‘와일드 생’ 랭크뉴스 2024.06.23
38281 류현진 등친 피고인 또 불출석…재판 지연, 대책 없나 랭크뉴스 2024.06.23
38280 민주당 "여당 당권주자들, 용산 '채 상병·김 여사 특검' 수용 요구해야" 랭크뉴스 2024.06.23
38279 6월 아직 안 끝났는데… 이달 폭염일수, 최다 기록 경신 랭크뉴스 2024.06.23
38278 ‘관광객 몸살’에 ‘숙박세’ 내라는 日…징수액 인상 검토도 랭크뉴스 2024.06.23
38277 "요대로만 증언하면 돼"… 리딩방 주범, 감방서 각본 돌리며 위증교사 랭크뉴스 2024.06.23
38276 "개발자 키우자"…평생학습까지 지원하는 게임사 랭크뉴스 2024.06.23
38275 '원 구성 합의' 끝내 불발…與 '상임위 복귀' 24일 결단 랭크뉴스 2024.06.23
38274 용산과 선긋기?… 한동훈 “채상병 특검 반대 못한다” 랭크뉴스 2024.06.23
38273 길 가던 우크라 여성 앞에서 ‘펑’…CCTV에 담긴 충격 장면 [현장영상] 랭크뉴스 2024.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