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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미국 영국 캐나다 중국도 개발 활발
② 안전하고 장점 많다지만 실증 안돼
③ 이제 설계... 낙동강 오염 단정 일러
④ 첩첩산중... “조사, 규제부터 철저히”
홍준표(왼쪽) 대구시장과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17일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대구시 제공


대구경북 신공항 인근에 조성될 군위 첨단산업단지에 혁신형 소형모듈형원자로(i-SMR) 건설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SMR 발전과 저렴한 산업용지를 기반으로 지역경제를 부흥시킬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반면, 지역 환경단체를 중심으로는 세계 어느 곳에도 지어진 적 없는 신형 원전인데다 바닷가가 아닌 내륙에 짓는다면 식수원을 위협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새어나온다. 이슈의 중심에 선 SMR이 무엇인지, 기존 원전보다 정말 안전한지, 2033년에 대구에서 실제 가동될 수 있는지 등을 하나하나 짚어봤다.

① SMR이 뭐길래... 우리만 짓나

테라파워가 10일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착공식을 열고 소형모듈원전(SMR) 실증단지 공사를 시작했다. 착공식에는 테라파워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운데)와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CEO(왼쪽 다섯 번째), 마크 고든 와이오밍 주지사(세 번째)가 참석했다. SK(주) 제공


SMR은 3세대 경수형 대형 원전에서 발전된 소형화·모듈화 원전을 통칭한다. 구체적으로는 냉각재의 종류에 따라 구분된다. 기존 원전처럼 물을 냉각재로 쓰는 것이 '경수형 SMR(3.5세대)'이며, 대구에서 설립 추진 의사를 밝힌 것도 한국산 경수형 SMR인 'i-SMR'이다. 반면 냉각재를 헬륨·액체소듐·용융염 등으로 바꾼 걸 '비경수형 SMR(4세대)'이라고 부른다.

한국은 정부 주도로 다양한 SMR 노형을 개발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이달 초 발표에 따르면 정부는 SMR 시장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는 2030년대에 국내에서 i-SMR 초도호기 상업운전을 개시한다는 목표다. 실제 지난달 발표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도 SMR을 이용한 발전량(0.7기가와트)이 포함됐다.

세계 흐름도 비슷하다. 미국, 캐나다, 영국, 중국 등 세계적으로 80여종 이상의 SMR이 개발 중인데, 가장 앞서는 나라는 미국이다. 이 중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세운 테라파워는 물이 아닌 소듐(나트륨)으로 냉각하는 소듐냉각고속로를 개발하고 있다. 2030년 완공을 목표로 최근 와이오밍주(州)에서 착공식을 열었다.

② 현재 원전보다 안전한가

소형모듈원자로(SMR) 설비가 설치된 발전소 조감도.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SMR은 기존 원전보다 작아서 더 안전하다고 평가받는다. 지금의 대형 원전은 외부 전원으로 냉각수를 끌어올려 원자로를 적절하게 식히는데, 정전으로 냉각수 펌프가 돌아가지 않으면 사고가 커진다. 대표적인 예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다. 반면 SMR은 중력과 대류 같은 자연현상만으로 냉각이 가능하다는 게 원자력계 설명이다. 이를 '피동안전방식'이라고 하며, i-SMR에도 적용된다. i-SMR 기술개발사업단 관계자는 "기존 원전보다 1,000배 이상 안전하다"고 말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SMR이 모듈형이라 제작·공사 기간이 짧고 크기가 작으니 수요지 인근에 지어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4세대 SMR은 핵연료를 더 오래 사용할 수 있고, 발전 과정에서 나오는 열을 재활용하거나 선박용·우주탐사용 에너지원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고도 설명한다.

그런데 이 장점들 대부분이 아직 이론에 그친다. 세계적으로도 SMR은 지어진 곳이 없어 실증된 적이 없다. 또 발전량이 작아 경제성 측면에서 불리하다는 단점이 언급되기도 하는데, '양산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의견과 '그럴 바에 대형 원전을 짓는게 낫다'는 등의 여러 의견이 엇갈린다.

③ 바다 없는 내륙에 지어도 되나

미국 조지아주 웨인스보로에 있는 보그틀 원자력발전소의 냉각탑이 수증기를 내뿜고 있다. 조지아=AP연합뉴스


냉각탑을 이용하면 된다. 냉각탑은 터빈을 돌리느라 뜨거워진 냉각수(2차 계통)를 식히기 위한 시설로, 원자로 내부를 순환하는 물(1차 계통)과 섞이지 않아 방사성 물질이 없다. 냉각탑 내벽에는 뜨거운 물과 찬 물이 흐르는 여러 겹의 배관이 빙글빙글 돌아가며 설치돼 있는데, 뜨거웠던 냉각수가 냉각탑을 거치면서 열이 떨어져 수증기가 발생한다. 원전을 해안가에 지어온 한국은 바다가 냉각탑 역할을 해줘 별도로 세울 필요가 없었는데, 내륙 국가들은 이미 냉각탑을 이용해 대형 원전을 지어왔다. 프랑스 센 강 인근에는 주택가 옆에 냉각탑 두 개가 우뚝 서 있다.

규모가 작은 만큼 기존 원전보다 필요한 물의 양은 훨씬 적다. 이정익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는 "냉각탑을 이용하면 (2차 계통에서 나온) 물을 식히는 데 필요한 물을 절약할 수 있고, 에어컨 실외기처럼 팬을 이용해 공기로 냉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고, 백원필 한국원자력연구원 기획평가위원은 "냉각탑에서 쓰는 찬물은 냉각탑 안에서만 순환되고, 일상적으로 배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정확하게 물을 어디서 가져다 얼마나 쓰게 될지는 아직 모른다. i-SMR이 지난해 개념설계를 마치고 올해 들어서야 표준설계를 시작해서다. 즉 낙동강 물을 쓸지, 쓴다면 얼마나 쓰게 될지 지금은 정해지지 않았다. 쓰더라도 원전 구조상 낙동강 오염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긴 이르다. 이종헌 대구시 정책특보는 "실시설계에서 중수도, 무방류 시스템을 도입해 3차 냉각수까지도 SMR 밖으로 배출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며 "SMR이 낙동강과 최소 10㎞ 이상 떨어져 있어 일반 원전의 온배수 문제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④ 9년 뒤 대구서 SMR로 전기 만드나

대구시가 SMR 설립을 추진할 거라고 발표한 위치. 대구시 제공


아직 확실하지 않다.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처음 짓는 원전이다 보니 설계도, 설계의 안전성을 검증할 심사 기준도 아직 개발 단계다. 우선 i-SMR 사업단은 2025년 설계를 완성해 2028년까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표준설계인가를 받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규제 역시 대형 원전과 다른 체계가 필요한데, 원안위 규제연구 추진단은 이달 초에야 출범했다.

SMR을 운영할 한국수력원자력도 자체 조사를 해야 한다. 통상 원전은 '사전준비용역 → 건설허가 → 운영허가' 과정을 거쳐 세워지는데, i-SMR은 더 복잡하다. 먼저 개념설계를 바탕으로 후보 부지의 지진 안전성, 용수 접근성 등을 살피는 '사전 타당성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여기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와도 실제 설계를 바탕으로 사업성을 따져보는 타당성 조사를 통과해야 한다. 기존 원전은 경제성이 이미 확인됐지만, i-SMR은 그렇지 않아서다. 이후 원안위로부터 차례로 건설허가, 운영허가를 받아야 SMR에 시동을 걸 수 있다.

군위 산단을 i-SMR의 유일한 후보 부지로 보고 있는 것도 아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대구시와 관련 협력을 약속하는 자리에서 "앞으로 i-SMR 활용을 원하는 지방자치단체 및 에너지 다소비 기업과 지속적으로 협력을 이어나가겠다"고 열린 태도를 보였다.

이렇게 불확실이 중첩된 상황이라, 원자력계에서는 지금의 논쟁이 지나치게 빠르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원장을 지낸 김무환 전 포스텍 총장은 "설계와 평가 기준조차 없는 상황에서 짓네 마네 논하는 것은 맞지 않다. 아이가 생기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키울지부터 얘기하는 모양새"라며 "설계 준비 상황, 규제기관 입장 등을 먼저 살필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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