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예상보다 수위 높은 조약문… NSC 상임위서 논의
"동맹에 가까워 보여"… 우크라 무기지원도 재검토
'양국 법' 등 조건에 '자동 개입' 평가엔 신중론 유지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이 2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정부는 20일 '유사시 군사지원' 조항을 담은 북러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전문 공개에 성명을 내고 "국제사회의 책임과 규범을 저버린 당사자들의 궤변"이라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문제에 대한 재검토 방침도 밝혔다. 전날 공동언론발표에는 일단 신중 반응을 택했지만, 예상보다 높은 수위의 조약문이 전격 공개되자 강경 대응으로 급선회했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마치고 브리핑을 통해 이번 조약에 대한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정부는 성명에서 "6·25 전쟁이나 우크라이나 전쟁 등 먼저 침략 전쟁을 일으킨 전력이 있는 쌍방이 일어나지도 않을 국제사회의 선제공격을 가정해 군사협력을 약속했다"며 북러 중 한 나라가 무력 침공을 받을 경우 상호 군사적 지원의 근거가 되는 조약 4조를 비판했다. 북한과 군사적 협력을 약속한 러시아에 대해선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한미 동맹의 확장억제력과 한미일 안보 협력 체계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도 밝혔다.

성명 발표에 앞서 정부는 NSC 상임위 회의에서 이날 오전 공개된 조약 전문 등을 분석했다. 유사시 상호지원 조항을 명시한 4조가 핵심이었다. 1961년 북한과 소련이 맺은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에 포함된 이른바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 조항' 부활 여부는 이번 회담에 대해 정부가 설정한 '레드라인'으로 지목돼 왔다.

당초 정부는 전날 회담 직후엔 대응을 자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양국 중 한 곳이 침략당하면 상호 지원을 제공한다"고 말했지만, 1921년 조약의 '즉각적' '군사적 원조' 등 표현은 빠졌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 안팎에선 러시아가 상호지원 범위 및 조건과 관련해 모호한 표현을 택해 외교적 공간을 넓힐 수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문안은 '(자위권을 인정하는) 유엔헌장 제51조 및 양국 법에 준하여'라는 조건이 추가된 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당시 조약과 내용이 겹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침략할 것은 아니지만, 심각한 안보적 위협이라고 할 수 있다"며 "군사적 지원을 포함한 상호 지원을 이야기해 동맹에 가까워 보인다"고 우려했다.

물론 1961년 조약과 같은 '자동 개입' 수준인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유엔헌장과 양국 법이라는 완충 장치가 조건으로 달린 데다, 전날 회담 후 '동맹' 표현을 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달리 푸틴 대통령은 이 같은 표현을 자제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통령실 관계자 역시 "실제로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조금 더 상세한 분석이 필요하다"며 "러시아 측 설명을 들어 볼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공동성명과 함께 러북 간 무기 운송 및 유류 환적에 관여한 선박과 기관, 개인 등에 대한 독자 제재에 나섰고, 러시아가 가장 민감해하는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문제 역시 재검토하겠다고 압박했다. 그간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했지만, 이를 조정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또한 북한이 이번 조약 체결에 힘입어 도발에 나설 경우에 대비해 군사적 대비 태세를 강화할 방침이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3578 공항 진입로 막은 '무개념 주차' 3일 만에 차 뺐다…과태료는 고작 12만원? 랭크뉴스 2024.08.03
33577 열 겹의 철갑(鐵甲)을 두른 얼굴 [책&생각] 랭크뉴스 2024.08.03
33576 어디서도 혼자일 수 없다는 순간의 신기루 [책&생각] 랭크뉴스 2024.08.03
33575 위기에 진가 발휘한 한국 양궁…김우진 “크게 보란 말 믿고 쐈다” 랭크뉴스 2024.08.03
33574 김민종 銀·김하윤 銅 쾌거…한국 유도 최중량급 ‘새 역사’[파리올림픽] 랭크뉴스 2024.08.03
33573 목엔 금메달·손엔 다이아…경기장서 청혼받은 배드민턴 선수 랭크뉴스 2024.08.03
33572 [2보] 美 민주 대선 후보로 해리스 공식 선출…"대의원표 과반 확보" 랭크뉴스 2024.08.03
33571 ‘세계 최강’ 韓양궁 혼성전 2연패… 김우진 통산 올림픽 최다 金 랭크뉴스 2024.08.03
33570 뭘 좋아할지 몰라 다 준비했다냥, 박물관이니까! [책&생각] 랭크뉴스 2024.08.03
33569 [올림픽] '한국 유도 첫 최중량급 銀' 김민종 "하늘 감동하려면 더 해야" 랭크뉴스 2024.08.03
33568 [1보] 美 민주 대선 후보로 해리스 공식 선출…"대의원표 과반 확보" 랭크뉴스 2024.08.03
33567 "김민종, 웃어도 됩니다!" 올림픽 첫 출전에 귀한 은메달 랭크뉴스 2024.08.03
33566 "술 마시고 前 소속사 대표 만졌다"…男아이돌, 강제추행 혐의 송치 랭크뉴스 2024.08.03
33565 'XY염색체' 복서에 기권패…"女와 맞붙어선 안돼" 伊총리도 나섰다 랭크뉴스 2024.08.03
33564 뇌종양 앓는 3살 아이 얼굴 '퍽퍽'…“유아노트에 알리바이까지 만들어놨다”[영상] 랭크뉴스 2024.08.03
33563 [속보] 김민종, 은메달 획득...  남자 유도 최중량급 사상 첫 은메달! 랭크뉴스 2024.08.03
33562 "남자도, 여자도, 남녀도 강했다" 김우진-임시현 혼성단체 2연패 랭크뉴스 2024.08.03
33561 “복싱 일으켜 볼게요”… 임애지, 女 첫 메달리스트 됐다 랭크뉴스 2024.08.03
33560 [올림픽] 동생이 8점 쏘자 오빠가 10점 쾅!…양궁 남매의 '환상 호흡' 랭크뉴스 2024.08.03
33559 46초만 기권…伊총리, IOC 위원장에 'XY 염색체' 선수 따졌다 랭크뉴스 2024.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