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평양 순안국제공항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배웅하고 있다. 노동신문 뉴스1


북러 정상회담의 승자는 결국 '김정은'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로운 조약을 통한 군사동맹 체계로 당장 러시아라는 든든한 뒷배를 얻어냈기 때문이다. 군사열강인 러시아와의 협력으로 군사력 자체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평탄한 길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러시아가 얻어가는 건 북한과 비교하면 그리 크지가 않다. 장기전에 돌입한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있어 각종 재래식 무기와 병력에 당장 북한의 지원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기존의 '전략적 모호성'을 배제하면서까지 북한을 끌어안을 유인은 높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20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을 보면, 러시아가 그간 취했던 전략적 모호성 전략은 사실상 배제가 됐다. 이번 조약을 통해 러시아에 서방 국가들은 물론, 향후 한국과의 관계 개선 여지가 확 줄어들게 된 것이다.

제성훈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이번 조약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북한 지원병이 등장해도 전혀 놀랍지 않은 수준“이라며 “러시아가 북한을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이자, 유라시아 안보의 한 축으로 인정하고 끌어안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푸틴이 이처럼 북한을 끌어안은 배경으로는 일단 북한군을 끌어들여 우크라이나전을 조속히 마무리 짓고, 그 결과(승전)를 바탕으로 러시아 중심의 유라시아 지역 새 질서를 구축하겠다는 욕심 등이 언급된다.

특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참가국 확대, 한·미·일 공조 강화에 대응할 새로운 질서 구축 과정에서 북한과의 끈끈한 관계 구축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승수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발간한 ‘푸틴의 평양 방문과 러북 관계 전망: 러시아의 시각’ 보고서에서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역할과 위상을 과거 소련 시대 혈맹 수준까지 복원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푸틴의 '루블화 위주의 금융 경제 공동체 부활'에 대한 필요성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 위원은 "러시아는 미국의 힘이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에서 나온다고 판단한다"며 "러시아는 소련이 건재할 당시 사회주의권 국가들을 경제적으로 통합 관리하던 내부 결제 시스템을 부활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이 방북 전 노동신문 기고를 통해 구체적인 협력 안건으로 '루블화 결제'를 콕 짚어 말한 데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문구 표현 수위를 두고 회담 막판까지 '신경전'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4조의 '지체 없는 군사적 지원'을 넣어야 하는지를 둔 이견이었다고 한다. 그 결과 회담을 마친 뒤 공동언론 발표에서 김 위원장은 "위대한 조로(북러) 동맹 관계"라는 등 여러 차례 '동맹'을 언급한 반면, 푸틴 대통령은 동맹이라는 표현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같은 문구를 두고도 해석과 의도에서의 미묘한 차이를 보인 셈이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302 “의사 모욕시 궤멸” 의협 회장, 또 무슨 말을…첫 회견 랭크뉴스 2024.03.29
1301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일단 삽 뜬다... “공사비 합의는 추후에” 랭크뉴스 2024.03.29
1300 '바다 위 F1'도 '전기차 F1'도 여기서… 국제 스포츠대회 '허브' 된 동남아 [아세안 속으로] 랭크뉴스 2024.03.29
1299 ‘4·10 총선’ 공약에 역대급 통신비 잡을 한방 없다… “부가서비스 다 빼면 요금 1만~2만원 내릴 수 있어” 랭크뉴스 2024.03.29
1298 ‘새 수장’ 정신아, 위기의 카카오 구할까…개미들은 숨죽인다 랭크뉴스 2024.03.29
1297 AI·반도체·2차 전지… 삼성·SK·현대차·LG, 1000조원 투자 랭크뉴스 2024.03.29
1296 “비싼 대체육 누가 먹나” 미래에셋이 5000억 투자한 임파서블푸드, 기업가치 추락 랭크뉴스 2024.03.29
1295 사전투표소 곳곳 불법 카메라‥부천 아파트 화재 랭크뉴스 2024.03.29
1294 파산한 ‘가상화폐 왕’ FTX 창업자 징역 25년…“반성 없어” 랭크뉴스 2024.03.29
1293 유엔 대북 제재 감시 패널 다음 달 종료…러시아 거부권 행사 랭크뉴스 2024.03.29
1292 국방·산업장관 없이 개회식…이종섭, 체류기간 등 묵묵부답 랭크뉴스 2024.03.29
1291 삼성바이오, 금융위 제재 취소 행정소송 재개… 이재용 ‘회계부정’ 1심 무죄 영향 랭크뉴스 2024.03.29
1290 올봄 최악 황사 왔다…경기·인천 전역 ‘미세먼지 경보’ 랭크뉴스 2024.03.29
1289 양산 이어 인천 사전투표소 5곳 ‘몰카’…용의자 잡혔다 랭크뉴스 2024.03.29
1288 대북제재 감시 못한다…“러 거부” 유엔 전문가패널 종료 랭크뉴스 2024.03.29
1287 전국에 황사…중부지방에 미세먼지경보·주의보 [출근길 날씨] 랭크뉴스 2024.03.29
1286 안보현 임시숙소로 1000만원 스위트룸…TV속 '상위 1%' 삶 랭크뉴스 2024.03.29
1285 ‘새 수장’ 정신아, 조직 대수술…카카오 다시 빛볼까, 개미들 숨죽인다 랭크뉴스 2024.03.29
1284 대통령실도 움직였다...구리 만세맨 “미워 말고 응원해주니 행복 두 배” 랭크뉴스 2024.03.29
1283 1.6억 금지팡이 골프칠 때, 0.1억 흙지팡이는 폐지 줍는다 [양극화 심해진 고령층] 랭크뉴스 2024.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