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난해 7월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성소피아 성당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20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 검토 방침을 밝혔다. 사진 대통령실
정부는 20일 외부의 침략을 당했을 시 서로 간의 군사 개입을 명시한 북한과 러시아의 ‘조(북)·러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규탄하는 정부 성명을 발표했다. 러시아에 대한 추가 독자 제재와 함께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반도 안보 상황과 한·러 관계를 고려해 우크라이나에 비살상무기만 지원해왔던 정부 방침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20일 오후 북·러 정상회담에 대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한 뒤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정부 성명을 직접 발표했다. 정부는 성명에서 북·러 조약에 대해 “엄중한 우려를 표하며 이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또 “6.25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먼저 침략 전쟁을 일으킨 전력이 있는 쌍방이 일어나지도 않을 국제사회의 선제공격을 가정해 군사협력을 약속한다는 것은, 국제사회의 책임과 규범을 저버린 당사자들의 궤변이요 어불성설”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북한의 군사력 증강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어떠한 협력도 유엔 안보리 결의의 위반이며, 국제사회의 감시와 제재의 대상임을 분명히 강조한다”며 “특히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대북 제재 결의안을 주도한 러시아가 스스로 결의안을 어기고 북한을 지원함으로써 우리 안보에 위해를 가한 것은 한·러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어떠한 행위에 대해서도 국제사회와 함께 단호히 대처해 나갈 것이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무력화하기 위한 한·미 동맹의 확장억제력과 한·미·일 안보 협력 체계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러시아 연방 사이의 포괄적인 전락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이 조인됐다"라면서 "김정은 동지께서 푸틴 동지와 함께 조약에 서명했다"라고 보도했다. 뉴스1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정부 성명에 따른 추가 조치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비살상무기 지원 원칙을 재검토하고, 대러 독자 제재를 추가한다고 밝혔다. “무기 지원 재검토가 어떤 뜻이냐”는 질문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여태까지 우크라이나에 대해선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방침이었는데, 그 방침을 재검토하겠다는 것”이라며 “무기 지원은 여러 옵션이 있고. 살상이나 비살상 따라 다르게 분류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어떻게 할지는 러시아 쪽도 차차 아는 게 흥미진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가 가장 아파할 부분을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러 독자 제재와 관련해선 “러시아와 북한 간 무기 운송과 유류 환적에 관여한 러시아 기관 2곳과 북한 미사일총국, 제3국의 선박 4척과 기관 5곳, 북한인 8명을 독자 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정했다”며 “러시아에 대한 수출 통제와 관련해 합성수지 분야 등에서 243개 품목을 신규로 지정해 1402개 품목을 제재 대상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모두 보고된 사안”이라고 했다.

정부의 강경 대응은 북·러 조약이 정부가 설정한 레드라인에 인접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북·러 조약이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판단하느냐”는 질문에 “조약 문안을 보면 침략을 당할 경우 ‘지체 없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군사적 지원을 제공한다’고 돼 있다”며 “우리가 침략할 것은 아니지만 심각한 안보적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다만, 북·러 조약이 조·소 동맹의 복원이란 평가에 대해선 조약 4조에 적힌 ‘유엔헌장 제51조와 양국 법에 준하여’라는 표현을 “두 가지 완충장치”라 표현하며 “61년 조·소 방위조약에는 못 미치지만 동맹에는 가까워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은 동맹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고, 김정은 위원장만 열심히 동맹을 외치고 있어 해석의 여지가 있다. 구체적 내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이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북한과 러시아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체결 관련 정부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대통령실은 북·러 조약 체결에 따른 군사적 도발 우려에 대응해 “NSC에서 군사대비태세 강화 필요성이 논의됐고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며 “지금 당장은 러시아가 우크라나이나에 묶여있어 우리를 상대로 특별한 군사적 움직임을 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조약에 의해 북한이 고무돼 경거망동할 가능성에 대비태세를 강화한 측면이 있다”고 부연했다. 북한이 한·미 연합 연습을 침공이라 규정해 악용할 우려와 관련한 질문엔 “그런 측면도 고려해 경계 태세 강화 방안이 논의됐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향후 한·미, 한·미·일간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선 “국가안보실장과 장·차관 등 고위급 인사간의 소통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이날 정부 성명 발표로 남북과 한·러 관계가 신냉전에 가까운 뉴노멀에 돌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직 안보당국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고, 우크라이나가 이를 러시아에 사용할 경우, 또한 북한 급변 사태 시 우리가 북한으로 올라갈 경우 이를 침략으로 규정해 북·러 조약이 발동할 여지가 있다”며 “북·러 정상회담의 결과를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면밀히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3693 일본 축구 '56년만의 메달 꿈' 좌절, 스페인에 0-3 완패 8강서 탈락 랭크뉴스 2024.08.03
33692 “고구려 때부터 잘했나”…외신들, ‘금’ 싹쓸이 한국 양궁에 비결 물어 랭크뉴스 2024.08.03
33691 의사보다 나은 AI? 배 안 가르고 이식할 간 크기 계산 [헬시타임] 랭크뉴스 2024.08.03
33690 “기성용 변호사 허위 입장문 피해” 폭로자들, 손배소 패소 랭크뉴스 2024.08.03
33689 주차장서 불 나면 속수무책 ‘활활’… 전기차 사도 되나요? 랭크뉴스 2024.08.03
33688 금메달 딴 뒤 짝꿍에 청혼…한국 꺾은 중 배드민턴 혼복 선수에 환호 랭크뉴스 2024.08.03
33687 무시무시한 존속살해예비…검사는 마음속 공소장을 허물었다 랭크뉴스 2024.08.03
33686 일본 축구 '56년만의 메달 꿈' 좌절, 스페인에 0-3 완패 8강 탈락 랭크뉴스 2024.08.03
33685 해리스 러닝메이트 발표 임박…"주말 후보 6명 직접 면접" 랭크뉴스 2024.08.03
33684 '잠 못드는 밤 도대체 언제 끝나?' 주말도 전국 찜통 더위 랭크뉴스 2024.08.03
33683 “中 스파이 때문” 횡설수설하는데…어떻게 일본도를 손에 넣었나 [폴리스라인] 랭크뉴스 2024.08.03
33682 역시 조정석!···코미디 영화 ‘파일럿’ 개봉 4일째 100만명 돌파 랭크뉴스 2024.08.03
33681 [한국의 스타 셰프들]② 이연복, 마음으로 빚어낸 대가(大家)의 중식 랭크뉴스 2024.08.03
33680 1만5천명 해고 소식에 인텔 주가 26% 폭락…AI시대 생존 가능할까 랭크뉴스 2024.08.03
33679 ‘기성용 성폭력 의혹’ 폭로자, 기성용 측 변호사에 손배소 패소 랭크뉴스 2024.08.03
33678 소비자부터 구제, 기업은 나중에[티메프 사태, 이커머스 포비아⑤] 랭크뉴스 2024.08.03
33677 "현관 빠루 자국보니"…아파트 전기차 화재 피해주민의 감사글 랭크뉴스 2024.08.03
33676 [영상] 복싱 ‘성별 논란’ 파리올림픽 강타…46초 만에 갈린 승부 랭크뉴스 2024.08.03
33675 ‘온라인 도박장’ 오명 벗을까...코인에 칼 빼든 정부 랭크뉴스 2024.08.03
33674 우리를 젊고 건강하게 만드는 꿀팁은[서평] 랭크뉴스 2024.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