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저출생 추세 반전 대책]
"소득 있거나, 제도 쓸 만한 사람만 혜택"
"유전유자녀, 무전무자녀" 빗대
출생 가구 54.5%는 이미 고소득층
저소득층·사각지대 대책 필요성 제기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경기 성남시 HD현대 R&D글로벌센터 아산홀에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주제로 열린 2024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가 전날 발표한 '저출생 반전을 위한 대책'에 대해, 일부 청년이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가 대책을 내놓은 것은 반갑지만, '일정 정도의 소득이 있는' 경우나 '제도를 쓸 수 있는 안정적 일자리를 갖는' 경우에만 혜택을 볼 수 있는 대책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상견례를 마치고 본격적인 결혼 준비를 시작한 이슬기(32)씨는 20일 이번 대책을 "
있는 사람이, 있는 사람을 위해 만든 대책
"이라고 평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씨 커플이 실제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책은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아이를 키우는 건 부담'이라는 생각도 그대로라고 한다.

이씨는 △결혼하면 10년간 다주택자에게 물리는 세 부담을 적용하지 않고 △출산하면 연소득 2.5억 원인 부부도 1%대 금리로 집을 장만할 수 있게 신생아 특례대출 기준을 완화한 대책에 특히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저희는 25년 된, 노원 끝에 있는 아파트에 들어가려고 둘이 10년 넘게 모은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해야 한다"며 "각자 집을 한 채씩 갖고 있는 커플이 얼마나 많길래 1주택으로 쳐 주겠다는 건지, 합산 연봉 2억5,000만 원인 부부가 연 2~3%포인트 낮은 금리 혜택을 받는 게 그렇게 시급한 건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산층 이상은 이미 혼인율이 높은데도, 결혼과 혼인을 조건으로 세제 인센티브를 주는 게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유진성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2022년 발표한 '소득분위별 출산율 변화 분석과 정책적 함의' 보고서에 따르면, 출산가구 감소율은 소득 하위층에서 특히 높았다. 2010~2019년 소득 상위층은 출산율이 24.2% 줄었는데, 소득 하위층은 51.0% 줄었다.

그 결과, 출산한 가구 중 고소득층 가구 비율은 54.5%에 달했다. 출산 100가구 중 고소득층이 55가구라는 것이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를 두고 "고소득층은 그래도 아이를 낳고 있고, 중산층은 아이 낳기를 주저하고 있으며, 저소득층은 아예 출산을 포기하기 시작했다"며 "
유전유자녀 무전무자녀(有錢有子女 無錢無子女)
"라고 표현했다.

일 가정 양립 부문 대책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반응이 두드러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만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내년 초 결혼을 앞둔 전모(30)씨는 "대기업 공채 정규직, 고용이 안정적인 공무원을 위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방송국에서 파견직으로 일하는 전씨는 육아휴직제도가 있어도 이용하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금도 대부분의 중소기업 직원이나 비정규직은 육아휴직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저는 결혼과 동시에 재계약을 포기했다. 차라리 모든 직업에서 육아휴직을 의무화해달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3782 이래서 다들 임원 그만두고 틱톡 인턴 한다 했나?… 랭크뉴스 2024.08.03
33781 김밥도 서브웨이처럼 골라 먹는다 랭크뉴스 2024.08.03
33780 ‘베트남 권력 1위’ 공산당 서기장에 또 럼 주석 선출 랭크뉴스 2024.08.03
33779 손흥민 '신도림 조기축구회' 파격 입단…선배들 사이 주눅, 뭔 일 랭크뉴스 2024.08.03
33778 협박, 사기, 성폭행까지…가지가지한 아버지뻘 기사 폭행 20대男의 최후 랭크뉴스 2024.08.03
33777 금메달 뒤 피 흘리며 동성 파트너에 키스…“그럼 누구에게 하나요?” 랭크뉴스 2024.08.03
33776 이니시스·카카오페이, 티메프 환불 시작… 해피머니는 언제? 랭크뉴스 2024.08.03
33775 패배 후 대성통곡한 女선수…"일본의 수치" 자국팬 악플에 결국 랭크뉴스 2024.08.03
33774 미국 현지 직접 가보니…‘원사이즈 논란’ 브랜드 멜빌 랭크뉴스 2024.08.03
33773 술 취해 도로 가운데서 '취침'…음주 측정 거부·도주 운전자 집행유예 랭크뉴스 2024.08.03
33772 광안리 백사장 누워 폰 만지더니…'비키니 몰카' 찍어대던 70대 랭크뉴스 2024.08.03
33771 잃고 애타는 마음, 읽고 챙겨준 마음 ‘잊지 않겠습니다’[이다의 도시관찰일기] 랭크뉴스 2024.08.03
33770 ‘괴도 뤼팽’은 ‘유도가’? 리네르의 프랑스는 유도의 나라 랭크뉴스 2024.08.03
33769 한-중-일 함께 한 시상식‥그런데 끝나고 "꺄!" 탄성? 랭크뉴스 2024.08.03
33768 인니, 경찰에만 '강간 피해자 낙태 승인권' 부여 논란 랭크뉴스 2024.08.03
33767 ‘선수 성별 논란’ 뒤에 푸틴 있다…친러 복싱협회 통해 ‘대리전’ 랭크뉴스 2024.08.03
33766 ‘밥상물가 좀 내리려나…’ 세계식량가격, 5개월 만에 하락 전환 랭크뉴스 2024.08.03
33765 앞코 내린 양궁화로 金 쐈다…국대 선수 용품의 비밀 [비크닉] 랭크뉴스 2024.08.03
33764 39세 청각장애 미국 배구선수, 네 번째 올림픽서도 맹활약 랭크뉴스 2024.08.03
33763 트럼프 "해리스와 내달 4일 대선토론 하기로 폭스뉴스와 합의" 랭크뉴스 2024.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