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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보다 훨씬 빨리, 광범위하게 나타난 열돔 현상에 타들어가는 美

미국 북동부와 중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역대급 폭염이 지속되면서 미국 인구의 절반에 육박하는 1억5000만명 이상의 주민들이 폭염의 영향을 받고 있다. 미국 기상청(NWS)은 최근 미국 동북부 지역인 뉴햄프셔, 메인, 버몬트주 대부분 지역에 폭염주의보 또는 폭염경보를 내렸다. 뉴햄프셔주 맨체스터의 경우 19일 최고기온이 섭씨 37도로 예보됐는데, 이 지역의 지난해 같은 시기 기온보다 섭씨 15도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이번 폭염은 단순 무더위를 넘어 시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고,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것은 물론, 연말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폭염으로 교통체증이 극심해졌으며 경제활동도 차질을 빚고 있는데, 건설, 제조, 농업 등 야외 노동현장은 낮업무를 진행하지 못할 정도다. 게다가 미국의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리고 경제적 비용을 창출할 수 있는 지독한 폭염이 장기간 지속될 수도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무더위에 근무 중인 미국의 한 노동자./로이터

매년 발생해온 ‘열돔 현상’, 올해 유난히 심각한 이유는
이번 폭염의 원인은 ‘열돔 현상’이다. 19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폭염은 최소 주말까지는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에서 열돔 현상이 처음 있었던 일은 아니지만, 평소보다 더 일찍 일어났고, 이번 열돔 현상은 수십년동안 가장 강력하다. 일반적으로 미국에서 형성되는 열돔은 한여름 기간에 남부와 남서부 지역에 형성되는데, 이번 발생 시기는 6월 중순, 그것도 지역도 전혀 다른 북동부 지역이다. 기후 위기가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열돔은 지상 5∼7km 높이의 대기권 중상층에 발달한 고기압이 정체하거나 아주 서서히 움직이면서 뜨거운 공기를 지면에 가둬 더위가 심해지는 현상이다. 고기압에서 내려오는 뜨거운 공기가 마치 돔에 갇힌 듯 지면을 둘러싸게 된다. 갇힌 공기는 통상 며칠 간 지속되는데, 공기가 압력에 의해 표면 쪽으로 가라앉으면서 압축되고 태양열은 갇힌 공기를 다시 가열하게 만들면서 점점 더 뜨거워지는 것. 문제는 이 열돔 현상이 며칠로 끝날 수 있지만, 수 주동안 지속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번 폭염은 오하이오 밸리와 오대호 지역에서 점점 위력을 키우는 열돔이 북동쪽으로 확장하며 이동하면서 피해를 키웠다. 폭염경보가 내려진 메인주, 버몬트주 등 지역은 이번 주까지 평년보다 10도가량 높은 기온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동북부 지역은 위도가 높고 산악 지형이 많아 여름철에도 미국에서 상대적으로 덥지 않은 지역으로 꼽혔다. 6월 중 낮 최고기온도 30도를 넘지 않는 날이 많다보니, 이 지역에서는 에어컨 등 냉방장치를 갖추지 않은 가구의 비중이 상당해 이번 폭염의 피해가 더욱 크다는 게 외신들의 지적이다.

동북부가 열돔으로 찌는 듯한 더위에 시달리는 동안 미국 남서부에서는 건조하고 더운 날씨로 발생한 산불이 수일째 잡히지 않고 있다. 이날 CNN방송에 따르면 남서부 뉴멕시코주에는 산불로 비상사태가 선포됐으며 서부 캘리포니아주에서만 최고 17건의 크고 작은 산불이 동시다발로 확산하고 있다. 뉴멕시코주에서 발생한 산불은 하룻밤 새 규모가 3배로 불어났는데, 여의도 면적의 약 28개에 달하는 약 2만 에이커(약 81㎢)가 불탔다. 그러나 고온건조한 날씨에 강풍까지 불면서 이 지역의 화재 진압률은 0%다. 이웃 캘리포니아주도 나흘째 잡히지 않는 산불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 화재진압률은 18일 기준 여전히 8%에 불과하다.

폭염에 지친 미국 시민. /로이터

온열질환 넘어 경제적 비용 우려되는 ‘히트플레이션’의 공포
문제는 역대급 폭염이 올 여름 지속되면, 장기적으로 미국의 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전력수요가 급증하면서 미국은 각종 기반 시설의 가동 장애나 붕괴 위험이 높아졌다는 외신의 분석이 나온다. 정전 사태로 인한 산업활동 차질도 우려 요소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전력 소비는 7월 10일까지 7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일부 도시에서는 송전 노후화와 발전소 보수 지연 등으로 순환 정전 조치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한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의 미래 투자가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을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미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의 스테피 프리드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탄소배출 감축에 대한 대대적인 노력이 없어서 향후 더위가 극심해지면 2200년까지 축적된 투자가치가 5.4%, 연간 소비가 1.8% 감소하고 그에 따라 소비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프리드 이코노미스트는 건설업이 전체 미국 경제 생산에 기여하는 중요성과 야외 노동자의 비중을 감안할 때 더위에 따른 미국 생산성이 취약할 것으로 봤다.

이상 기후로 인한 역대급 폭염은 전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이로 인해 국제 에너지 및 식량 가격이 오르는 ‘히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올여름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인도와 일본·이집트 등지에서 냉방 수요가 급증하면서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이 늘어난 가운데 공급망 불안까지 가중되면서다. 천연가스는 전세계 발전량의 5분의 1을 차지하는데, 폭염으로 냉방 기기의 사용이 증가하면 천연가스 수요도 당연히 증가한다.

전문가들은 올해 세계 곳곳에서 폭염이 나타날 것을 전망하며 히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달 들어 전세계 80개국에서 기온이 월별 혹은 전체 기록을 경신했다. 유럽연합(EU)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에 따르면 지난 달 세계 평균 기온이 15.9도로 역대 5월 중 가장 높았으며, ‘역대 가장 더운 달’ 기록은 12개월 연속 이어졌다. 올 3월 유럽중앙은행(ECB)이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와 공동으로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35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은 매년 식료품 가격을 0.92~3.2% 인상시켜 생활물가를 0.32~1.18% 올릴 것으로 관측됐다. 폭염이 향후 10년간 북미 지역 식품 가격 인플레이션율을 2%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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