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 “수사 본격화하니 만남 요구”
군기훈련을 받다가 사망한 박아무개 훈련병이 입영식 당시 어머니를 업고 있는 모습. 군인권센터 제공
규정을 위반한 군기훈련(얼차려)으로 육군 훈련병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중대장이,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전후해 유가족들에게 여러 차례 ‘만나 사죄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는 유가족이 이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전한 뒤 2차 가해를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사과받기 종용하는 2차 가해”
20일 군인권센터가 유가족에게 확인한 사실을 바탕으로 공개한 내용을 보면, 숨진 훈련병에게 군기훈련을 명령한 중대장은 지난 17일과 19일 훈련병의 어머니에게 ‘사죄를 드리기 위해 찾아뵙고 싶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수차례 보냈다고 한다.
17일은 강원경찰청 훈련병 사망사건 수사전담팀이 중대장 ㄱ씨와 부중대장 ㄴ씨에게 직권남용가혹행위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기 전날이고, 19일은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검찰이 청구한 날이다.
군인권센터는 “사죄 연락 한번 없던 중대장이 수사가 본격화되자 이제서야 사죄 운운하며 만나자고 요구하는 것은 ‘부모님에게 사죄했다’고 주장하며 구속 위기를 피하려는 속셈으로 의심된다”며 “유가족들은 중대장이 반복적으로 진정성 없는 사죄 문자를 보내는 데 대해 극심한 스트레스와 분노를 느끼고 있다. 중대장은 피해자 부모님에게 ‘사과받기’를 종용하는 2차 가해를 중단하라”고 밝혔다.
12사단은 유족 뜻 무관하게 추모비 검토
최근 훈련병이 군기훈련을 받다가 쓰러져 숨진 사건이 발생한 육군 부대의 위병소에 군사경찰 차량이 출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가족 의사와 무관하게 추모비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나선 12사단의 행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군인권센터는 12사단 관계자가 ‘훈련병 추모비 건립에 대해 설명하겠다’며 지난 19일 서울 용산역 광장에 마련된 시민 분향소를 찾겠다는 의사를 유가족에게 수차례 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가족은 이날 군인권센터를 통해 “지금은 진상규명의 시간이고 추모비 건립은 나중의 문제”라며 “추모비 건립 논의를 잠정 중지해달라”는 의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