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차선 변경이 금지된 백색실선에서 진로를 변경해 사고를 낸 운전자라도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오늘(20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공소를 기각한 원심판결을 전원일치로 확정하면서 이 같은 판단을 내놨습니다.

대법원은 “백색실선은 ‘통행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안전표지’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를 침범해 교통사고를 일으킨 운전자에 대해서는 처벌 특례가 적용된다”고 밝혔습니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특례조항에 따라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내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 현행법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거나 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으면 처벌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운전자에게 특정한 과실이 있으면 특례조항의 조건을 만족하더라도 처벌해야 하는데, 그런 예외 중 하나가 ‘통행을 금지하는 내용의 안전표지를 위반해 운전한 경우’(교통사고처리 특례법 3조 2항 1호)입니다.

재판의 쟁점은 ‘진로 변경 제한’을 뜻하는 백색실선을 통행금지 표지로 볼 수 있는지입니다.

대법원은 도로교통법이 ‘통행금지’와 ‘진로 변경 금지’에 대한 처벌 규정을 따로 만들어둔 점에 주목했습니다. 이에 “서로 다른 금지규범을 규정하고 있는데도 진로 변경 금지 위반을 통행금지 위반으로 보아 단서 1호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은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해석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진로 변경 금지) 위반 행위를 ‘통행 방법 제한’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는 있어도 법 문언에서 말하는 ‘통행금지 위반’으로 볼 수는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대법원은 “백색실선이 설치된 교량이나 터널에서 백색실선을 넘어 앞지르기하는 경우 별도의 처벌 특례 배제 사유가 규정되어 있다”며 “백색실선을 ‘통행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안전표지’로 보지 않는다고 해서 중대 교통사고의 발생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교차로나 터널 안 등에서 다른 차를 앞지르거나 끼어들다가 사고를 내면 특례조항의 적용을 받을 수 없어서, 보험에 가입했더라도 처벌이 가능합니다.

이 사건 피고인 A씨는 2021년 7월 대구 달서구의 편도 4차로에서 백색실선을 넘어 차로를 변경했다가 뒤따라오던 택시가 급정거하게 함으로써 염좌를 일으킨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검찰은 해당 차로가 “진로 변경을 제한하는 안전표지인 백색실선이 설치된 곳”이라며 공소를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1심과 2심 법원은 백색실선을 특례조항의 적용 예외 사유로 볼 수 없고, A씨가 종합보험에 가입했으므로 기소할 수 없다며 공소를 기각했습니다.

검사가 불복했으나 이날 대법원의 판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대법원 관계자는 “백색실선 침범 교통사고에 대해 반의사불벌죄 규정이나 종합보험 가입 특례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본 종전 판례를 변경했다”며 “입법 취지에 반해 형사처벌의 범위가 부당하게 확대되지 않도록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라 ‘통행금지’의 의미를 엄격하게 해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email protected]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네이버, 유튜브에서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KB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3954 [영상] ‘조커’ 투입 전은혜, 배짱 좋은 활약…여자 사브르 결승 4라운드 랭크뉴스 2024.08.04
33953 [올림픽] 임시현 "항저우·파리서 다 3관왕 할 확률은?…바늘구멍 뚫었죠" 랭크뉴스 2024.08.04
33952 이란 "하니예, 발사체에 피살" 발표…'폭발물 설치' 보도와 상반(종합2보) 랭크뉴스 2024.08.04
33951 어머니 뱀꿈 꾸면 야반도주…"父 죽이고 싶었다" 이문열 고백 랭크뉴스 2024.08.04
33950 [올림픽] 항저우 이어 파리서도 3관왕…여자 양궁은 '임시현 천하' 랭크뉴스 2024.08.04
33949 한국 유도 혼성단체전 金 같은 銅메달…사상 첫 메달 쾌거 [파리PLUS] 랭크뉴스 2024.08.04
33948 바닥난 체력에도 투혼 불사른 한국 유도 대표팀... 맏형 안바울 집중력 빛났다 랭크뉴스 2024.08.04
33947 ‘처절한 사투’ 유도 혼성단체 동메달…상위 체급 상대와 연거푸 시합 랭크뉴스 2024.08.04
33946 경기 직전 어깨 다친 여서정 "일단 경기 마무리하고 싶었다" 랭크뉴스 2024.08.04
33945 "펜싱 종주국을 또 격파합니다!" 여자 사브르 단체도 결승으로! 랭크뉴스 2024.08.04
33944 남대문 중고서점서 마주친 난제, 그걸 풀어 미국에 보낸 수학 천재 랭크뉴스 2024.08.04
33943 '양궁 3관왕' 임시현 세리머니, 알고 보니 '바늘구멍' 이었네 랭크뉴스 2024.08.04
33942 韓 "尹만남 내가 먼저 제안…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관계" 랭크뉴스 2024.08.04
33941 [영상] ‘15분간의 혈투’ 안바울이 끝냈다…유도 혼성단체전 동메달 랭크뉴스 2024.08.04
33940 2박 3일 필리버스터 종료… 노란봉투법 처리는 8월 국회로 랭크뉴스 2024.08.04
33939 뒤늦게 드러난 어깨 부상…체조 여서정, 파리에선 노메달 랭크뉴스 2024.08.04
33938 펜싱 女단체전 일냈다, 세계1위 프랑스 꺾고 사상 첫 결승행 랭크뉴스 2024.08.04
33937 [올림픽] 한국 유도, 혼성단체전 동메달…독일과 연장전 끝 승리(종합) 랭크뉴스 2024.08.04
33936 주먹 ‘맞다이’로 시작…임시현·남수현의 행복했던 결승전 랭크뉴스 2024.08.04
33935 한국 여자 사브르, 세계 1위 프랑스 꺾고 첫 결승 진출 랭크뉴스 2024.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