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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지난달 GPS 위성신호 교란 공격
철새가 자기장 감지해 길 찾는 원리 이용

북한이 지난달 30일 위성항법장치(GPS) 전파 교란으로 인천 해상을 오가는 여객선과 어선의 내비게이션이 한때 오작동을 일으켰다. 이날 여객선은 정상 운항했으나, 어민들의 피해가 발생했다./연합뉴스


북한이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오물 폭탄을 투하하는 동시에 위성항법장치(GPS) 교란 신호를 보냈다. GPS는 위성에서 신호를 받아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는 기술이다. 자동차 내비게이션 같은 일상 생활은 물론 바다의 선박이나 하늘을 나는 항공기 운영에도 필수 기술로 자리 잡았다.

GPS 교란이 일상과 해운, 항공, 국방 인프라까지 망칠 수 있다는 말이다. 북한의 GPS 교란 공격에 서해 어민들은 조업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지기도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집계에 따르면, 어선과 여객선, 항공기, 군용선박에서 700건이 넘는 GPS 오작동이 발생했다.

과학기술계는 GPS 교란을 막기 위해 ‘양자 나침반(Quantum Compass)’에 주목하고 있다. 양자 나침반은 원자를 극저온으로 냉각할 때 발생하는 현상을 이용해 위치를 파악하는 기술이다. 극저온의 원자에서는 미시세계에 통하는 양자역학에 따라 ‘양자 스핀’이 만들어진다. 스핀은 입자 고유의 각운동량을 말한다. 양자 스핀은 마치 자석과 같은 성질을 갖고 있어 자기장에 따라 방향이 정렬된다.

따라서 레이저를 이용해 양자 스핀의 정렬 방향을 분석하면 현재 위치의 지구 자기장을 역으로 계산할 수 있다. 지구의 자기장은 위치에 따라 미세하게 달라 외부의 신호를 받지 않고도 현재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장거리를 비행하는 철새가 지구 자기장을 이용해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다르파)도 2014년 ‘생물학적 환경 양자 효과(QuBE) 프로그램’을 가동해 양자 나침반 기술 개발에 나섰다. 다르파는 당시 미 상원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중요한 4가지 기술’ 중 하나로 양자 나침반을 지목했다. GPS 교란은 물론 해킹에도 안전해 드론에 활용하기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매트 굿맨 QuBE 프로그램 관리자는 “새로운 군용 센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상당하다”며 “자연을 모방하면 보다 쉽고 빠르게 새로운 기술 개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ICL)과 레이저 기업 엠스퀘어드가 개발한 '양자 나침반(Quantum Compass)'. 영국 해군은 양자 나침반을 잠수함의 위치 파악에 활용할 예정이다./영 ICL

양자 나침반에 주목한 나라는 미국만이 아니다. 영국 레이저 전문기업인 엠스퀘어드는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CL)과 공동으로 2018년 양자 나침반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저온의 루비듐을 이용해 지구 자기장을 감지하는 방식이다. 영국 해군은 외부 신호가 닿지 않는 잠수함에 양자 나침반을 적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연구진은 지난 15일 런던 지하철역에서 양자 나침반을 이용한 위치 파악 실험에 나섰다. 실험실이 아닌 실제 환경에서 양자 나침반의 정확도를 측정하기 위한 실험이다. 런던 지하철은 GPS 오작동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이다.

조셉 코터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연구원은 “양자 나침반이 상용화된다면 GPS 신호 차단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라며 “양자 역학을 이용한 새로운 센서는 큰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GPS 교란 공격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0년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 직후 첫 공격을 시작으로 이번이 6번째다. 북한은 GPS 공격을 거듭할 때마다 피해 범위를 넓히며 교란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북한의 GPS 교란을 우리가 직접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 북한이 사용하는 GPS 교란은 위성 신호보다 강한 전파를 쏴 센서 정보를 차단하는 방식이다. 민간 상선이나 여객선은 레이더나 전자해도 같은 보완 장비를 이용하거나 교란 전파를 다시 교란해 막는 것이 전부다.

군에서는 GPS 교란을 대비하기 위해 군함, 전투기에 자이로스코프와 같은 보조 장치를 사용하고 있다. 자이로스코프는 물체의 가속도를 측정해 이동 경로를 계산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지만 단독으로는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

한국도 자기장을 감지하는 양자 센서 기술을 연구 중이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연구진은 2022년 다이아몬드의 양자 결함을 이용해 자기장의 변화를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탄소로 이뤄진 다이아몬드에 불순물을 넣어 생긴 결함으로 외부 환경 변화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심정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양자자기센싱그룹장은 “자기장을 이용해 GPS 없이 위치를 파악하는 ‘무(無) GPS 항법’을 구현하려면 각 위치의 모든 자기장을 표시한 자기장 지도 제작이 필요하다”며 “당시 개발한 기술을 이용하면 한반도의 자기장 지도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양자 나침반을 상용화하려면 아직 넘어야 할 한계가 많다”며 “상용화까지는 오랜 시간과 연구가 더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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