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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 관련 없으면 배우자 금품수수 제한 안 해” 답변
권익위 해설서엔 “다른 법률에 따른 제재 대상 가능”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11일(현지시간) 투르크메니스탄 아시가바트 한 호텔에서 투르크메니스탄 국가최고지도자 겸 인민이사회 의장인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전 대통령 부부와의 친교오찬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가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종결 처리 결정을 조롱하며 최근 권익위 게시판에 잇따라 올라온 글에 답변을 달았다. ‘배우자는 직무관련성이 없다면 금품을 받아도 된다’는 취지인데, 원래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이 뚜렷하지 않은 공직자의 금품 수수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만든 청탁금지법의 취지에 비춰볼 때 부적절한 답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오후 권익위 누리집 ‘청탁금지법 질의응답’ 게시판을 보면, 권익위 청탁금지제도과는 지난 11일 올라온 “영부인의 국정에 미치는 힘이 상당한 듯하여 영부인의 지위를 이용하고 싶다. 300만원 상당의 명품백 선물을 하려고 하는데 법에 저촉되는지 궁금하다”는 내용의 글과 16일 올라온 “대통령 부인께 300만원 상당의 우리 전통 엿을 선물 드려도 문제가 되지 않을지 문의드린다”는 글 등에 답변을 달았다.

권익위는 먼저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등의 직무와 관련이 없는 경우에는 공직자 등 배우자의 금품 등 수수를 제한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공직자 등의 ‘직무와 관련하여’ 공직자 등의 배우자가 ‘수수 금지 금품 등’을 수수한 경우 이를 공직자가 알고도 신고하지 않으면 해당 공직자등을 제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직무관련성이 있는 경우에도 법 제8조제3항 각 호의 예외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수수 금지 금품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권익위는 “문의한 내용만으로는 청탁금지법상 선물 가능 여부를 답변드리기 어렵다”며 재차 “직무관련성 여부 등에 대한 사실관계가 고려돼야 한다”고 했다. 권익위는 비슷한 취지로 올라온 다른 글에도 이 같은 답변을 동일하게 달고 있다.

국민권익위위원회 청탁금지법 질의응답 게시판 갈무리

이날 권익위의 답변은 과거 공직자 배우자 금품 수수 관련 질문에 달았던 기존 답변들과는 강조점이 다른 것으로 보인다. 2020년 공무원과 몇 달 전에 결혼했다는 여성이 남편과는 직무 관련이 전혀 없는 자신의 대학 친구들에게 120만원 상당의 가방을 선물로 받아도 되는지를 묻자 권익위는 “청탁금지법 제8조제4항에 따르면 ‘공직자 등의 배우자는 공직자 등의 직무와 관련하여 제1항 또는 제2항에 따라 공직자 등이 받는 것이 금지되는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하거나 제공받기로 약속해서는 아니 된다’고 되어 있다”고 짧게 답했다.

2022년 ‘배우자가 100만원을 넘는 명품 가방을 받았고, 공직자는 이를 알면서도 6개월 지나 신고하고 가방을 반환했는데 이 경우 처벌 대상인지’를 묻는 글에는 “배우자는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하여 1회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을 수 없다. 공직자는 자신의 배우자가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은 사실을 안 경우 지체 없이 신고해야 한다. 다만 자진 신고했으나 지체하여 신고한 경우 제재를 감면할 수 있는 사유에는 해당할 수 있다”고 답변한 바 있다.

공직자 배우자가 직무관련성이 없다면 금품 등을 받아도 된다고 안내하는 것은 청탁금지법 취지에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청탁금지법 제정 이유를 살펴보면 “공직자 등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하는 부정청탁 관행을 근절하고, 공직자 등의 금품 등의 수수행위를 직무관련성 또는 대가성이 없는 경우에도 제재가 가능하도록 하여 공직자 등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2017년 8월 권익위가 누리집에 올린 ‘배우자의 금품 등 수수 금지’ 해설집에서도 “수수 금지 금품 등을 수수한 배우자는 청탁금지법상의 제재 대상은 아니지만 다른 법률에 따른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명시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10일 권익위는 ‘청탁금지법에 배우자 제재 조항이 없어 사건을 종결한다’고 밝힌 바 있다. 12일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은 추가 설명에 나섰는데 ‘김 여사가 받은 명품 가방 선물은 대통령과 직무 관련성이 없다. 직무 관련성이 있더라도 외국인(미국 시민권자인 최재영 목사)이 건넨 선물이므로 (대통령 선물에 해당해) 신고 의무가 없다’는 취지의 설명이었다.

이유진 기자 yjlee@ hani.co.kr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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