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진로변경금지는 통행금지와 달라…특례조항 적용 가능"


대법원 전원합의체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 등 대법관들이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황윤기 기자 = 운전 중 일반 도로에서 백색실선을 침범해 사고를 냈더라도 운전자가 종합보험에 가입했거나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기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0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공소를 기각한 원심판결을 전원일치로 확정하면서 이같은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은 "백색실선은 '통행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안전표지'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를 침범해 교통사고를 일으킨 운전자에 대해서는 처벌 특례가 적용된다"고 밝혔다.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내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 현행법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거나 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으면 처벌하지 않는다. 이를 특례조항이라고 한다.

그러나 운전자에게 특정한 과실이 있으면 특례조항의 조건을 만족하더라도 처벌해야 하는데, 그런 예외 중 하나가 '통행을 금지하는 내용의 안전표지를 위반해 운전한 경우'(교통사고처리 특례법 3조 2항 1호)다.

재판의 쟁점은 '진로 변경 제한'을 뜻하는 백색실선을 통행금지 표지로 볼 수 있는지다.

대법원은 도로교통법이 '통행금지'와 '진로 변경 금지'에 대한 처벌 규정을 따로 만들어둔 점에 주목했다. 이에 "서로 다른 금지규범을 규정하고 있는데도 진로 변경 금지 위반을 통행금지 위반으로 보아 단서 1호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은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해석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진로 변경 금지) 위반 행위를 '통행 방법 제한'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는 있어도 법 문언에서 말하는 '통행금지 위반'으로 볼 수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

대법원은 "백색실선이 설치된 교량이나 터널에서 백색실선을 넘어 앞지르기하는 경우 별도의 처벌 특례 배제 사유가 규정되어 있다"며 "백색실선을 '통행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안전표지'로 보지 않는다고 해서 중대 교통사고의 발생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교차로나 터널 안 등에서 다른 차를 앞지르거나 끼어들다가 사고를 내면 특례조항의 적용을 받을 수 없어서, 보험에 가입했더라도 처벌이 가능하다.

이 사건 피고인 A씨는 2021년 7월 대구 달서구의 편도 4차로에서 백색실선을 넘어 차로를 변경했다가 뒤따라오던 택시가 급정거하게 함으로써 염좌를 일으킨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해당 차로가 "진로 변경을 제한하는 안전표지인 백색실선이 설치된 곳"이라며 공소를 제기했다. 그러나 1심과 2심 법원은 백색실선을 특례조항의 적용 예외 사유로 볼 수 없고, A씨가 종합보험에 가입했으므로 기소할 수 없다며 공소를 기각했다.

검사가 불복했으나 이날 대법원의 판단도 마찬가지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백색실선 침범 교통사고에 대해 반의사불벌죄 규정이나 종합보험 가입 특례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본 종전 판례를 변경했다"며 "입법 취지에 반해 형사처벌의 범위가 부당하게 확대되지 않도록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라 '통행금지'의 의미를 엄격하게 해석했다"고 설명했다.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7898 범의료계특위 "무기한 휴진 계획 변함없어…정부 태도 지켜볼것" 랭크뉴스 2024.06.22
37897 82살 폴 매카트니, 팝 역사상 가장 강한 뮤지션 랭크뉴스 2024.06.22
37896 남북의 ‘풍선’, 오염으로 인식돼 혐오를 퍼뜨린다 랭크뉴스 2024.06.22
37895 ‘북한,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하나’ ···정보당국 예의 주시 랭크뉴스 2024.06.22
37894 주유소 기름값 7주 연속 하락…다음 주 낙폭 둔화 가능성 랭크뉴스 2024.06.22
37893 전공의 빠진 올특위 “내년 정원 포함 의정협의 참여 의사 있다” 랭크뉴스 2024.06.22
37892 내가 먹은 멸치가 ‘미끼용 멸치’?…식용으로 28t 속여 팔아 랭크뉴스 2024.06.22
37891 "참호전서 죽기싫어"…우크라男 수만명 징병 피해 잠적했다 랭크뉴스 2024.06.22
37890 여야 원내대표, 내일 오후 3시 의장 주재로 '원 구성' 막판 협상 랭크뉴스 2024.06.22
37889 우리 동네 민물고기는 열대어... 쉽게 버린 생명에 느는 제2, 3의 '구피천' [이한호의 시사잡경] 랭크뉴스 2024.06.22
37888 "미국, 이스라엘에 헤즈볼라와 전면전 터지면 지원 약속" 랭크뉴스 2024.06.22
37887 美 '루즈벨트함' 속한 제9항모 강습단장 "한미 관계 지속 증진" 랭크뉴스 2024.06.22
37886 제주·남부 호우 특보에 중대본 1단계 가동…위기경보 '주의' 랭크뉴스 2024.06.22
37885 "엄마는 일하느라" 젖먹이 동생 돌보며 열공하는 10세 소녀의 사연 랭크뉴스 2024.06.22
37884 “다 오르는데…” 다이아몬드 가격만 떨어지는 이유 [비즈니스포커스] 랭크뉴스 2024.06.22
37883 테슬라, 대규모 구조조정…"인력 14% 감원" 랭크뉴스 2024.06.22
37882 인수 압박 아니라던 일본 정부, “직접 불러 요청했다” 보도 나와 [뉴스픽] 랭크뉴스 2024.06.22
37881 전 남친 전현무 보고도 "피곤해 보여"…쿨하게 웃은 한혜진 랭크뉴스 2024.06.22
37880 원안위 “월성 4호기 사용후핵연료 저장수 2.3t 바다로 샜다” 랭크뉴스 2024.06.22
37879 깊게 파인 옷에 미니스커트…진짜 60대 맞아? 이 언니들 정체 랭크뉴스 2024.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