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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거치며 신병 부족 상태
사진 출처: 미국 육군 누리집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가 여성들도 징집 대상자 명단에 올리자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키자 정치권에서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4일 상원 군사위를 통과한 2025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에 여성도 징집 대상 명단에 올리도록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해묵은 논쟁이 재발했다고 19일 보도했다.

미국은 베트남전 뒤로는 모병제를 유지하고 있으나 대규모 병력이 필요한 경우에 대비해 18~25살 남성은 징집 대상 명단에 이름을 올리도록 하고 있다. 유사시에는 이들 중에서 추첨을 통해 병력을 충원하기 위한 것이다. 모병제를 실행하지만 징병제의 토대는 유지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미군은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거치며 자원 입대자가 줄면서 신병 부족을 겪고 있다.

여성도 징집 대상 명단에 올리자는 논의는 남성과 같은 역할을 맡겨야 한다는 주장과도 연결돼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진보 쪽에서 지지자들이 많다. 민주당의 재키 로젠과 수전 콜린스, 공화당의 리사 머카우스키 등 여성 상원의원들도 이에 찬성한다. 2016년부터 미군의 모든 영역에서 여군이 복무할 수 있게 된 것도 ‘여성 징집론’을 강화시켜주고 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이런 법안 내용이 상원 본회의를 거치고 하원과의 국방수권법안 조율 과정까지 살아남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0년에는 군사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가 이 문제를 검토한 뒤 이미 현역 중 비율이 17%에 이른다는 점 등을 이유로 여성을 징집 대상으로 삼자고 의회에 제안한 바 있다. 이후 입법 움직임이 이어졌지만 결실을 맺지 못했다.

여성도 징집 대상 명단에 올리자는 제안이 벽에 부닥치는 것은 이들을 강제로 전쟁터로 내모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여론이 상당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아프간전에서 얼굴을 비롯해 몸의 30%에 화상을 입은 제대 군인 샘 브라운은 상원 군사위의 법안 통과 뒤 인터넷에 올린 동영상에서 “우리 딸들을 강제로 징집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법안에 찬성한 로젠 의원을 끌어내리겠다며 네바다주에서 상원의원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보수적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진보 쪽 의제라는 이유로 반대하기도 한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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