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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로 보는 6411]
18년차 타투이스트 김도윤의 타투 머신기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의뢰인의 옆구리에 타투를 새기고 있는 김도윤씨.

“위잉~” 타투 머신기 소리와 함께 김도윤씨의 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머신기 끝 바늘이 지나간 자리마다 검은 선이 생겨났다. 작업대 누워있는 권영준(가명)씨의 옆구리에 짙게 새겨지고 있는 그림은 태극권에서 사용하는 무술용 검인 ‘춘추대도’. 권씨 몸에는 이미 10개 넘는 타투가 그려져 있었다.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구의 타투 스튜디오에서 이뤄진 시술은 2시간 동안 계속됐다.

타투 작업 준비 중인 김도윤씨와 작업대에 누워있는 권영준(가명)씨.

몸에 새긴 나의 선언

대학에서 시각 디자인을 전공한 김씨는 IT(정보통신) 업계에서 UX(사용자 경험 디자인) 디자이너로 일했다. 기대보다 적은 월급에 고민하던 그는 전공을 살릴 수 있는 타투이스트로 직업을 바꿨다.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면서 돈도 벌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몸을 이용한 나의 강력한 각인, 선언 이런 의미로 사람들이 타투를 해요. 타투를 대체할 만한 강력한 다른 각인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아요. ”

신입 타투이스트는 시간당 1만원을 벌기도 하지만, 경력이 많은 타투이스트는 시간당 50만원 안팎을 번다. 작업은 적어도 2~3시간 이어진다. 고통을 잘 참는 의뢰인은 10시간씩 시술을 받기도 한다. 오랜 시간 고개를 숙여 그림을 그리다 보니 김씨는 ‘거북목 증후군’을 안고 산다. 쌓인 통증은 도수치료를 받으며 덜어낸다.

사고로 손가락을 잃은 의뢰인의 검지 손 마디에 그려진 손톱 모양의 타투.

의뢰인이 울음 터진 이유

김씨는 동료들과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다는 마음으로 18년을 보냈다.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타투유니온 사무장을 맡아 타투이스트의 권리 증진에도 힘써왔다. 그러는 사이 국내 타투 인구는 2018년 기준 300만명으로 늘어났다. 타투가 대중화된 지금은 훨씬 더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보람도 있었다. 김씨는 사고로 손가락을 잃은 의뢰인의 손가락 마디에 손톱을 그리는 일을 자주 한다. 완성된 손톱을 보고 나서 ‘손이 마치 새로 자라난 것 같다’며 오열한 의뢰인도 있었다.

멸균 기구들이 놓인 타투 작업대.

“의료행위 아니라 예술행위”

하지만 한국에서 타투는 불법이다. 2019년 12월 한 연예인에게 시술한 김씨는 무면허 의료 행위를 한 혐의(의료법 위반)로 기소됐다. 법정에서 타투 시술은 의료행위가 예술행위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 직업에서 중요한 건 98% 미술 능력이에요. ‘타투는 의사가 해야 한다’는 논리를 가지고 저희 직업이 존재하면 안 되는 것처럼 말하는 건 억지라고 생각해요.”

타투는 법의 테두리 밖에 있지만 타투이스트는 위생적인 작업을 하려고 노력한다. 타투유니온은 2020년 11월 녹색병원과 함께 ‘타투이스트 감염관리 지침서'를 만들었다. 그 뒤 타투유니온은 조합원을 대상으로 타투 머신기 멸균법과 감염 예방법을 교육해왔다.

“(다른 국가에서는) 멸균보다 한 단계 낮은 ‘소독’으로 타투의 기준을 잡고 있는데, 전 세계 유일한 불법 국가인 한국의 타투이스트들은 멸균 절차를 완벽하게 지키려고 해요. 사람 몸에 상처를 입히면서 그림을 그리는 일이기 때문에 철저하게 관리해야 하고, 철저하게 공부해야 합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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