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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을 위해 중국 장쑤성 쑤저우항에 쌓여있는 비야디(BYD) 전기차. 최근 미국·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은 중국의 불공정 무역 행위를 이유로 중국산 전기차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AFP=연합뉴스
중국산 전기차를 둘러싼 무역 전쟁이 심화하고 있다. 중국은 유럽연합(EU)의 관세 인상에 반발하며 EU산 돼지고기 반덤핑 조사 카드까지 꺼냈다. 40년 전 일본 자동차가 촉발한 보호 무역주의가 재현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17.4%∼38.1%포인트(잠정치)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관세 10%에 추가 관세가 더해지면 중국 전기차에 대한 관세는 최대 48.1%에 달한다. 앞서 미국 정부도 지난달 14일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4배(25%→100%)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행위에 대응하겠다는 게 이유다.
신재민 기자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중국 상무부는 EU의 잠정 관세 부과 발표 직후 “중국은 상당한 우려와 강한 불만을 표한다”며 “모든 필요한 조처를 해 중국 기업의 합법적 권익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환구시보·중앙방송총국 등 중국 관영 매체는 유럽산 대형차·유제품·농산물 등이 반덤핑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중국 상무부는 지난 17일 원산지가 EU인 수입 돼지고기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유럽산 돼지고기 수입 규모는 33억 달러(약 4조5596억원)에 이른다.

중국 전기차가 집중 포화를 맞고 있는 건 위협적인 성장세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지난해 중국의 비야디(BYD)가 전 세계에서 전기차 288만3000대(점유율 20.5%)를 팔아 180만 9000대(12.9%)의 테슬라를 제치고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BYD·상하이자동차(SAIC)·지리 자동차(Geely)·광저우 자동차그룹(GAC) 등 중국 업체의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40.4%에 달했다. 지난해 판매된 전기차 10대 중 4대가 중국 전기차다.
신재민 기자


40년 만에 재현된 자동차 보호무역
중국의 전기차는 40년 전 일본 자동차를 떠올리게 한다. 1980년대엔 무역 분쟁의 가운데 미국과 일본이 있었다. 1970년대 미국 소비자들은 두 차례의 석유파동(1973년·1979년)의 겪으며 연비가 우수한 일본 자동차를 선호하게 됐다. 카렌 홀거슨 미국 패서디나 시티 대학 교수는 1998년 쓴 『일본-미국 무역 마찰 딜레마』에서 미국의 일본 차 수입 물량이 1970년 38만1400대에서 1980년 199만1500대로 10년 새 5.2배가 늘었다고 밝혔다. 일본 차의 성장세에 레이건 미 대통령은 1981년 자동차 통상 협상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일본에 통상 압력을 가했다. 압력을 이기지 못한 일본은 그해 5월 미국 수출량을 연 160만대로 제한하는 자발적 수출 제한을 시행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1981년 레이건 대통령은 자동차 통상협상 TF를 구성해 일본에 대한 통상 압력을 가했다. 이에 일본은 미국에 대한 자동차 수출량을 제한하는 '자발적 수출 제한'을 시행했다.
그러나 미국은 일본 자동차의 습격을 막지 못했다. 일본 자동차 회사는 수출 규제를 피하기 위해 북미에 생산 시설을 빠르게 확장했다. 1982년 혼다를 시작으로 1983년 닛산, 1984년 토요타가 차례로 미국에 진출했다. 실효성이 사라진 자발적 수출 제한은 점차 완화되다 1994년 폐지됐다. 이후 미국 내 일본 자동차의 점유율은 꾸준히 늘었고 2022년엔 토요타가 미국 판매량 1위를 차지하며 120년 만에 외국 기업 최초로 미국 자동차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김경진 기자


대(對) 중국 관세 장벽은 효과가 있을까?
중국 전기차에 관세 인상의 결말은 40년 전 일본 차에 대한 규제와 비슷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13일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생산기지 이전, 막대한 이익 마진, 수출 다변화 등을 통해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자동차 기업이 일본 기업처럼 현지 진출을 통해 관세 장벽 무력화를 시도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BYD는 헝가리·멕시코 등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예정이고, SAIC는 유럽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의 높은 수익성은 유럽 시장에서 관세 장벽의 완충 작용을 한다. BYD의 저가 전기차 돌핀의 유럽 판매 가격은 2만8990유로(약 4297만원)로 중국 판매가 9만9800위안(약 1894만원)의 두 배가 넘는다. EU가 관세를 올려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의미다.
비야디(BYD)의 전기차 모델 '돌핀(Dolphin)'. 돌핀의 유럽 판매 가격은 중국 판매 가격의 2배가 넘는다. AP=연합뉴스.
관세 장벽이 EU 내 자동차 기업의 발등을 찍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럽 운송환경연합(T&E)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에서 수입한 중국산 전기차의 제조사별 비중은 테슬라(28%)·SAIC(25%)·르노(20%)·지리(7%)·BMW(6%)·BYD(4%) 순이었다. 중국산 전기차 10대 중 6대는 미국과 유럽에 본사를 둔 자동차 기업에서 생산한 물량이었다. 김시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로컬 자동차 기업보다 테슬라와 유럽 자동차 기업이 중국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비중이 훨씬 크다”면서 “EU의 관세 조치가 중국 로컬 자동차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자동차 산업 영향은?
현대차 등 국내 기업 영향은 어떨까. 중국 전기차를 상대로 추가 관세가 부과되면 한국 기업이 반사 이익을 누릴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한국은 미국·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관세 없이 전기차를 수출하기 때문이다. 김성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상계관세율이 적용되면 국내 기업은 가격 우위를 통해 EU 시장 확대에 유리한 고지 선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EU에 중국 전기차 진입이 제한되고 진출 속도가 둔화하면 현대차·기아의 시장점유율이 회복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중국이 수출 다변화를 꾀하면서 새로운 시장에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도 있다. 중국이 관세 장벽을 피하기 위해 동남아·중동·남미 등 신시장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산 전기차의 시장 점유율은 태국에서 76%(1위), 인도네시아에서 42%(2위), 말레이시아에서 44%(1위)로 나타났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유럽과 미국에서 관세에 부딪힌 중국산 전기차가 제3 지역으로 나올 것”이라며 “우리가 앞으로 진출해야 할 동남아·중동 지역에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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