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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단의 대책 빠져 실망스러워…육아하는 사람이 만든 것 맞나" 성토도
"눈치 안 보고 휴가·단축근무 쓸 수 있는 분위기 조성해야"


창포물에 머리 감는 어린이들
[광주 북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가 19일 발표한 '저출생 반전을 위한 대책'과 관련해 워킹맘들은 새롭게 아이를 낳아 기르는 가구에 혜택이 집중돼 이미 아이를 낳아 기르는 가구를 위한 대책이 아쉽다고 평가했다.

이번에 도입되는 '2주 단기 육아휴직'에 대해서는 대체자가 없는 대부분의 근무 환경에서 쉽게 쓸 수 없어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육아 현실을 모르고 마련한 정책 같다는 얘기다.

아이들이 있는 근로자는 출근을 늦게 하고, 퇴근을 빨리할 수 있도록 '유연한' 근무 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다.

지난해 8월 17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37회 대구 베이비&키즈페어'에서 한 아기가 쇼핑 팸플릿을 펼쳐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2주 육아휴직 쓰기 쉽지 않다" 회의적 목소리
이날 저고위가 육아휴직을 늘리고 출산 가구에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등 '일 가정 양립-양육-주거'에 초점을 맞춘 대책을 내놨으나, 워킹맘들 사이에서는 냉소적인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워킹맘들은 제도가 확충되는 것은 반길만한 일이지만, 실제로 개선된 제도를 쓸 수 있는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8월 아들을 낳고 현재 육아휴직 중인 공무원 A(34)씨는 "(출산·육아 관련) 지원금을 화끈하게 늘려주거나, 양가 도움 없이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을 확실하게 도와주는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인데, 나온 대책을 보니 실망스럽다"며 "정책을 만든 사람 중에 실제로 육아하는 사람이 없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A씨는 "2주짜리 휴가 제도 도입의 취지는 좋지만, 대체인력이 없어 실제로 쓰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당장 5일짜리 휴가 가는 것도 업무를 다 조정해서 가야 하는데, 2주를 휴가 가려면 동료들이 아무도 반기지 않을 것 같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9살, 7살 두 아들을 키우며 대학병원 간호사로 근무하는 B(39)씨도 "2주 단기 육아휴직 제도는 별로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3교대 근무하는 간호사들은 2주짜리 단기 휴가를 갈 수 없을 것"이라며 "휴가를 가려면 대체인력이 있어야 하는데, 나를 대신할 사람이 없으면 휴가를 쓸 때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다"고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앙증맞은 아기옷들
지난 4월 2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코베 베이비페어'에서 관람객들이 아기옷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둘째 고민하는 부부 위한 대책 나와야"
이번 대책이 주로 새롭게 출산하는 가구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둘째 이상을 고민하는 가구를 위한 혜택은 소홀한 것 같다는 지적도 나왔다.

6살 외동딸을 키우는 워킹맘 C(41)씨는 "새로 아이를 낳는 사람들 위주의 정책이어서 이번 대책이 하나도 와닿지 않는다"고 질책했다.

그는 "육아휴직을 이미 다 쓴 상황이어서 육아기 단축 근로 적용도 안 되고, 2주 단기 휴가도 쓸 수 없다"며 "워킹맘이 편해야 둘째를 낳을 텐데, 당장 지금 아이를 키우기 힘든 상황에서 정부가 이 부담을 덜어주지 못하니 둘째를 생각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A씨 역시 "무자녀인 사람들에게 한 명을 낳게 하는 정책이 아니라, 아이를 한명 낳은 사람들이 두 명을 낳을 수 있게 하는 정책이 (출산율을 끌어올리는데) 더 현실적인데, 정부가 이 점을 제대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변에 보면 '딩크'(맞벌이이면서 자녀가 없는 부부)로 마음먹은 사람들은 확고하고, 아이를 한명 낳은 사람들은 둘째를 낳을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며 "둘째를 낳을 수 있게 결심할 수 있도록 아이를 키울만한 환경을 조성해줘야 하는데 이번 대책에서는 그런 점이 빠져 보인다"고 비판했다.

아기들의 베이비페어 나들이
지난 2월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45회 베페 베이비페어'에서 아기들이 탈것들을 체험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내집 마련 해결 지원해야"…'유연한 근무시간' 요구 한목소리
출산·육아를 망설이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인 주거비·생활비 문제를 완화하는 데 이번 대책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A씨는 "집값이 엄청나게 올라 주택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대출 한도를 좀 더 늘렸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B씨는 "집 사는 데 대출 금리 등을 파격적으로 인하해줘야 할 것 같다"며 "최근 물가가 많이 올랐는데, 전기·수도·가스 등 각종 공공요금 혜택도 더욱 확대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킹맘들은 궁극적으로 아이를 키우는 가구가 눈치 보지 않고 휴가를 내고, 근무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B씨는 "둘째가 늘봄학교에 다니고 있어 오후 3시까지 맡길 수 있는 점은 학부모 입장에서 좋은데, 아이는 학교에 오래 있고 친구들도 별로 남아 있지 않아서 싫어한다"며 "아이들이 있는 근로자는 출근을 늦게 하고, 퇴근을 빨리할 수 있도록 근무 제도를 개선하고 (근무시간 감소로) 소득이 줄어들면 이에 대한 보전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4살 아들을 키우는 워킹맘 D씨 역시 "자유로운 근무 환경이 결국 제일 필요한 것 같다"며 "아이 아플 때 쉴 수 있고, 출퇴근 시간도 자유로운 것이 육아할 때 가장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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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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