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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지하에 갇혀 살았던 백사자 부부가 마침내 하늘이 보이는 바깥세상으로 나왔습니다.

17일 대구 수성구 A 테마파크 동물원 지하 사육장에 갇혀 있던 수컷과 암컷 백사자 한 쌍이 구조돼 인근 생태 동물원 '네이처파크'로 옮겨졌습니다.

A 동물원은 코로나로 인한 경영난 등을 이유로 지난해 5월 영업을 중단한 이후 계속 방치됐습니다.

지하 2층에 있는 A 동물원은 최소한의 조명만 켜진 채 어두컴컴했고, 시설 곳곳이 쓰레기와 오물 등으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1살 때 여기로 온 백사자 부부는 좁은 사육장에서 7년 동안 지내야 했습니다.

경매에서 이들을 낙찰받은 네이처파크가 꾸준히 먹이를 챙겨주며 보살핀 덕에 사자들 건강상태에 큰 이상은 없었습니다.

손인제 네이처파크 사육팀장은 "이 친구들은 햇빛이 아닌 전등 불빛에다가 시멘트 바닥과 벽면으로 이뤄진 공간에서 생활했다"면서 "행동 풍부화 같은 활동 없이 그저 밥만 먹고 잠만 잤던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백사자들은 수의사의 동행 아래 새로운 보금자리로 옮겨졌고, 이 과정에서 지하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우렁찬 울음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드디어 야외 방사장에 첫 발을 내디딘 백사자 부부는 생소한 환경에 잠시 주춤거리긴 했지만, 풀과 흙 냄새를 맡으며 이곳저곳을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이곳 야외 방사장은 백사자들이 7년간 머물렀던 실내 사육장의 10배 이상 크기인 150평 규모입니다.

박진석 네이처파크 이사는 "이름이 없는 사자들인데, 건강하게 잘 살 수 있는 이름을 붙여줄 예정"이라며 "사자 먹이 체험 등을 하지 않고, 건강 체크와 치료를 병행하는 등 큰 관심을 보내주신 만큼 잘 돌보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네이처파크는 백사자 부부를 포함해 280여 마리의 동물을 A 동물원에서 구조해 사육 중이고, 남은 동물들은 사육시설 지정 등이 마무리되는 대로 이동시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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