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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국거래소 사옥.

다음 달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예정이었던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이노그리드가 공모 청약을 5일 앞두고 돌연 상장 예비심사 승인 취소를 통보받았다. 이미 예비심사를 통과한 기업에 대해 한국거래소가 심사 효력을 불인정한 건 1996년 코스닥시장이 문을 연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이노그리드는 앞서 증권신고서를 7번이나 정정한 끝에 상장 목전까지 다다른 상태였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결격 사유 역시 신고서 정정 과정에서 추가 실사를 통해 발견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신고서 정정은 금융감독원의 요구에 따라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금감원으로부터 여러 차례 퇴짜를 맞은 끝에 상장할 수 있게 된 기업이 이번에는 거래소로부터 철퇴를 맞게 된 셈이다.

2019년 대주주 변경 관련 법적분쟁 가능성… 1년간 상장 심사 청구 불가능
19일 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오후 코스닥시장위원회는 이노그리드의 상장 예심 승인 결과의 효력을 불인정하기로 했다.

거래소 측은 “이노그리드가 최대주주의 지위 분쟁과 관련한 사항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지만, 이를 상장 예심 신청서 등에 기재하지 않았다”며 “이에 심사 단계에서 해당 사실을 심의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사항은 6차 정정 신고서에 뒤늦게 기재됐다. 이 정정 신고서에는 “과거 최대주주였던 법인과 해당 법인의 최대주주 간에 이노그리드 주식 양수도 및 금융회사의 압류 결정 등과 관련해 분쟁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적혀 있다.

2019년 말까지 이노그리드 최대주주는 에스앤알코퍼레이션이었다. 그해 12월 25일 유상증자를 거쳐 대주주가 김명진 현 대표이사로 변경된 바 있다. 이노그리드에 따르면, 에스앤알코퍼레이션 대주주였던 박모씨는 이 과정에서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정 신고서에서 이노그리드는 “현재 구체적인 법적 분쟁이 발생하지는 않았다”면서도 “OOO증권이 2020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채무자를 에스앤알코퍼레이션으로 하고 이노그리드를 제3채무자로 하여 압류 명령을 받았다. 향후 법적 분쟁의 당사자가 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코스닥 상장 규정에 따르면, 상장 예심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심사신청서의 거짓 기재 또는 중요사항 누락’이 확인되면 예심 승인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이노그리드 측은 해당 내용이 ‘중요한 사항’이 아니라고 판단해 예심 신청서에 기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결국 거래소 시장위의 문턱을 넘지 못했고, 이노그리드는 향후 1년 안에 상장 예심을 재청구할 수 없게 됐다.

금감원 퇴짜에 증권신고서 7번 정정… 이번엔 거래소가
중요한 사항의 누락으로 상장 심사 효력이 불인정된 최초의 사례가 나옴에 따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보이는 것보다 심각한 일’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자의적인 판단으로 중요 사항을 누락하는 일이 가끔 발생하는데, 앞으로는 발행사와 상장 주관사 모두 경미한 사항이라도 적극적으로 기재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이번에 거래소가 이노그리드의 상장 심사 효력을 인정해 줬다면, 많은 기업이 ‘이 정도는 안 써도 되는구나’ 하고 오해했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상장 예심을 통과한 이후 주관사가 이런 사항을 알게 됐다면, 정정 신고서에 기재하고 끝낼 게 아니라 거래소에 알려서 다시 논의를 했어야 한다”며 “수요예측과 공모 청약을 통해 투자자들의 돈이 회사에 납입되기 전에 이런 조치를 취한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노그리드의 기관 수요예측 및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은 24~25일로 예정돼 있었다.

앞서 이노그리드는 금감원의 공식적인 정정 명령에 따라 여러 차례 증권신고서를 수정했는데, 대주주 분쟁 가능성도 이 과정에서 뒤늦게 드러났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금감원이 거래소의 상장 심사를 불신한다는 건 금융투자업계에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거래소의 상장 예심을 통과한 기업에 대해 금감원이 수 차례 증권신고서 정정을 명령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노그리드도 그중 하나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에 여러 차례 퇴짜를 맞고 겨우 상장 직전까지 온 기업에 대해 거래소가 심사 효력을 불인정했다는 건, ‘나라고 결과를 못 뒤집을 줄 아냐’는 거래소의 메시지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향후 이런 일이 재발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 벤처캐피털(VC) 임원은 “소송이 제기된 것도 아니고 소송 당할 ‘가능성’을 적지 않았다는 이유로 상장 예심을 취소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런 식이라면 어떤 기업이나 투자자가 공공기관을 신뢰하고 경영이나 투자에 나설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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